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 맥 미니를 기다린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모델은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을 추가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맥 미니의 재탄생을 기다리며 애플의 상상력과 혁신을 믿어 온 이들의 기대에는 한참 부응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애플이 새롭게 발표한 맥 미니는 8년 전과 다름 없이 가로, 세로 7.7인치, 높이 1.4인치이며, 포트의 위치가 다소 바뀌었고 후면의 통풍구가 다소 커지긴 했지만, 솔직히 기존 맥 미니가 조금 더 까매졌다는 것 외에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럴 거면 대체 왜 4년이나 기다리게 한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로운 맥 미니, 성능은 확실히 개선되었지만…
맥 미니가 애플 제품군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라는 팀 쿡의 약속을 믿고 인내하며 기다려 온 사람이라면, 지난 화요일 발표된 업데이트에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솔직히 순수하게 사양 측면에서만 보자면 확실히 이전 맥 미니보다 나아진 부분이 보인다.
• 쿼드 코어 인텔 코어 i3 및 6코어 코어 i5 또는 i7 프로세서
• 최대 64GB RAM
• 최대 2TB SSD 스토리지
• 4개의 선더볼트3 포트
• 최대10Gb 이더넷
확실히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발전이다.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새로운 맥 미니는 크기는 같으면서 성능은 비약적으로 강력해졌다. 애플 제품으로는 드물게도 구매 후 RAM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쩐지 2018 맥 미니는 혁신이라기 보다는 개선에 가깝게 느껴진다.
4년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애플은 앞으로 4년을 또 겨우 겨우 참으며 기다릴 정도의 ‘최소한의 성의’만을 보였다. 솔직히, 2022년이 되기 전까지 맥 미니에 대한 그 어떤 유의미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어쩌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맥북 프로를 제외하면, 애플의 맥 제품군 업데이트는 상당히 의무적이고 마치 숙제하듯 처리하는 느낌이 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몇 년 동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하듯이 말이다. 신형 맥북 에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새로운 맥 미니를 구매하는 건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이지만, 솔직히 애플이 맥 미니 라인에 많은 신경을 써 줄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로페셔널’의 새로운 정의?
맥 미니에서 바뀐 건 사양뿐만이 아니다. 가격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사실 새로운 맥 미니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도 가격이다. 새로운 맥 미니의 시작가는 799달러로, 기존 시작가인 499달러보다 300달러나 더 비싸졌다. 누가 봐도 소위 프로페셔널 유저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맥 미니를 6코어 코어 i7 CPU에 64GB RAM, 2TB 스토리지 등 최고 사양으로 무장할 경우 (놀랍게도)4,199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맥 미니 한 대 가격이 4,199달러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이건 어처구니 없기도 하지만, 팬들에게는 다소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원래 맥 미니의 의도는 다소 사양은 낮더라도 작고, 가볍고, 저렴한 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크기만 작을 뿐 가격은 결코 가볍지도 귀엽지도 않은, ‘프로를 겨냥한’ 기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애플은 새 맥 미니를 가리켜 ‘일생 일대의 업데이트’라고 했는데, 사실은 그저 어중간한 성능에 가격은 지나치게 비싼 맥이 되었을 뿐이다. 물론 RAM 용량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기기를 다 분해해야 한다. 또한, 스토리지 용량은 추가할 수 없다. 솔직히 이런 면에서는 인텔의 NUC 기기가 훨씬 더 혁신적이다.
성가신 맥 미니를 대충 처리하고 한 쪽에 쓱 밀어 놓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제 직접 가서 맥 미니를 보고, 데모 영상도 봤지만, 이제 맥 미니는 서버 팜이나 맥북 프로와 함께 쓰이는 모습으로만 등장할 뿐 저렴하고 부담 없는 가정용 맥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그래픽 없이는 진짜 전문가용 PC라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8 코어 옵션도, 라데온이나 하다못해 아이리스 플러스 그래픽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설령 맥 미니에 4,000 달러를 지불할 만큼 돈이 많은 (그리고 정신이 나간)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래픽 카드는 어찌됐든 인텔 UHD Graphics 630을 써야 할 것이다. 사실상 Xcode 기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맥 미니는 결국 어디에도 못 끼는 어중간한 기기가 되고 말았다. 부담 없는 가정용 맥이 되기에는 너무 비싸고, 진짜 전문가용 기기가 되기에는 사양이 한참 부족하다. 게다가 애플은 아마 아이폰 13 정도가 나오고 나서야 맥 미니를 업데이트 해 줄까 말까 한 눈치다.
진짜 ‘맥 프로’를 기다리며…
이번에 맥 미니가 업데이트 되면서, 이제 맥 프로가 가장 오래 방치된(?) 맥이 되었다. 맥 프로는 2013년 출시된 이후 약간의 속도 개선과 같은 사소한 변화를 제외하면 거의 정체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래도 내년 즈음에는 새로운 모듈러 맥 프로가 출시될 것이라는 애플의 거듭된 약속이 있었으니,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식이면 맥 프로도 실망스럽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물론 내놓을 때는 최신 제온 프로세서에 RAM, 든든한 용량의 스토리지를 장착해 내놓겠지만, 정말 ‘프로’ 사용자가 원하는 혁신적 변화와 유용성을 제공할 수 있을까? 애플의 연구 개발 예산이 아이폰, 아이패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이번 맥 미니 업데이트를 보면, 맥 프로라고 해서 크게 신경 쓸 것 같지는 않다. 사양이야 나쁘지 않은, 아니 훌륭한 축에 속하겠지만, 제품의 핵심이 되는 디자인과 컨셉이 그대로라면, 업데이트가 4년씩이나 걸릴 이유가 무엇인가?
상황이 이러니, 내년에 출시될 맥 프로의 상태가 벌써부터 걱정되는 걸 기우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동안은 애플의 맥 라인 업데이트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만큼 근본적인 변화와 재해석, 완벽에 완벽을 더하기 위한 노력 때문일 것이라 믿고 기다렸지만, 이번 맥 미니 업데이트를 보고 필자의 마음은 회의적으로 돌아섰다. 맥 프로 업데이트에 있어서도, 사용자에게 사양은 두 번째 고려 사항일 뿐이다. 정말 기대하는 것은 우리를 놀라고, 감탄하게 만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그저 케이스를 조금 바꾸고, 선더볼트 3 포트를 몇 개 더해서 새로운 맥 프로라고 내놓는 것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한때 애플의 맥 업데이트는 모든 이의 탄성을 자아내고, 업계 전체의 트렌드를 결정하는 기대되는 이벤트였다. 뭐, 요즘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그런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나 맥 미니의 실망스러운 귀환을 보고 나니, 이제는 애플의 업데이트에 예전 같은 기대는 하지 않게 될 것 같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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