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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상현실 게임 품질을 높이는 SW 기술의 힘

Brad Chacos | PCWorld 2016.04.14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마침내 가상현실이 현실이 됐다. 프로 게이머뿐 아니라 일반 홀로데크 팬들도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의 바이브 헤드셋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상 현실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높은 그래픽 사양을 요구하는 활동이다. 1080x1200 디스플레이를(양쪽 눈에 하나씩) 초당 90프레임으로 구현해내야 한다. 이보다 FPS가 낮을 때 사용자는 어지럼증, 메스꺼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문제를 피하는 가장 확실하고 단순한 해결책은 VR에 그래픽 화력을 최대한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지난주 '가상현실용 그래픽카드 벤치마크 결과 “엔비디아 vs. AMD, 대결의 승자는?”' 기사에서 다룬 바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가상현실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스팀 가상현실 성능 테스트에서는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상 현실 속 경험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데에는 소프트웨어가 큰 역할을 한다. AMD와 엔비디아 두 업체 모두 주어진 GPU 하에서 FPS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소프트웨어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 AMD의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이름은 리퀴드VR(LiquidVR)이고, 엔비디아는 VR웍스(VRWorks)이다. 이들 소프트웨어의 툴 대부분은 개발자을 겨냥한 것이지만 개중에는 가상현실 헤드셋 사용자에 유용할 만한 툴도 있다.

AMD나 엔비디아가 어떤 소프트웨어로 사용자의 가상현실 경험을 개선했는지 살펴보자.

멀티 GPU 지원
엔비디아의 VR SLI는 스팀의 VR 퍼포먼스 테스트와 바이브의 더 랩 데모 시리즈를 거쳤다. 업체를 겨냥한 이런 소프트웨어 세부 설정은 결국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이 기능들을 게임에서 지원해야만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 대변인 브라이언 버크는 트위터를 통해 가상현실 SLI를 지원하는 이유는 VR웍스가 게임 엔진에 포함됐기 때문이며, 오큘러스 게임은 VR SLI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MD 역시 같은 견해를 밝혔다. 아직은 가상현실이 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AMD와 엔비디아 모두 아직 공개하지 않은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적 세부 설정과 묘수를 준비하면서, 가상현실 개발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AMD의 비동기식 셰이더(asynchronous shader)
현세대 라데온과 그것이 구현하는 컴퓨트, 그래픽 작업 간의 유연한 동시 구현 역량의 근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GCN GPU 아키텍처 기반 비동기식 컴퓨트 엔진(Asynchronous Compute Engine)은 AMD의 제일 가는 자랑거리다. AMD의 비동기식 셰이더가 활용되는 구체적인 사례로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비동기식 타임워프(Asynchronous Timewarp)” 기능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오큘러스 측은 “비동기식 타임워프는 게임이 프레임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개 프레임을 생성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타임워프는 스크린에 이미지를 구현하기 직전 사용자의 헤드셋 위치를 점검하고, 그 위치가 이전 프레임이 렌더링 된 당시와 변화됐을 경우 이미지를 살짝 조정해 사용자가 현재 위치에서 최적의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페이즈는 “이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은 화면 흔들림 문제에서 해방되게 됐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타임워프는 사용자들의 몰입 경험을 방해하는 화면 지연 이슈를 해소하는 열쇠인 것이다.
2014년 공개된 이 영상을 통해 타임워프 기능의 세부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라데온 GPU 내 전용 비동기식 컴퓨트 엔진 하드웨어는 메인 그래픽 파이프라인에 간섭을 하지 않으면서 AMD 그래픽 카드가 타임워프 계산을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프레임 흐름이 불과 수 밀리 초 단위로 이어지는 그래픽 환경을 진정한 VR 경험으로 완성해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페이즈는 “구동에 그래픽 렌더링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언제나 성능이 균일하게 유지되고, 효율성이나 속도의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일단은 아주 기본적인 기능부터 시작해 보겠다. 멀티 GPU 지원 기능은 기존의 PC게임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가 가상 현실을 만나 빛을 발휘한 기능이다.

