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 주도권 싸움에 나서는 구글의 무기 “픽셀 2와 오레오”

Michael Simon  | PCWorld 2017.10.11
픽셀 2를 내놓은 구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최고의 안드로이드 경험을 원한다면 우리에게로 오라는 것이다.

픽셀은 구글 이름이 적힌 보증 문서와 마찬가지다. HTC, 화웨이, LG 등 많은 제조 업체와 협력으로 탄생한 넥서스 폰에 구글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빠져 있었다. 단순한 순정 안드로이드 폰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픽셀 2와 픽셀 2 XL는 제조사가 각각 HTC와 LG이면서도 후면의 ‘G’ 로고를 통해 뼛속까지 구글 제품임을 상기시킨다. 10월 4일 행사에서 마리오 퀘이로즈는 구글이 “더 나은 스마트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직접 폰 설계에 나섰음”을 분명히 했다. 간단히 말해 픽셀 폰의 우선순위는 구글이고 안드로이드는 그 다음이다.

구글이 출시했던 최초의 픽셀 폰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데이드림(Daydream) 지원, 최고 품질의 카메라 경험, 수년 간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등 다른 어떤 폰에도 없던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 최고의 장점들은 몇 달에 걸쳐 나머지 안드로이드 세계로 퍼져가면서, 구글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안드로이드 사용 경험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맛보기를 제공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이 모든 것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고의 구글 경험은 안에서부터
표면 상으로 구글은 최대 안드로이드 협력업체들과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 HTC, LG 등의 업체가 안드로이드 8 오레오(Oreo) 업데이트를 내년까지 미루지 않고 올해 안에 공개할 것이라는 구글의 약속이 있으며, 향후 수월한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트레블(Project Treble)도 있다.

픽셀 2에서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나 디자인이 아니다.


그러나 픽셀 2를 통해 구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구글이 꿈꾸는 안드로이드를 조악하게 개조한 안드로이드 서드파티 제조업체 폰들이 수백 만 대씩 팔리고 있는 상황을 구글은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HTC의 스마트폰 팀을 10억 달러에 인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즉, “물에 물 탄 듯 약한 안드로이드 경험도 괜찮다면 갤럭시 노트 8이나 V30을 사도 되지만, 최고의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을 원한다면 구글 것을 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 말하는 ‘최고’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행사에서 구글은 기기를 공개하기도 전에 이미 냉엄한 현실을 강조했다. 눈에 보이는 것 중에 혁신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구글 릭 오스텔로는 “하드웨어 부품의 경쟁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최고의 주력 스마트폰 자리를 놓고 계속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치열한 공방전을 슬쩍 지칭하는 듯한 발언을 덧붙였다. “사양이 엇비슷한 무수한 스마트폰에 대한 사용기를 써야 하는 사람들이 별로 부럽지 않다. 이제 판을 좌우하는 것은 핵심 기능과 장점이다.” 오스텔로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노트 8이 삼성 역사 상 최고의 제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는 약점이기 때문이다.

의도한 그대로의 안드로이드
픽셀 2가 갤럭시 S8이나 아이폰 X처럼 크게 주목 받지는 않겠지만, 사상 최고의 ‘안드로이드’ 폰일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넥서스 폰으로 대표되는 최고 순정 안드로이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버전의 안드로이드인 것이다. 삼성을 경험하기 위해 갤럭시 폰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면, 구글은 사용자들이 픽셀만의 안드로이드를 경험하기 위해 픽셀을 선택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단순한 UI의 변화가 아닌 앱과 기능이라는 형태로 최고의 안드로이드 경험을 선보였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픽셀 2는 안드로이드 새 버전인 오레오를 당장 탑재한 스마트폰은 아니다. 그러나, 넥서스 6P를 구동하는 버전과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하다. 달라진 런처에는 검색 막대가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었고 다가오는 일정이 강조되고 있다. 구글 렌즈(Google Lens)의 미리보기가 유일하게 제공되고 손으로 꽉 쥐면 어시스턴트가 실행된다. 렌즈 하나로 보케 효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멋진 카메라 앱 기술도 있다.

픽셀 2의 액티브 엣지 기능으로 스마트폰을 꽉 쥐면 어시스턴트가 호출된다.


그러나 이 중에 무엇하나 역사를 뒤바꿀만한 획기적인 것은 없다. 다른 제조사들도 이미 두 번째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배경 흐림 기능을 도입했다. 홈 화면에 달력 일정을 두는 기능도 위젯을 쓰면 된다. 빅스비 비전(Bixby Vision)은 카메라를 이용해 책, 와인, 건물을 식별한다. 그러나 이들 기능 중에서 픽셀만큼 안드로이드와 잘 통합된 것은 없다. 삼성은 2017년형 갤럭시 폰에 빅스비 버튼을 구현했지만, 분명 픽셀 폰을 꽉 쥐어서 어시스턴트를 실행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구글 서비스와 완벽히 통합된, 구글이 의도한 그대로의 안드로이드다.

궁극의 업데이트 지원
이번 9월 발표에서 픽셀의 가장 큰 장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기술 사양에 따르면 픽셀 2 폰은 3년 간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받도록 보장되어 있다. 이전 픽셀의 2년에서 더 늘어난 기간이다. 즉, 2020년에 안드로이드 R 운영체제가 등장해도 픽셀 2가 업데이트 첫날부터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픽셀 2 XL는 안드로이드 오레오를 구동하는 첫 번째 스마트폰이자 안드로이드 P, Q, R도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3년이라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업데이트 지원은 대단한 일이다. 다른 어떤 안드로이드 폰도 제공하지 않는 iOS급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타 제조사 안드로이드 폰은 800달러를 넘게 주고 사도 중요 업데이트가 한 번밖에 보장되지 않는다. 에센셜(Essential) 같이 개발회사가 의도한 기능을 거의 모두 구현한 폰조차도 일반 공개 후 한 달 넘게 아직 오레오 업데이트를 내놓지 않고 있다. 픽셀 2는 구식화 자체를 구식화해버린 최초의 안드로이드 폰이다.

내년 중에는 구글 렌즈와 픽셀 2 런처가 플레이 스토어에 상륙할 예정이다. 구글 카메라에 인물사진 모드도 추가될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픽셀 2를 사용하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서드파티 제조사가 생존하기 위해 최대한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의도에 맞추기 위한 압력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픽셀이 끌어내는 압력이 아무리 커져도 삼성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더 긴 업데이트 보장 기간을 내놓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구글이 당장 안드로이드를 내놓는다면 픽셀 전용 운영체제일 것임이 확실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서서히 통제해 왔다. 픽셀 2는 여러 면에서 원조와 모방자를 구분하는 궁극의 분기점이다. 만일 픽셀 2로 대표되는 구글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안드로이드는 지금 모습과 매우 많은 변화를 보일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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