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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와 관련한 논란과 배경

이대영 기자  | ITWorld 2017.11.24
현재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Net Neutrality) 관련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망 중립성 반대론자인 미 FCC 위원장 아지트 파이가 오바마 전 정권 때 만든 망 중립성 규칙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21일 발표한 것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망을 중립적이고 개방된 상태로 유지해 최종 사용자나 콘텐츠 업체의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을 보장하는 원칙으로, 2003년 컬럼비아 대학 팀 우 교수가 발의한 개념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을 공공재로 파악하면서 모든 이들이 차별없이 동등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기인한 것으로, 인터넷 시대 초반에는 통신업체를 제외한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일반적으로 통신업체의 트래픽 관리 투명성,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차단 금지, 모든 트래픽을 동일하게 처리해야 하는 차별 금지, 트래픽 관리 권한 일부 허용, 모든 최종 사용자가 서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하는 접근성 등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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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사용자와 기업들은 월정액만으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했으며,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등장했으며, 관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들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알리바바, 그리고 넷플릭스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엔씨소프트 등을 위시한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각 통신업체들은 자사의 네트워크를 확산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망 중립성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반대하면서 인터넷 기업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실력 행사를 해왔다. 그럴 때마다 망 중립성에 대한 찬반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미국이나 EU 등 각국은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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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 후반,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함에 따라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즉, 통신업체들은 트래픽을 많이 발생하는 업체가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엄청난 비용 투자를 통해 망을 구축한 것은 자신들인데, 이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다른 기업이라는 점에 분개했다.

망 중립성에 대해 찬성하는 대표적인 진영은 당연히 인터넷을 통해 비즈니스를 키워온 인터넷 업체들과 일반 사용자들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업체의 대표격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행보는 조금 다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망 중립성을 고수하고 있지만 자체 서비스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을 거스르기 시작했고, 특히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통신업체와 비슷한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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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글과 버라이즌은 공동으로 망 중립성 강화를 제안하면서 인터넷과 분리된 차별화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웹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성능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겉보기에는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동통신에 대해서는 사실상 망 중립성 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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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업체들은 유선통신업체들이 망 중립성으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빼앗기는 것을 지켜봐왔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규제당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데이터 요금제와 약정 기간이라는 록인 전략을 통해 반경쟁적인 시장 환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유선망에서는 실패했던, 이동통신망을 통해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제공업체들에게 추가요금을 지불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통신업체들에게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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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또한 구글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걷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2015년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통신 시설이 낙후된 지역 사람들을 위해 'internet.org'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삼성, 에릭슨, 미디어텍, 오페라 소프트웨어, 노키아, 퀄컴이 참여한 internet.org는 '모두가 인터넷으로 함께 연결된 세상'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고,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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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현실적으로 '제한된 인터넷 서비스'에만 접속할 수 있게 되어 망 중립성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사용자들은 이 단체의 취지에 맞는 인터넷을 처음 경험하는 이들이 아니라 인터넷 비용을 아끼려는 기존 사용자라는 점이며, 무엇보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인터넷은 열린 인터넷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선별한 여러 개의 사이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이동통신 시장에서 망 중립성과 연계를 끊은 통신업체들은 유선망 자체에서도 망 중립성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물론 이들은 망 중립성을 직접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 개방성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 망 중립성은 정부의 규제라고 주장하는 논리를 펼치는 한편 막대한 로비를 통해 정치권, 법조계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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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시 미 행정부는 2015년 망 중립성의 원칙(Net Neutrality Rules) 법안을 재정하는 등 통신업체의 망 중립성 폐지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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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6년 미국 의회 상원 다수를 공화당이 차지하고 행정부 수반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바뀌면서 망 중립성 원칙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 공화당은 오래 전부터 망 중립성 폐지를 주장하는 통신업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데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망 중립성의 대표적인 반대론자인 아지트 파이를 FC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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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FCC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내용의 최종안을 공개하고 12월 14일 최종 표결에 부친다고 밝혔다. FCC 위원장 아지트 파이는 "이 규정 폐지의 목적은 미 연방 정부가 더 이상 인터넷을 세세하게 관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파이는 성명서에서 "대신 FCC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게 운영의 투명성만 요구하게 된다. 이로써 소비자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 상품을 선택하고 기업가와 기타 소규모 업체는 혁신에 필요한 기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 원칙 폐지안은 12월 14일 위원회에서 5명의 위원이 각 정당 방침에 따라 투표하게 되면 3 : 2로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IT 종사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망 중립성에 대해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언으로 인해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망 중립성 지지론자들은 폐지로 인해 닥쳐올 여러가지 여파들을 제시하고 있다. 망 중립성의 폐지로 인해 닥쳐올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 통신업체의 트래픽 속도 조절, 통행세 요구
- 스트리밍 데이터가 지배하고 데이터 요금제 가능성
- 버림받는 토르, 제한된 속도로 무용지물
-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네트워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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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A 측정이 힘들어짐
- 클라우드 비용 상승과 수많은 소송
- 망 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
- "비상 트래픽"의 등장으로 일반 사용자는 후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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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통신 시장에서는 그리 걱정할 요소는 아니다. 국내 통신과 관련한 기본법은 전기통신사업법인데, 2007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이미 망 중립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형식적으로는 망 중립성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세부 사항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망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항들이 많다. 특히 국내 시장은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로 구분되어 있는데, 기간통신사업자는 자체적인 유무선 망을 보유하고 있는 통신 3사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현재 법적으로 별정통신은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이며, 기간 통신사가 자선(?)을 베풀어야만 그나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통신사간 상호 접속료 산정기준이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망 중립성 폐지로 인해 우려하는 사항들은 국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오래 전부터 국내 일반 사용자들은 PC 방보다 느린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년 전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통신업체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국내 통신 3사는 지금껏 소리없이 행해오던 특정 사이트 트래픽 제한과 같은 인위적인 트래픽 관리를 공공연히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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