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이렇게 꼭 필요한 구형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고수하는 것이 필자만은 아니다. 포레스터 수석 부사장 겸 연구 책임자 알렌 본드는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자리를 잡지 못한 분야에서는 오래된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신형 시스템으로 바꿀 때의 위험이 있거나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본드는 “소규모 회사에 이러한 행동이 많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의료나 정부 부문 등에서도 디지털적으로 덜 성숙한 회사들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필자는 아직 구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친구와 동료 수십 명에게 물어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으며 과거에 같이 일했던 고객 및 기업 수십 곳에 문의해 보았다. 아직 구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서 ‘익명을 전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즐겨 쓰던 구형 프로그램을 갑자기 못 쓰게 되었다면 “윈도우 10은 [구형 프로그램 이름]과 호환되는가?”, 즉, “윈도우 10은 디베이스 III+와 호환되는가?”와 같은 문장으로 온라인 검색을 해 보자. 현재 윈도우 버전으로 구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사이트를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용자가 끈질기게 붙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프로그램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생산성 제품군: 오피스 2003
아직 유통되는 구형 소프트웨어 중에서 가장 크고 널리 사용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03이다. 전사적으로 이 버전의 오피스를 여전히 사용 중인 기업이 아직 있다. 고전적인 메뉴를 사용한 마지막 .doc 버전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2003 이후 버전은 리본 메뉴(.docx 버전)를 쓴다.고전 메뉴는 1987년 IBM에서 개발한 CUA(Common User Access) 표준의 산물이다. 당시 윈도우 전체와 OS/2, MVS/ESA, VM/CMS, 그리고 OS/400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CUA로 결정됐다. 파일, 저장, 종료, 인쇄, 잘라내기, 복사, 붙여넣기, 보기, 도움말 등 수백 가지의 명령어는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똑같은 디자인을 따라야 했다.
CUA 표준 덕분에 새로운 윈도우 및 OS/2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을 배우기가 쉬웠다. 메뉴와 대화 상자, 키보드 바로가기 등이 모두 비슷했기 때문이다. 또한, 잘라내기, 복사, 붙여넣기에 해당하는 키 조합(Ctrl+X, Ctrl+C, Ctrl+V)이 워드, 엑셀, 포토샵, 코렐 페인트, 퀵큰(Quicken) 등 수백 가지의 프로그램에서 똑같이 적용되는 것도 CUA 표준 덕분이다.
그러다가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본 메뉴로 옮겨 갔다. 어찌나 많은 사용자들이 질색했는지 여러 업체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고전 메뉴” 애드인 프로그램(예: 애드 인 툴즈, 유빗 메뉴(UBit Menu), 오피스 클래식 메뉴 등등)을 만들어 줄 정도였다. 이러한 애드인 프로그램도 나름대로 한계가 있지만 고전 메뉴를 쓸 수만 있다면 개의치 않는다는 사용자가 (필자의 소식통에 따르면) 수천 명에 달한다.
미국 솔트 레이크 카운티 출신의 한 동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를, 왼손으로는 바로가기 키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컴퓨터 작업은 양손잡이라서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도 2배 속도로 일한다. 리본 메뉴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다른 사용자도 똑같은 주장을 펼쳤고 최소한 애드인 도구가 있는 한은 절대 리본 메뉴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이러한 애드인 도구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앞으로도 실적이 우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디베이스 III 플러스와 로터스 1-2-3
현재 시중에 매우 다양한 데이터베이스가 나와 있지만 디베이스 III 플러스와 로터스 1-2-3는 여전히 많은 가정과 소규모 회사에서 널리 사용 중이다. (로터스 1-2-3는 엄밀히 말하면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인데 스프레드시트란 굳이 따지자면 데이터베이스이다.)필자가 문의한 개인들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댔다.
• 소프트웨어에 더 익숙함
• 구성과 사용자 정의가 더 쉬움
• 시스템 자원(메모리, 디스크, 공간, 가상 등) 사용량이 적어 처리 속도가 더 빠름
• 매크로와 프로그래밍이 실제 명령어를 모델로 함
예를 들어, 로터스에서 /FS는 [파일(File)] > [저장(Save)]에 해당하는 명령어이자 매크로 명령어다. 메뉴 명령어를 알고 있다면 로터스에서 매크로를 쉽게 작성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 경험은 전혀 필요 없다. 그리고 메뉴 명령어는 화면 상에 전부 있다. 로터스에는 매크로 기록기도 있다. 같은 스프레드시트 상의 “눈에 안 띄는 위치”에 매크로를 두기 때문에 편집이 간단해진다.
엑셀에서는 매크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본적인 것에는 매크로 기록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복잡한 것을 하거나 매크로를 편집하려고만 해도 비주얼 베이직 지식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머에게는 문제가 안되지만 일반 사용자라면 귀찮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지 않더라도 그냥 소프트웨어가 작동하기를 원할 것이다.
참고: 최근에 이 기사 작성을 위해 정보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것은, 윈도우 8 및 10의 32비트 버전에서도 제어판과 명령어 프롬프트를 통해 몇 가지만 변경해 주면 디베이스III 플러스가 작동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 코렐 드로!와 페인트샵 프로
코렐 드로!(Corel Draw!)와 페인트샵 프로(PaintShop Pro)(예전 철자는 “Paint Shop Pro”)는 물론 여전히 사용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특정 기능과 장점을 계속 누리기 위해 구형 프로그램을 고수하고 있다.예를 들어, 코렐 드로!는 전 버전에서 수백 개의 폰트와 수천 개의 클립 아트 이미지를 제공한다. 단, 오래된 것 중에는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한편, 오래된 기능 중 일부는 사라졌거나 비슷한 기능을 대체되었지만 예전만큼 작동이 잘 되지 않는다.
페인트샵 프로도 버전 5와 7 이상의 신형 버전에서 비슷한 문제가 있다. 큰 손실은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다. 신형 버전 대부분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버전 5와 7에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이용해 한 개의 이미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한 프로그램이지만 일부 애플리케이션에서 효과적이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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