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ㆍAR / 퍼스널 컴퓨팅

글로벌 칼럼ㅣ애플의 야심 찬 ‘비전 프로’, 지울 수 없는 ‘홀로렌즈’라는 기시감 

Mark Hachman | PCWorld 2023.06.08
허공에 고정할 수 있는 창부터 3차원 공룡, 화상통화, 땅에서 솟아오르는 3D 성까지... 애플 ‘비전 프로(Vision Pro)’의 기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출시됐을 때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애플은 이미 있는 기술을 재포장하기로 유명한 데, 지난 월요일 WWDC 2023에서의 ‘비전 프로’ 발표는 그 사실을 새삼 적나라하게 일깨워 줬다.
 
ⓒApple

애플 경영진은 수년 동안 AR/VR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보도됐던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애플 직원조차 비전 프로 출시를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전 프로가 실제로 어떤 제품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애플은 맥 스튜디오와 새로운 15인치 맥북 에어를 선보이면서 상세한 사양도 함께 제공했지만, 비전 프로는 아니었다. 한쪽 눈당 1,200만 개 이상의 픽셀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공개됐지만, 주사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 애플은 헤드셋에서 배터리 팩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을 조심스럽게 숨겼는데, 어쨌든 배터리 수명은 2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애플 특유의 사치스러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전 프로의 가격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를 개발자용 기기로 출시하면서 3,000달러라는 까마득한 가격표를 붙였다. 애플은 개발자용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3,499달러’는 사실상 일반적인 맥 소비자를 겨냥한 가격대는 아니다.
 
애플 비전 프로 ⓒApple

비전 프로는 깊이 카메라를 사용해 실내를 매핑하는 센서가 장착된 증강현실 헤드셋이다. 다이얼을 돌려 가상현실로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비전 프로는 사용자의 눈을 추적하고, 아래쪽을 향하는 외부 카메라는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클릭’을 하는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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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비전 프로의 기능 측면에서 매우 일반적인 접근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볼 수 있는가? 물론이다. 스페이스톱(Spacetop) AR 노트북처럼 오피스(Office)에서 작업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 라이트룸(Lightroom)을 사용해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가? 안될 이유가 없다. 페이스타임은? 당연히 가능하며, 아바타로 변신하는 기능까지 포함된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WWDC 무대에 올라 AR 환경에서 디즈니+를 시청하는 컨셉트 영상과 디즈니랜드 메인 스트리트 USA의 AR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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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는 엔터테인먼트용 기기인가? 아니면 생산성 기기인가? ⓒApple

모두 좋다. 다만 기존 홀로렌즈와 비교했을 때, 애플 비전 프로가 제시하는 미래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홀로렌즈: 역사상 최고의 데모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 출시를 실시간 스트리밍하지 않았다. 직접 체험해 본 것만 설명할 수 있었고, 필자가 아는 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 사용 환경에 관한 상세한 설명서도 내놓지 않았다. 실내 여기저기에 홀로그램을 배치하고, 벽에 비디오 창을 고정하는 등의 홀로렌즈 데모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최고의 데모 중 하나였다. 마인크래프트 데모는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홀로렌즈를 통해 평범한 거실이 TNT(폭발 블록)를 터뜨리고 광산을 파는 마인크래프트 세트로 바뀌었다. E3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데모를 보면 비전 프로의 오프닝 스냅샷이 연상된다.
 


이 밖에 참가자가 고정된 스카이프 창을 통해 도움을 받으면서 실제 전등을 교체하는 데모, AR 버전의 화성 위를 걷는 데모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 버전의 마인크래프트를 포함해 이 모든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홀로렌즈는 아직도 필자의 사무실에 있다. 2019년에는 홀로렌즈를 몇 시간 동안 써보고 다시 리뷰하기도 했다. 몇몇 애플리케이션은 그 당시에도 놀라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홀로렌즈 버전의 마인크래프트를 버렸는지는 몰라도, 컨커스 배드 퍼 데이(Conker’s Bad Fur Day)라는 비슷한 앱은 깊이 카메라를 사용해 실제 바닥, 책상, 의자에 AR ‘레벨’을 만들었다.

홀로렌즈로 직접 촬영한 이 영상은 당시에도 가능했던 경험의 일부를 보여준다. 가장 큰 장애물은 좁은 시야각이었다. 제한된 시야각 때문에 AR이 완전히 몰입적인 경험보다는 작은 창을 들여다보는 경험에 가까웠다.
 


경쟁 제품인 1,500달러의 ‘메타 퀘스트 프로(Meta Quest Pro)’ 역시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적어도 자신이 메타버스라고 명명한 것을 중심으로 회사의 방향을 전환했다(현재 메타는 AI에 다시 초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지만). 

애플은 소비자가 비전 프로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개발자가 답을 찾아주길 바라는 듯한 모습이다. 이 전략은 과거에 통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애플 워치다. 애플 워치가 어떤 용도로 좋을지 알려줬던 것은 사실상 소비자와 개발자였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얼간이처럼 보이는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았던 반면, 애플은 신경을 쓴다. 하지만 코드로 연결된 배터리 팩, 이상하게 오싹한 아이사이트(EyeSight: 다른 사람이 다가오면 전면에 장착된 OLED 화면이 사용자의 얼굴을 재현하는 기능)는 애플의 쿨한 문화와 그다지 맞지 않는다. 배터리 수명도 마찬가지다. 2시간? 영화 한 편 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애플은 전원을 연결하면 “배터리 시간이 종일 지속된다”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실현될까?

홀로렌즈는 비전 프로가 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홀로렌즈는 7년이나 앞서 있었다. 그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무게를 줄이고, 더 성능 좋은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홀로렌즈는 사실상 죽었다. 메타의 메타버스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애플? 애플은 이것으로 뭘 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적어도 몇몇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이미 본 것처럼 느껴진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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