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구글, 애플, MS가 구현한 PC의 미래
신형 맥북 프로는 한술 더 뜬다. USB 포트는 물론 SD카드 리더기, 심지어 충전 포트(그리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맥세이프 커넥터까지!)를 과감하게 없앴다. USB C 커넥터로 병용할 수 있는 썬더볼트 3 포트가 충전 포트, 데이터 포트, 외장 디스플레이 포트 역할을 전부 대신하게 됐다.
물론 각종 포트와 리더기들이 사라지면서 공포의 ‘동글 공포 시대’가 닥친 것은 사실이다. 특수 케이블과 컨버터 ‘동글’을 별도로 구매해야만 노트북에서 주변 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고, HDMI, VGA, 심지어 썬더볼트 2 포트를 사용하는 기존의 다른 기기도 역시 어댑터로 연결해야 한다.
심지어 한쪽은 라이트닝, 한쪽은 USB인 케이블과 함께 출고되는 아이폰 7 조차도 온라인 애플 스토어에서 별도로 25달러를 지불하고 라이트닝-USB C 케이블을 구매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애플 제품을 여러 개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집에 있는 동글을 이어 붙여 줄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사용자들이 추가적인 지출과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이런 ‘동글 공포 시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변화의 과정이다. 썬더볼트 3을 사용하면 동일 포트에서 여러 기기로 데이지체인이 가능하며 신형 맥북 프로를 지원하는 대형 LG 5K 디스플레이에도 충분할 정도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또 USB-C 표준은 USB-A 표준보다 사용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훨씬 앞서 있기도 하다.
이처럼 맥북 프로는 다양한 분야 전반에 걸쳐 기존의 것을 비틀고, 개선하고, 변화시켰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터치 바 기능이다. 작업 상황에 맞는 기능을 제공하는, 터치스크린 버전의 기능키라고 할 수 있다. 사용 중인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버튼이나 기능이 바뀌며, 앱 개발자들이 개별 앱에 적용될 터치 바 디자인 및 구동 방식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신제품 출시로 애플은 비밀번호, Fn 키, ESC 키, 충전 전용 포트, USB-A 포트, 그리고 SD 카드를 일거에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노트북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두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하나는 맥에 있어서의 터치스크린 기술 도입이고(물론 아직까지는 키보드 위에 한 줄의 터치 바를 추가했을 뿐이지만, 어쨌든 맥에 터치 디스플레이가 추가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솔리드 스테이트의 온-스크린 키보드 개념이다. 아직까지 쿼티 자판에까지 터치 개념이 도입되지는 못했지만 미래에는 그것이 가능해질 지도 모른다.
이들은 모두 미래의(클램쉘 힌지를 제외하고는 가동 부분이 전혀 없는) 솔리드 스테이트 맥북 구현을 위한 변화의 첫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의 맥북은 스크린과 키보드가 모두 터치 스크린으로 구성된 모습이 될 것이다. 13인치 신형 맥북 프로의 가격은 1,799달러, 15인치 모델은 2,399달러다.
애플은 신형 맥북 프로와 함께 완고한 사용자들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새로운 미래로 안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스튜디오
사용자의 현재 : 냉전 시대 이래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WIMP(Windows, Icons, Menus, and Pointing devices) 형식 PC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미래 :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스튜디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주 서피스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신형 PC를 공개했다.
대각선 길이 28인치의 대형 스크린은 192 ppi 해상도를 자랑하며 베젤 크기를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0.5인치보다 얇은 서피스 스튜디오가 같은 사이즈대의 LCD 모니터 중 가장 얇다고 자부했다. 모니터는 심플한 디자인의 크롬 받침대로 지지된다.
“제로 그래비티” 힌지를 탑재해 스크린을 직각에서 거의 수평에 가까운 각도까지 눕힐 수 있다. 최대 70도까지 기울일 수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각도가 드로잉이나 디자인 같은 작업에 최적의 각도라고 말한다. “제로 그래비티”라는 이름은 스크린 각도를 조절하는 데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는 부드러운 컨트롤이 가능해 붙은 이름이다.
팜 리젝션 기능(펜으로 스크린에 뭔가를 쓸 때 터치 스크린이 사용자의 손이나 팔은 인풋으로 인식하지 않고 펜으로 입력되는 정보만을 인풋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기능)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손바닥뿐만 아니라 팔 전체를 편하게 스크린에 올려 놓고 작업해도 얼마든지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작업이 가능하다.
