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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의 단점만 예쁘게 모아 놓은” 앤디 루빈의 에센셜 폰

Michael Simon | PCWorld 2017.06.05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어떤 안드로이드 폰 업체가 나타나서 소비자가 늘 원하는 속도, 멋진 외양, 성능 등 모든 것을 약속하는 고급 핸드폰을 새롭게 내놓는다는 소식이다. 이번 얘기의 주인공은 앤디 루빈의 에센셜 폰(Essential Phone)이다. 힘들게 번 수백 달러로 최신 핸드폰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안드로이드 경험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

에센셜 폰은 화려한 기능과 잘 빠진 곡선에도 불구하고, 다른 언락폰(unlocked phone)들과 다를 바 없는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운영체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허울 뿐인 생태계, 한정된 통신사 지원 때문이다.

게다가 헤드폰 잭도 없다.

루빈이 새로 선 보인 폰은 보기에 화려한 첨단 기술의 집약체일지는 모르지만, 그 동안 대대적인 선전에도 불구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던 수많은 안드로이드 폰들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에센셜 폰은 다르다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기술의 폭주
에센셜 폰은 미래에서 온 원형폰이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이미 예전에 나온 적 있는 기능들이었고 그 결과도 서로 달랐다. 자석 모듈 연결관은 LG G5에서는 실패작이었지만 모토 Z(Moto Z)에서는 그나마 약간 성공적이었다. 얇고 비대칭적인 베젤은 미 믹스(Mi Mix)를 연상시킨다. (그 이상한 카메라 컷아웃 (cutout)이 굳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얇다고는 하지만, 듀얼 시스템 그 자체는 요즘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가정용 보조 스피커이다. 보기에는 환상적이고 에센셜 측에 따르면 새 기기 및 기존 기기에 자동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시리(Siri),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알렉사(Alexa)도 지원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가정용 스피커인 듯 하다.

에센셜 생태계의 구성 요소가 이론 상으로는 완비되어 있지만 그저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루빈은 30일 이내에 출고를 기대하고 있지만 확정된 출시일이 없고, 현재 사전 주문 가능한 모델은 한 가지 뿐이다. 가정용 스피커는 가격도 없고 대강이나마 출시 예정일도 없는지라 폰보다도 출시가 요원하다. 그렇다고 해서 에센셜 폰이 개발 중이라는 광고만 요란하고 결국 완성되지는 않는 베이퍼웨어(vaporware)가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만일 루빈의 이름값이 없었다면 매우 회의적이었을 것이다. 폰 자체도 그렇고 고가 모델도 그렇고,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아 보이는 가정용 스피커도 그렇게 에센셜에서 르에코(LeEco)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다시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센셜은 애초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신사 지원의 한계
안드로이드 세계에서 갤럭시 S(Galaxy S) 폰이 단연 인기 최고인 이유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통신 대리점이나 주요 매장에 들어가도 갤럭시 S8이 (주로 아이폰 바로 옆에) 크게 진열된 것을 볼 수 있다. 픽셀(Pixel)이라면 어림도 없다.

안드로이드 팬이라면 언락폰을 원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아직도 매장에 직접 가서 직접 폰을 구입한다. 에센셜 측에서는 모든 통신사에서 사용 가능한 폰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통화 기능 이외의 어떤 기능까지 가능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무선통신 업체들은 에센셜 폰에 일부 지원 불가능한 기능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이미 경고하고 있다.

700달러나 주고 새로 사는 폰이라면 기존 통신망에서 제대로 작동된다는 보장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루빈은 광범위한 통신업체 지원을 기대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와 똑같은 기대를 했던 중국의 화웨이(Huawei)와 샤오미(Xiaomi)도 여러 해 동안 좌절을 겪었다. 구글의 언락폰이 광범위한 통신 업체 지원이 없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센셜이 비록 맞는 밴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일을 해낼 것이라 상상하기는 어렵다.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부분
에센셜 폰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가장 궁금한 것은 배터리 지속 시간이다. 갤럭시 S8과 비슷한 크기의 3,040mAh 배터리인데 지속 시간에 대한 홍보 내용을 에센셜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실 배터리에 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 사양 시트를 뒤져봐야 겨우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운영체제이다.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운영체제도 에센셜 사이트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사양 페이지의 시스템 아키텍처/OS 섹션에 안드로이드를 구동한다는 말만 나와 있을 뿐이다. 루빈은 인터뷰에서 에센셜 폰이 “블로트웨어(bloatware)나 맞춤 인터페이스가 없는 순수한” 누가(Nougat) 7.1.1 버전을 구동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듣기에는 환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업데이트는 어떨지 의문이다. 픽셀이 안드로이드 O를 갖게 되는 시기에 맞춰 에센셜 폰도 안드로이드 O를 갖게 될 것인가? 에센셜은 드디어 빠른 업데이트와 부드러운 성능을 제공하는 타사폰으로써 제2의 구글 폰이 될 것인가?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에 관한 한 픽셀은 판을 바꾸었다. 구글의 탁월한 기술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멋지게 결합된 첫번째 폰이었다. OS 성능에 있어 이에 필적하는 폰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점만으로도 에센셜 폰은 현존하는 최고의 안드로이드 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루빈이 지휘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신생 폰 제조업체가 이를 제대로 해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LG와 삼성과 같은 대형회사가 그 동안 그토록 많은 어려움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빗나간 계획
에센셜의 신형 폰은 많은 것들을 약속하고 있지만 그 중에 헤드폰 잭은 없다. 그 대신 아이폰 7 식의 USB-C 동글이 제공된다.

애플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는지 모르지만(물론 아이폰 7의 매출이 아주 높았던 것은 아니다) 에센셜에게는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불필요한 장애물에 불과하다. 다른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를 살펴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예를 들어, HTC는 자사의 U시리즈 폰에서 비슷한 노선을 채택했다. 훌륭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U 울트라(U Ultra)의 매출은 시원치 않았다. 에센셜 측에서는 헤드폰 잭을 없앤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하다 못해 그럴 듯한 핑계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단순함을 추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단순함이라면 에센셜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분야이다. 로고도 없고 베젤도 거의 없다시피 한 루빈의 최신 폰은 가히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라 할만 하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앞서 제기한 문제들 중 최소한 일부라도 해결할 수 없다면, 문제 있는 고급 안드로이드 폰을 또 하나 내놓는 것이 과연 안드로이드의 미래에 꼭 필요한 것일까?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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