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9

글로벌 칼럼 | ‘디지털 웰니스’의 환상과 디지털 의존증의 현실

James Kobielus | InfoWorld

필자 역시 어린 시절 이른바 “바보상자”를 그만 좀 보라는 잔소리에 항상 시달렸다. 길리건의 섬(Gilligan’s Island)와 같은 쓰레기를 멀리 하고, 대신 진짜 책을 읽으라고 했다. 물론 그 책에는 만화책이나 잡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보니 TV는 스트리밍, 모바일, 주문형을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갖춘 더욱 풍부한 매체로 발전했고, 예전처럼 TV 시청에 대해 크게 근심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오히려 사회가 변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TV, 특히 HBO, 쇼타임(Showtime), 넷플릭스의 유명 프로그램을 탐식하는 것이 최신 유행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진짜 쓰레기는 인터넷에 있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기기에서 소비하는 중독성 강한 앱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썩게 만든다고 말한다.

Image Credit : GettyImagesBank

구글 “디지털 웰니스”는 듣기 좋은 거짓말
구글이 차세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P를 사전 공개하면서 IT 업계는 최근 몇 개월 사이 “디지털 웰니스(Digital Wellness)”라는 문구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P의 앱 타이머, 긴장 풀기, 방해 금지를 비롯한 “디지털 웰니스” 기능이 디바이스에서 사용자들의 손과 눈을 자연스럽게 떨어트려 놓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담배에 중독된 소비자에게 흡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뭔가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숯 필터, 타르 및 니코틴 성분 감소 등 담배 회사들이 몇 년 동안 쥐어짜냈던 온갖 쓸모 없는 혁신이 떠오른다.

사실 이러한 혁신은 암, 폐기종으로 인한 흡연자의 조기 사망을 늦추는 데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전자 담배와 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발명품들을 만나고 있다. 새롭게 포장했지만 결국 자신의 관에 못을 박는 습관인 것은 마찬가지다. 단지 그 못이 최신 유행하는 못일 뿐이다.

안드로이드에 적용되는 “디지털 웰니스” 기능도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중독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전화기(다른 디바이스, 앱 또는 온라인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에 “디지털 웰니스” 기능을 넣는 것이 의존성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상상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실리콘 밸리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뜯어고쳐 대다수 사용자들이 갑자기 하루 8시간씩 수면을 취하고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게 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의도는 좋다 해도 많은 사용자는 “디지털 웰니스” 기능을 그냥 무시하거나, 앱 타이머가 불쑥 끼어들어 폰을 끄는 상황을 경험하는 즉시 이 기능을 비활성화할 것이다.

다행히 스마트폰을 목구멍으로 삼키지 않는 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죽을 일은 없다.

안드로이드 P의 폭넓은 기능에 대한 구글의 공격적인 홍보는 역설적이다. 한 제품 관리자의 블로그에 따르면 구글의 홍보는 안드로이드 P OS(현재 베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스마트하고 더 단순해질 것”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문구는 미국이 중독성 높은 담배에 대한 방송 광고를 금지하기 직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한 담배 제조회사는 광고에서 도대체 뭔지 모를 “1밀리미터 더 긴” 담배의 장점을 모호하게 주장했다.

안드로이드 P의 핵심적인 새로운 기능을 잘 보면 디바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성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이기 위해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적응형 배터리 :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과 서비스에 배터리를 우선 소비해서 사용 시간을 더 늘린다.
- 적응형 밝기 : 디바이스의 화면 밝기를 주변에 맞게 조정해서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환경에서 눈의 피로 없이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 앱 액션 : 디바이스를 사용해서 선호도에 따라 미리, 상황에 맞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자동으로 예측하며 런처, 스마트 텍스트 선택, 플레이 스토어, 구글 검색 앱, 어시스턴트와 같은 다른 구글 온라인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계된다.
- 슬라이스 : 특정 기능, 데이터를 비롯해 디바이스에 있는 앱의 심층적인 부분에 대한 액세스 속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이고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한 거래 속도를 높인다. 이미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놓은 마법 같은 스마트폰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달리 말하면 구글은 “디지털 웰니스”를 주장하지만 실상은 디지털 의존성을 더 높이는 것이다.

진짜 “디지털 웰니스”를 구현하는 방법
누구나 디바이스를 좋아한다. 또한 디바이스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자 하는 열의도 없다. 따라서 새로운 “디지털 의존” 기능은 충성스러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바이스의 현실적인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새로운 세계 문화의 기반이며 모든 곳에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길을 찾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지불하고 문을 여는 등의 온갖 작업에 사용된다.

필자에게 있어 아이폰에 중독됐다는 말은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자동차 키, 근시에 시달리는 눈을 위한 안경, 그리고 지저분하고 반쯤 벗겨진 머리를 그럭저럭 유지하기 위해 항상 가지고 다니는 빗에 중독됐다는 말과 같다.