기존의 WIMP 모델 PC의 경우 모니터와 더불어 주변 기기들이 책상 위에 공간을 차지해왔다. 때문에 문서나 이미지 등 작업 내용은 화면 상에서 보면서도 그런 작업은 실제로 책상 위의 키보드나 마우스로 이루어지는 괴리가 있다. 그러나 서피스 스튜디오같은 차세대 PC로는 이 모든 작업을 화면 위에서 바로 완성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주 발표된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다이얼이었다. 하키 퍽처럼 생긴 이 납작하고 동그란 기기는 터치 스크린에서의 작업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촉각적 피드백을 함께 선사한다.
일반적인 윈도우 10 PC나 노트북에서도 주변 기기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특히 서피스 프로에서는 스크린 위에 바로 올려놓고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니터 위에 다이얼을 올려 놓고 드로잉 앱을 실행할 경우 다이얼 주변으로 컬러 팔레트 같은 인터페이스가 펼쳐지는 방식이다.
스튜디오를 구매하면 다이얼을 지원하는 일곱 개 앱을 이용할 수 있는데 CAD 앱, 몇 가지 PDF 관련 앱과 음악 작곡 앱, 그리고 일러스트레이션 앱이 포함된다. 개중에는 2D 드로잉을 3D로 바꿔주는 앱도 있다.
하지만 다이얼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별도의 조정 없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윈도우 10에서는 스크롤, 줌, 선택, 실행 취소, 빨리 감기, 되감기, 볼륨 조절 및 각종 인터페이스 관련 작업을 다이얼로 할 수 있다.
서피스 스튜디오에서는 기존의 서피스 펜을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이얼과 펜을 함께 사용한다면 일러스트레이터들이나 각종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전문가들에게 전혀 새로운 작업 경험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다이얼은 AA 배터리 두 개를 넣으면 1년 가까이 사용 가능하다. 11월 10일 99달러로 출고될 예정이지만, 서피스 스튜디오를 사전 주문할 경우 무료로 출고된다.
‘다이얼’은 미래의 주변 장치들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머지 않아 키보드 역시 스크린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고, 메시지, 이메일, 문서 등 타이핑 하는 모든 것들은 키보드 바로 위에서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스크린 위에 올려 놓으면 자동으로 그 안에 있던 사진이 스크린 위로 ‘쏟아지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부담스런 가격(최소 2,999달러부터 최대 4,199달러까지)이나 게임용으로는 부족한 컴퓨팅 파워, 비슷한 사이즈의 아이맥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스크린 해상도 등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서피스 스튜디오는 그런 ‘사양’이나 숫자가 중요한 컴퓨터가 아니다.
사용자의 물리적 작업 공간 자체를 컴퓨터로 옮겨 온다는 것, 모든 주변 기기와 문서들을 실물 크기로 화면 위로 가져 옴으로써 디지털 콘텐츠 제작 작업에 좀 더 현실감과 생동감을 부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눈은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손은 트랙패드나 키보드, 태블릿 위를 배회하던 시절이 과거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피스 스튜디오가 제안하는 미래의 컴퓨터는 화면에서 모든 요소를 터치하고, 움직이고, 배열해 새로운 창조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컴퓨터용 책상 위에 자리를 차지한 모니터와 서류 더미들, 덕지덕지 붙어 있던 포스트 잇 노트, 시야를 방해하고 정신을 사납게 하는 책 등을 모두 디지털 세계로 옮겨 놓고, 그럼에도 아날로그 세계에서와 같은 수준의 작업 편의와 효율성을 보장하는 컴퓨팅이 바로 서피스 스튜디오가 제안하는 컨셉이다. 사용자는 여전히 책과 서류, 포스트 잇 메모를 보며 작업을 하게 되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사무실 책상 위에 어지럽고 난잡하게 굴러다니는 대신 컴퓨터 화면 안에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향후 서피스 스튜디오와 비슷한 컨셉의, 더 큰 크기의 PC가 출시된다면 데스크탑 PC 뿐 아니라 ‘데스크’ 자체도 불필요한 개념이 될 수도 있다. 서피스 스튜디오는 현재 연말연시 시즌에 맞춰 한정 수량으로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약 9년 전쯤, 필자는 이 칼럼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과 ‘아이폰’이라는 거인을 이길 수 있을까?”
마침내 이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WIMP 모델에서 벗어나 대형 태블릿 모델로 이전해 갈 수 있는 변화의 경로를 업계 전체에 제시했다.
구글은 기업 회의 장소를 사무실이 아닌 클라우드로 바꿔 놓았고, 애플은 각종 ‘포트’들을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PC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모든 일이 단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당장의 변화가 반가운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이들이 제시하는 PC의 미래를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된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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