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꿈의 스트리밍 박스 만드나…검색과 AI로 안드로이드 TV 강화
그러나 막상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안드로이드 TV다. 안드로이드 TV는 스마트 TV와 케이블 박스 부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독립적인 스트리밍 플레이어로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엔비디아 실드 TV(Shield TV), 샤오미 미 박스 S(Mi Box S)와 같은 디바이스에는 나름의 틈새 시장이 있고 안드로이드 TV도 나름 항상 흥미로운 아이디어에 충실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스트리밍 시장에서 구글이 크롬캐스트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TV 부문 제품 관리 선임 디렉터인 샬리니 고빌 파이는 2019년에는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고빌 파이는 CES 인터뷰에서 구글이 소비자를 위한 안드로이드 TV 경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했으며,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빌 파이는 “그동안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분야는 케이블 사업자와의 협력 및 스마트 TV 부문이었고 OTT 셋톱박스는 중점을 두는 분야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2019년에는 바뀔 것이다. 최소 세 번째 중점 영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팀, 새로운 아이디어
고빌 파이 자신도 이 변화를 촉발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12년째 구글에 몸담고 있는 고빌 파이는 유튜브 이사로 재직 중에 전 안드로이드 TV 부문 수장인 사샤 프루터가 작년 가을 구글을 떠난 후 그 자리를 물려받았으며, 이후 팀을 이끌고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한 가지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안드로이드 TV가 구글의 검색 엔진과 AI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빌 파이는 “구글의 강점은 검색과 발견에 있다. 이러한 구글의 강점을 활용해서 ‘콘텐츠는 너무 많은데 도대체 뭘 봐야 하지?’라는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TV의 소비자 버전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번째 설계 개편이 진행 중이다. 아직 다양한 접근 방법을 실험 중인 단계인 만큼 어떤 작업이 진행 중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고빌 파이는 결과물이 개인 맞춤형 추천과 관련되며, 손쉬운 시청 측면에서 뒤처진 부분을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글은 홈 화면에서 개별 앱의 콘텐츠 추천과 같은 현재 기능을 수정하거나 일부를 제거할 수도 있다.
고빌 파이는 “목표는 사용자가 볼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는 콘텐츠를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콘텐츠 추천이 도움이 된다면 계속 유지하고, 다른 더 혁신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자 생태계 바로 잡기
새로운 디자인 외에 구글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플랫폼을 지원하도록 앱 개발자를 설득하는 일이다.이전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다이렉TV 나우(DirecTV Now)를 포함한 몇몇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TV 앱을 아예 제공하지 않으며 앱을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서도 일부는 채널 행, 전체 검색과 같은 안드로이드 TV 기능을 무시해왔다. 구글 사진, 유튜브 뮤직과 같은 앱이 안드로이드 TV 플랫폼에 없는 것을 보면 구글 스스로도 안드로이드 TV 지원에 큰 열의가 없었다.
고빌 파이는 문제는 안드로이드 TV 앱에 대한 개발자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사용자 수가 충분하지 않은 데 있다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 TV와 케이블 박스에서 안드로이드 TV를 채택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이 문제가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본다. (구글은 지난 12월 안드로이드 TV 플랫폼 사용자 수가 “수천만 명”이라고 밝혔다.)
고빌 파이는 “안드로이드 TV가 이제 배급이 중요해진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앱 개발자들 사이에서 안드로이드 TV 플랫폼을 위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이 해결하고자 하는 오랜 문제는 앱 지원만이 아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TV가 저렴한 하드웨어에서도 작동하도록 메모리 요구 사항을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고빌 파이에 따르면 구글은 소형 디바이스 제조사가 각 제품에서 안드로이드 TV 앱을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 넷플릭스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채널 마스터 스트림+(Channel Master Stream+)와 같은 디바이스가 어려움을 겪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디바이스는 넷플릭스의 하드웨어 승인을 받지 못했다.) 고빌 파이가 제시한 한 가지 해결책은 넷플릭스가 업체에 관계없이 어느 디바이스라도 승인할 수 있도록 일종의 레퍼런스 설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고빌 파이는 “넷플릭스와 이와 같은 여러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TV에 내장된 크롬캐스트 기능을 활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은 오래된 기능에도 새롭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넷플릭스를 사용할 경우 크롬캐스트를 사용하는 폰을 통해 비디오를 시작하면 실제 리모컨을 사용해서 해당 앱을 조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다른 앱은 크롬캐스트를 통해 비디오를 시작하는 경우 리모컨에서 기초적인 재생 조작 기능만 제공한다. 이는 특히 리모컨을 사용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경우가 많은 라이브 TV 앱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고빌 파이는 “모든 앱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안드로이드 TV가 플랫폼으로서 개발자에게 갖는 장점은 개발자들의 앱이다. 따라서 계속 이 방향으로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롬캐스트의 향방과 하드웨어
구글이 자체 안드로이드 TV 디바이스를 개발 중인지 여부를 고빌 파이에게 묻지 않은 점은 아쉽다(물었다 해도 “할 말이 없다”는 뻔한 답을 들었겠지만). 구글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작업을 완료하면 “픽셀 플레이어(Pixel Player)” 또는 “크롬캐스트 플러스(Chromecast Plus)” 동글 등이 안드로이드 TV가 인기를 얻는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한편 구글은 여전히 JBL과 함께 링크 바(Link Bar)를 개발 중이다. 링크 바는 모든 텔레비전에 안드로이드 TV를 연결하며 구글 어시스턴트 스마트 스피커 기능도 겸비한다. 그동안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고빌 파이는 회사 내부 테스트 팀의 피드백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계획은 내년 상반기 중에 링크 바를 출시하는 것이다.
고빌 파이는 “매우 복잡한 제품이다. 우리가 이 제품에 힘을 쏟는 이유는 실제로 그만큼 뛰어난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 크롬캐스트의 향배가 명확하지 않다. 고빌 파이는 크롬캐스트가 ‘폰 또는 태블릿에서 비디오를 시작하는’ 명확한 사용례에 맞게 설계되며 “변함없이 충실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TV는 크롬캐스트의 기능을 모두 할 수 있고, 더 저렴한 하드웨어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인터뷰에서 크롬캐스트의 미래에 대한 확언을 듣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고빌 파이는 “두 가지의 사용례가 있고, 둘 중에 어느 하나만 원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감안해서 두 제품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필자가 전에 했던 안드로이드 TV의 부활 예상은 빗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 2019년에는 확실히 안드로이드 TV가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