2018.05.29

글로벌 칼럼 | ‘디지털 웰니스’의 환상과 디지털 의존증의 현실

James Kobielus | InfoWorld

필자 역시 어린 시절 이른바 “바보상자”를 그만 좀 보라는 잔소리에 항상 시달렸다. 길리건의 섬(Gilligan’s Island)와 같은 쓰레기를 멀리 하고, 대신 진짜 책을 읽으라고 했다. 물론 그 책에는 만화책이나 잡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보니 TV는 스트리밍, 모바일, 주문형을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갖춘 더욱 풍부한 매체로 발전했고, 예전처럼 TV 시청에 대해 크게 근심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오히려 사회가 변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TV, 특히 HBO, 쇼타임(Showtime), 넷플릭스의 유명 프로그램을 탐식하는 것이 최신 유행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진짜 쓰레기는 인터넷에 있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기기에서 소비하는 중독성 강한 앱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썩게 만든다고 말한다.

Image Credit : GettyImagesBank

구글 “디지털 웰니스”는 듣기 좋은 거짓말
구글이 차세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P를 사전 공개하면서 IT 업계는 최근 몇 개월 사이 “디지털 웰니스(Digital Wellness)”라는 문구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P의 앱 타이머, 긴장 풀기, 방해 금지를 비롯한 “디지털 웰니스” 기능이 디바이스에서 사용자들의 손과 눈을 자연스럽게 떨어트려 놓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담배에 중독된 소비자에게 흡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뭔가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숯 필터, 타르 및 니코틴 성분 감소 등 담배 회사들이 몇 년 동안 쥐어짜냈던 온갖 쓸모 없는 혁신이 떠오른다.

사실 이러한 혁신은 암, 폐기종으로 인한 흡연자의 조기 사망을 늦추는 데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전자 담배와 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발명품들을 만나고 있다. 새롭게 포장했지만 결국 자신의 관에 못을 박는 습관인 것은 마찬가지다. 단지 그 못이 최신 유행하는 못일 뿐이다.

안드로이드에 적용되는 “디지털 웰니스” 기능도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중독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전화기(다른 디바이스, 앱 또는 온라인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에 “디지털 웰니스” 기능을 넣는 것이 의존성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상상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실리콘 밸리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뜯어고쳐 대다수 사용자들이 갑자기 하루 8시간씩 수면을 취하고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게 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의도는 좋다 해도 많은 사용자는 “디지털 웰니스” 기능을 그냥 무시하거나, 앱 타이머가 불쑥 끼어들어 폰을 끄는 상황을 경험하는 즉시 이 기능을 비활성화할 것이다.

다행히 스마트폰을 목구멍으로 삼키지 않는 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죽을 일은 없다.

안드로이드 P의 폭넓은 기능에 대한 구글의 공격적인 홍보는 역설적이다. 한 제품 관리자의 블로그에 따르면 구글의 홍보는 안드로이드 P OS(현재 베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스마트하고 더 단순해질 것”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문구는 미국이 중독성 높은 담배에 대한 방송 광고를 금지하기 직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한 담배 제조회사는 광고에서 도대체 뭔지 모를 “1밀리미터 더 긴” 담배의 장점을 모호하게 주장했다.

안드로이드 P의 핵심적인 새로운 기능을 잘 보면 디바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성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이기 위해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적응형 배터리 :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과 서비스에 배터리를 우선 소비해서 사용 시간을 더 늘린다.
- 적응형 밝기 : 디바이스의 화면 밝기를 주변에 맞게 조정해서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환경에서 눈의 피로 없이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 앱 액션 : 디바이스를 사용해서 선호도에 따라 미리, 상황에 맞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자동으로 예측하며 런처, 스마트 텍스트 선택, 플레이 스토어, 구글 검색 앱, 어시스턴트와 같은 다른 구글 온라인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계된다.
- 슬라이스 : 특정 기능, 데이터를 비롯해 디바이스에 있는 앱의 심층적인 부분에 대한 액세스 속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이고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한 거래 속도를 높인다. 이미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놓은 마법 같은 스마트폰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달리 말하면 구글은 “디지털 웰니스”를 주장하지만 실상은 디지털 의존성을 더 높이는 것이다.

진짜 “디지털 웰니스”를 구현하는 방법
누구나 디바이스를 좋아한다. 또한 디바이스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자 하는 열의도 없다. 따라서 새로운 “디지털 의존” 기능은 충성스러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바이스의 현실적인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새로운 세계 문화의 기반이며 모든 곳에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길을 찾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지불하고 문을 여는 등의 온갖 작업에 사용된다.

필자에게 있어 아이폰에 중독됐다는 말은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자동차 키, 근시에 시달리는 눈을 위한 안경, 그리고 지저분하고 반쯤 벗겨진 머리를 그럭저럭 유지하기 위해 항상 가지고 다니는 빗에 중독됐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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