기존 PC게임에서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정도의 기능이었던 반면 가상현실 게임에서 여러 개의 그래픽 카드를 구동한다는 것은 분명하고 뚜렷한 속도와 이미지의 개선을 의미한다. AMD와 엔비디아 모두 양쪽 눈에 맞춘 각각 별개의 GPU를 구동하기 때문이다. AMD의 오마르 페이즈는 "써 보면 바로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이미지 퀄리티도 훨씬 좋아진다"고 말했다.

AMD의 리퀴드VR은 둘 또는 네 개의 라데온 GPU를 지원하며, 다른 방식으로도 구동 가능한 기능이지만, 라데온 제품에서는 전용 하드웨어를 통해 컴퓨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리하다. (소프트웨어 기술 용어로)‘선취(preemption)’라 불리는 방식과 비교해본다면, 컴퓨트 작업을 위해 그래픽 파이프라인을 일시 중지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속 비동기식 셰이더 하드웨어를 갖추지 않은 지포스 카드는 이런 방식을 거쳐야만 기능을 구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MD의 앤탈 텅글러는 “AMD의 비동기식 하드웨어는 오큘러스의 SDK에서 이용할 수 있다. 타임워프 기능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모든 애플리케이션들에서 지원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만세!

엔비디아의 다중 해상도 셰이딩(multi-res shading)
엔비디아의 버크는 유니티 엔진(Unity Engine), 맥스 플레이(Max Play),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그리고 그 밖에도 ‘아직 미발표 상태인’ 많은 가상현실 제작 엔진들이 이미 VR웍스 도구를 도입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도구는 엔비디아의 다중 해상도 셰이딩 도구다. 버크는 “다중 해상도 셰이딩은 VR 애플리케이션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 해상도 셰이딩은 GPU가 이미지를 렌더링하는 방식을 이용해 가상현실 장면에 필요한 퍼포먼스를 크게 절감했다. 그래픽 카드가 내놓는 것은 일반적인 모니터에서 보듯이 평평한 이미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상현실 헤드셋에 달린 렌즈가 초점을 밀어내 거리감을 만들고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를 타원체형으로 바꿔 진짜 현실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의 가장자리 부분이 압축되면서 GPU가 만들어 낸 원래 이미지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자연스레 그래픽 카드에 필요 이상의 무리가 가는 것이다. 다중 해상도 셰이딩은 스크린을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눠서 이미지의 중앙 부분(VR 헤드셋을 쓰고 봤을 때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그리고 이미지의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 부분)은 원래의 해상도 그대로 렌더링한다. 반면 가장자리 부분 구역은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미지의 왜곡과 굴곡을 역이용해 한 단계 낮은 퀄리티로 렌더링한다. 이렇게 해서 이미지 품질 저하 없이도 훨씬 적은 픽셀로 장면을 표현할 수 있다. 주어진 하드웨어 상에서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한 방법이다.

‘훨씬 적은’ 픽셀이라면 얼마나 적은 픽셀을 말하는 걸까? 수개월 전 다중 해상도 셰이딩 기술을 체험하는 필자에게 엔비디아 엔지니어 톰 피터슨은 “픽셀이 (기존 방식으로 렌더링한 VR 이미지보다) 적게는 50%, 많게는 100%까지 줄어든다”고 말했다.


실제 경험해 본바, 이미지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의 감상으로는, 픽셀이 약 30%가량 감소했지만, MRS 여부에 관계없이 시각적인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이미지 충실도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이미지가 뻑뻑하다거나 삐걱거리는 느낌도 없었으며, 기술을 켜고 끌 때 깜빡이는 현상도 없었다. 전혀 그 어떤 퀄리티의 저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픽셀 사용을 줄여 이미지를 렌더링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압축해야 시각적인 차이가 눈에 보일까? 피터슨에 따르면 이미지 압축률이 50%는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이미지를 해상도를 풀로 해놓고 렌더링했을 때보다 작업량이 절반 수준임을 의미한다. 압축률을 같은 정도로 올렸을 때, 이미지 가장자리 부분에 희미한 깜빡거림이 감지되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매우 미미한 차이에 불과했으며 의식하고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였다. 이미지 충실도에 전혀 손상 없이 렌더링 된 디스플레이 중앙 부분을 보고 있을 때면 가장자리의 압축된 이미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주변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을 정 중앙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덜 꼼꼼하게 바라보는 우리 눈의 특성과도 일치한다.

