미국 법무부만 이들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미 의회 역시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7월 중순에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고, 공화당 소속의 미국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와 민주당 소속의 로드 아일랜드 하원의원 데이빗 시실린을 포함해 양당의 의원들이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 오른 대형 기술 기업 중 빠진 이름이 하나 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다. 한 때 가장 무섭고 사나운 상어였던 이 기업이 순한 양처럼 보이고 심지어 의원들조차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한 마디로 답하면 윈도우 때문이다. 구글이 검색,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를 대표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여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법무부와 의회는 모두 기술적인 영향력을 따졌을 때, 이제 윈도우는 공식적으로 상관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정부 기관이 회사의 비즈니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로선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기관들의 관심이 얼마나 불편한지 경험적으로도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정부의 표적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선,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왜 정부의 관심을 끌게 됐는지를 살펴보자. 페이스북이 표적이 된 이유에는 50억 달러의 벌금을 내게 된 사고를 비롯한 여러 건의 프라이버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거대 소셜 네트워킹인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왓츠앱(WhatsApp)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소셜 미디어 독점 상황을 조사함으로써 미 정부는 이 기술이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것 중 하나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아마존이 조사 대상이 된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온라인 유통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유통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홀 푸드(Whole Foods) 인수 등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에도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는 또한 소비자들을 경쟁 제품이 아닌 아마존 제품을 이용하도록 부당하게 이끌고 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검색을 ‘소유’하고 있으며, 검색 결과에 경쟁사 서비스보다 자사 서비스가 더 잘 연결되도록 했는지가 쟁점이다. 예를 들어, 식당 리뷰를 표시할 때 옐프(Yelp)보다 구글 리뷰를 더 잘 보이게 만드는 것 등이다.
애플은 앱 스토어를 소유함으로써 부당하게 사용자들이 경쟁 서비스가 아닌 애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는지가 주요 조사 대상이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 대신 애플 뮤직을 사용하게 하는 것 등이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우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전통적인 컴퓨터 및 노트북에서 사용되는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넷셰어(Netshare) 통계에 따르면, 7월 기준, 이 디바이스에서 윈도우의 점유율은 87%이며, 맥OS는 10% 미만이고 나머지가 리눅스, 크롬 등이 차지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이 각자의 영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을 넘는 이런 독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우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윈도우가 이제 기술 영향력 측면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하면, 윈도우는 윈도우일 뿐이다. 이것이 사람들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계로 끌어오는 데 많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윈도우의 시장 독점에도 불구하고 기본 탑재된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의 점유율은 구글 크롬에 한참 뒤처진다.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데스크톱과 노트북 브라우저 중 크롬의 점유율은 71%에 육박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Edge)와 IE는 합쳐서 9%에 불과하다.
또한, 윈도우 사용자들이 꼭 윈도우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속 앱들이 그다지 유용하거나 뛰어나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의 독점력을 경쟁 우위를 점하거나 기술 업계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부에선 이것이 10여 년간 지속한 반독점 소송에 지쳤기 때문에 생긴 변화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트너의 리서치 담당 수석 부사장인 에드 앤더슨은 뉴욕타임즈 측에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겪은 모든 것이 마이크로소프트를 형성했다. 더 협업적이고, 덜 공격적이고, 덜 약탈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쓴 뉴욕타임즈의 기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부에 길들여져서 “멋지지 않다”고 덧붙이면서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느리게 움직이고 경쟁자들보다 적게 깨트린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도 윈도우는 회사의 미래와 관련성이 떨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기능 업그레이드를 기존 연 2회에서 연 1회로 줄였고, 유휴 리소스를 미래에 더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윈도우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캐시 카우(cash cow)도 아니다. 최근 실적 보고서를 보면,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세그먼트(Intelligent Cloud Segment)가 윈도우가 포함된 부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일으켰다.
정리하자면, 윈도우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요한 매출원이지만, 기술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줄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여기에 투입되는 자원을 줄여 클라우드 같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사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시총이 높은 기업이 된 흐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