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 인터넷을 차단하는 방법은 없다

Mike Elgan | Computerworld 2011.02.08

2월 4일 저녁 22살된 아들이 필자의 아이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튠즈에 대해 뭔가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아들이 같이 살 때에도 이런 대화를 나누곤 했으므로 그렇게 새삼스러울 건 없다. 지구의 반대편인 인도의 뭄바이에서 전화를 걸어왔다는 게 다를 뿐이다.  

 

필자와 아들은 둘 다 스카이프를 쓴다. 따라서 통화는 무료이고, 스크린의 버튼만 누르면 시작된다. 통화 품질은 깔끔하다. 아이폰으로 인도와 미국간 통화를 하는 게 옆방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더 편하다는 사실이 새삼 기묘하게 다가온다. 돈도 들지 않는다.

 

필자도 아들도 전화기 상에 있지만 통화는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휴대폰 데이터 네트워크 같은 것도 쓰고 있을 게다.

 

그런데 이런 의문들이 떠올랐다. 인터넷의 끝은 어디일까? 인터넷에는 휴대폰 네트워크가 포함되나? 지상 전화선은? 인터넷이란 무엇인가? 아니, 인터넷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인터넷은 어느덧 인류 자체에 융화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집트 사태는 이에 대한 충격적인 답을 내놓았다. 즉 그렇다는 것이다.

 

부질없는 저항

인터넷은 애초에 중단이 불가능한 통신 네트워크로서 형성되었다. 아키텍처는 철저히 분산적이고 유연하게 설계되어 핵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정보 패킷은 장애를 우회한다. 인터넷은 TCP/IP라고도 알려진 인터넷 프로토콜로 이루어진다.

 

프로토콜이란 규칙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이 작용하는 이유는 서버와 소프트웨어에서 이 규칙을 준수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프로토콜은 어떤 링크의 클릭이나 이메일 발송이나 트위터 사용 시의 명령을 개별적으로 주소가 지정된 작은 데이터 패킷으로 분해하여 저항이 가장 적은 경로를 따라 전송되도록 한다. 그리고 이 규칙들이 유연성을 낳고 유연성은 신뢰성을 가져온다.   

 

그러나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서버를 중단시킨다면, 그것도 국가 차원에서 그렇게 해버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집트에서 보듯이 나라 전체의 인터넷 액세스를 차단할 순 있지만, 데이터는 장애를 우회하며 여전히 이동한다.

 

이집트 정부의 인터넷 차단은 왜 실패했나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한 가지 해냈다. 국가 전체의 인터넷 연결을 5일 동안 차단한 것이다. 그런데 성공했을까?

 

이집트 시위는 1월 25일 시작됐고 미국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시위가 조직화됐다. 시위가 시작된 지 이틀 후 이집트 정부는 자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ISP)에게 인터넷 액세스를 차단하도록 명령했다. 다음 날에는 휴대폰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국민들이 조직화되고 소통하는 주요 수단을 빼앗음으로써 시위를 멈추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는 인터넷 액세스를 차단해도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 뿐이었다. 마치 후빌 마을 사람들의 선물을 빼앗아버리면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린치처럼 말이다. 데이터 패킷은 장애를 우회하며 경로를 찾아갔다.

 

UCLA의 박사과정 연구생인 존 스캇-레일턴은 아랍어를 구사하고 이집트에 친구들이 있고 반정부 시위자들에게 공감하여 @jan25voices라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이집트인들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를 통해 유포했다.  

 

처음에는 휴대폰을 통해 친구들과 통화했다. 그러나 휴대폰 서비스가 고르지 않게 되자 이집트 내의 친구들 그리고 친구의 친구들의 유선 전화번호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차단되는 동안 이집트인들과 계속 통화하며 이들이 트위터를 통해 세계에 직접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자사 소유의 세이나우(SayNow)라는 업체를 이용해 트위터와 함께, 이집트 사람들이 유선 통화를 통해 트위터에 게시물을 전송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이 발표한 전화 번호 중 하나에 전화만 걸면 누구든지 트위트에 게시물을 전송할 수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이집트 전역에 걸쳐 정보를 얻는데 지상 전화회선에 크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모뎀을 사용해 지상 전화회선으로 이미지를 전송하는 팩스 기기도 어느새 다시 등장했다.  

 

컬럼니스트인 존 드보락이 지난 주 기고한 흥미로운 글을 읽어보면, 그가 만약 이집트에 있고 유선전화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해야 한다면(10년 전만 해도 보편적이었던 기술이었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 컬럼을 쓰던 시점에서는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프렌치 데이터 네트워크(French Data Network)라는 한 프랑스 업체와 위 리빌드(We Rebuild)라는 단체가 이집트 사람들이 구식 모뎀을 이용해 지상 전화회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

 

인터넷은 왜 차단이 불가능할까

이집트 사태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인터넷 프로토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인터넷 프로토콜은 장애를 우회하게 되어 있다. 인터넷이 안 된다면 유선 전화와 여타 통신 수단을 경유해서라도 패킷은 이동할 수 있다. 이집트의 인터넷이 차단되자 메시지를 인터넷에 게시하는 대체 수단들이 세계 도처에서 본능적으로 재빠르게 만들어졌다.

 

이런 모든 대안적 경로들이 5일도 채 되지 않아 튀어나왔다. 중단이 연장될수록 인터넷에 접속하는 새로운 수단들이 속속 등장했다. 인터넷을 아무리 차단해도 어찌됐든 우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제 명백해졌다. 아울러 세계 곳곳의 정보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집트 차단 사례를 보고 향후 이 같은 차단 시도를 우회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강구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하면 가혹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배웠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들은 인터넷과 전화 서비스를 복원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인터넷에 의존하는 업체들을 곤란에 빠뜨린 결과, 부분적으로 지지를 약화시켰다. 차단 자체도 시위를 지속하고 정권에 등을 돌리는 한 가지 동기로 작용했다. 글로벌 인터넷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치적 차단에 따른 장애에 대한 자가 치유적 메커니즘이 생겨났다.

 

이집트는 인터넷이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메시지의 성격에 관계없이 이의 전송을 보장한다는 인터넷 프로토콜(TCP/IP)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인터넷을 죽이는 방법 따위는 없다. 나라 전체의 서버를 모두 중단시킨다 해도 인간으로 이루어진 인터넷은 장애를 우회할 뿐이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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