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편집이나 사진 작업에 적합한 노트북은 아니었다. 게이머용 맥북도 당연히 아니었다. 그러나 휴대성을 제일로 치는 맥북임은 분명했다. 1kg도 안 되는 무게에 종이처럼 얇아서 가방에 쏙 들어갔다. (집에 두고 안 가져 왔나 싶을 때도 있을 정도였다.) 반면, 이보다 약간 무겁고 큰 신형 맥북에어는 가방 안에서 존재감이 느껴진다. 필자처럼 샌프란시스코의 비탈길을 노트북(그리고 다른 소지품)을 들고 오르내리며 오후를 보내는 사람에게는 분명 차이가 있다. 노트북을 집에 두고 왔을 상황인데도 알고 보니 갖고 온 적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노트북을 소지 중이라는 것이 기뻤다.
얇다 보니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불평하는 것처럼 큰 불편을 느낀 적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측면에 USB C 포트 하나만 있다는 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불편하다. 이 포트 하나로 주변 장치와 동글, 외부 모니터 연결과 충전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SD 카드에서 파일을 옮기려면 충전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할 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필자는 주로 문서 작성에 사용했기 때문이다(고성능이 필요할 때를 위해 강력한 컴퓨터도 따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어차피 다른 것을 연결할 일이 거의 없었다. 슬림한 애플 매직 마우스2를 주로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포트에 마우스를 끼울 일도 없었다. 다른 맥북 모델처럼 여분의 처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배터리도 매우 오래가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반나절 동안 배터리 소진 걱정 없이 사무실의 시네마 디스플레이를 보조 모니터로 연결해 둘 수 있었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해도 2017년도 맥북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그럭저럭 돌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크롬북에서 떠올리는 휴대성 경험의 많은 부분을 정식 맥OS의 편안함과 다양한 기능으로 구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약간 논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겠다. 비난을 많이 받은 애플의 버터플라이 키보드(입력할 때 딸깍거리는 느낌은 제외)를 필자가 진심으로 좋아한 유일한 맥북 모델이었다. 맥북 키보드의 경사와 거의 바닥에 맞닿은 두께가 이 설계와 완벽히 들어맞아 보였기 때문이다. 키는 필자의 손가락에 맞게 적절히 배치되어 있었고, 손목을 놓은 부분과 트랙패드도 애플의 더 큰 노트북보다 더 감당하기 쉬운 크기였다. 개인적인 타자 경험으로 보면 글 쓰는 사람에게 완벽한 도구였다. 터치 바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터치 바는 애플의 최근 “혁신” 중에서 제일 쓸모 없는 것이다.
현재 맥북 중에서 이 역할을 12인치 맥북만큼 잘 해내는 것이 없다. 때문에 언젠가는 12인치 맥북는 비슷한 제품이 다시 나오기를 바란다. 13인치 맥북 프로와 15인치 맥북 프로는 둘다 크고 무거워서 오래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신형 맥북 에어는 추가 포트가 있고 개선된 키보드가 있고 심지어 터치 ID도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부담감이 느껴질 정도의 크기이다.
필자가 보기에 애플의 모든 맥북은 죄다 옮기기 쉽게 설계된 데스크톱급 컴퓨터인 반면, 실제로 이동 시에 사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미천한 맥북이 유일하다. 맥북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나온 미니멀한 컴퓨터였다. 잔뜩 멋을 낸 부가 기능이 다 배제되었기 때문에 대형 맥북 사촌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명확한 집중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제품군 정비
애플이 이 철학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애플은 이런 미니멀한 경험을 선호하는 사용자가 아이패드를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앞으로 나올 아이패드OS 13에는 아이패드를 맥처럼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변화가 도입된다. 파일 관리와 멀티태스킹 기능이 향상되고 하나밖에 없는 포트에 모든 주변 기기를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맥북과 마찬가지로 아이패드 기본 모델은 매우 얇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어도 있는지 느낄 수조차 없을 정도다. 애플은 맥북 단종 조치를 통해 이 방향으로 단순히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 강요하는 느낌이다.아무리 그래도 아이패드는 맥북이 아니다. 예전보다는 고도의 생산성 작업을 하기가 훨씬 나아졌지만 맥에서처럼 창 여러 개를 띄워 놓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게다가 별 것 아니라고 치부된 마우스 지원에는 단점이 꽤 많다. 아이패드에서 키보드를 이용해 글을 쓰려면 키보드 케이스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케이스를 끼우면 오히려 맥북보다도 부피가 더 큰 기기로 전락하곤 한다. 실제 맥북처럼 편안하게 타이핑할 수 있는 키보드 케이스도 드물다. (그래도 최소한 소음은 더 적다.)
애플이 12인치 맥북에 대단한 변화를 계획한 것이 분명하다. 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은 이름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완벽한 맥북으로 만들 의도였음을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이동을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만 완벽했고 그런 사람조차 더 많은 옵션을 원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맥북이 사라지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애플의 제품군이 재정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 16인치 맥북 프로가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인기 있는 기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필자가 원하는 것을 12인치 맥북처럼 잘 해주지는 못한다. 약간의 반항심과 옛날 방식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버터플라이 키보드가 나오기 전의 맥북 프로 모델을 오랫동안 고수하는 사용자처럼, 필자도 맥북을 새로 사면 그렇게 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