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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갤럭시 노트 7의 홍채 스캐너가 쓸모없는 이유

JR Raphael | Computerworld 2016.08.09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몰라도 필자는 과학 소설에나 나옴직한 신기한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 분위기에 맞춰 자동으로 밝기가 조정되는 조명, 적당한 시간과 장소에서 작동하는 상기 기능, 실제로 떠서 가는 호버보드 등…

물론, 마지막 것은 영화 속 이야기일 뿐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정말 나온다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당장 달려가서 확인할 것이다.

이렇게 미래 지향적인 기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필자도 그동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어떤 개념이 표면적으로 그럴듯해 보인다 해도 현실에서 유용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눈길을 잡아 끄는 신기함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실용적인 가치다.

삼성이 새로 출시한 갤럭시 노트 7 폰의 대표적인 기능,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활용될 것이 분명한 홍채 인식 기능을 보면 그 신기함과 실용성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스마트폰에서 이보다 더 SF적인 기능도 없다. 기기의 화면을 쳐다보기만 하면 기기가 사용자의 눈을 검사해서 승인된 소유자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소유자의 눈이 맞다고 판정되면 즉각 사용 권한이 부여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발 밑의 작은 문이 열리면서 바로 불타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일 같은 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멋진 기능인가? 당연하다. 하지만 실용적일까? 잘 모르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홍채 스캐너는 분명 신기하지만 이 형태로는 사용하기가 너무 귀찮다. 스마트폰 보안 영역의 특징은 아주 사소한 성가심만 발생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찮아"라며 외면한다는 것이다.

노트 7의 홍채 스캐너를 사용할 경우 폰의 잠금을 해제하려고 할 때마다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잠깐 생각해 보자. 먼저, 기기의 디스플레이를 켜야 한다. 그 다음, 화면을 위로 밀어 올려 스캐닝 시스템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그 다음, 눈과 정렬되도록 폰을 정확히 위치시켜야 한다. 어두운 방 안에 있는 경우(또는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한 경우) 여러 번 시도해야 할 수도 있고, 아예 인식이 안 될 수도 있다. 인식에 실패한다면 결국 백업용 패스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이제 비교를 위해 지문 스캐너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손가락으로 스캐너를 터치하고(삼성 기기의 경우 터치와 동시에 누름) 1초도 안 되는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그게 끝이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너무 게을러진 것일 수도 있고, 기대치가 비현실적으로 높아지고 지나치게 성급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석하든, 현실은 폰을 사용하기 위한 부가적인 조작에 소요되는 몇 초는 영원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권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 귀찮음을 피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한다. 특히 잠금 해제가 얼마나 수시로 이루어지는 작업인지 고려해 보면 선택은 더욱 확실하다.

알카텔(Alcatel)이라는 안드로이드 제조업체가 지난 봄에 아이돌(Idol) 3 폰에 이와 비슷한 안구 스캔 기능을 넣었을 때도 필자는 똑같은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현재 노트 7을 평가 중인 리뷰어들도 동일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 명료하다. 모바일 보안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편리함이 핵심이다. 무언가가 지나친 귀찮음을 유발한다면 우리 현대의 인간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구글이 고심 끝에 스마트 잠금(Smart Lock)과 같은 기능을 안드로이드에 구현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능이 없으면 기기 보호를 아예 포기할 사용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기를 이용할 때마다 패턴에 따라 손가락을 밀어야 한다고? 말도 안 돼!)

같은 이유로, 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홍채 스케너를 장기적으로 계속 사용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의 방식대로 사용해야 한다면 말이다. 물론 이 기능은 서류상으로 볼 때 멋지고, 처음 사용하면 마치 첩보원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신기함은 결국 편리함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어떤 보안 수단이 얼마나 효과적이든, 그 효과는 실제로 사용자가 사용해야만 발휘된다는 것, 변치 않는 진리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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