정말 강력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기능 역시 개발자들이 게임에 실제로 적용해야만 만나볼 수 있겠지만, 버크는 이미 몇몇 게임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파 스튜디오(Solfar Studios)가 제작한 가상현실 게임 에베레스트 VR(Everest VR)과 이너 비전 게임스(Inner Vision Games)의 썬더버드:더 레전드 비긴즈 등은 이미 다중 해상도 셰이딩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신속한 드라이버 지원
AMD와 엔비디아는 또한 새 게임이나 가상현실 서비스가 출시됐을 때 즉각적이고 시기적절한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제공함으로써 가상현실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버크는 “엔비디아 게임 레디(Game Ready) 드라이버는 정말 마법의 열쇠와도 같다. 엔비디아는 개발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사용자가 게임을 받아보자마자 곧바로 가상현실 게임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약간의 성능 저하만으로도 전체 경험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는 가상현실에 있어 드라이버 업데이트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엔비디아는 드라이버 업데이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WHQL-인증을 받은 게임 레디 드라이버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가 멀다고 업데이트가 릴리즈 됐다. 거의 매주 최신 출시 게임을 지원하는 게임 레디 드라이버 업데이트가 릴리즈 된 것이다. 2016년 말은 되어야 지포스 익스피리언스(GeForce Experience) 사양의 기기에 게임 레디 드라이버를 완전히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어쨌거나 지금도 누구나 엔비디아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업데이트를 다운받을 수 있다. 게이머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쭉 업데이트가 이렇게 개방되기를 바란다.

반면 AMD 드라이버 지원에 관한 사용자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동안 라데온 드라이버 릴리즈는 매우 뜸했을뿐더러 새 게임이 출시되고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나 지나서야 업데이트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GPU의 황제 라자 코두리의 진두지휘 하에 라데온 테크놀로지스 그룹(Radeon Technologies Group)이 조직된 이후 AMD는 훨씬 더 주기적으로, 그리고 더 자주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내놓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코두리는 예전부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강조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AMD의 사사 마린코빅은 PC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야말로 사용자가 화면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고 사용자의 경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연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Radeon Software Crimson)’을 소개했다. ‘크림슨’은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만큼이나 강조하고 반영하고 있다고 마린코빅은 설명했다.


그리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드라이버 업데이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AMD 소프트웨어 웹사이트에서 옛날 소프트웨어 릴리즈들을 찾을 수가 없어서, 2015년과 2016년 1/4분기 AMD의 드라이버 릴리즈 횟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다. AMD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AMD는 2015년 1월~3월에 AMD는 베타 드라이버 하나를 릴리즈 하였고, 2016년 동일 기간에는 3개의 WHQL 드라이버와 7개의 데이 원(day one) 드라이버를 릴리즈 해 총 10개를 출시했다. 이러한 증가는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출시와 함께 소프트웨어에 대한 AMD의 확고한 결심을 보여주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지난가을 브리핑에서도 AMD는 더 많은 WHQL 인증 드라이버와 데이-원 드라이버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후로도 충실하게 계획을 지키고 있다.”

필자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앞으로도 AMD가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 1/4분기 AMD의 드라이버 릴리즈 실적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유지가 관건이다. 신속한 드라이버 지원이야말로 VR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릴리즈가 신속하게 이뤄져야만 최적의 품질로 가상 현실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엔비디아도 AMD도 예외가 아니다.

가상 현실이란 얼마나 멋진 경험인가! 가상현실과 게임의 가깝고 먼 미래에 대한 예언, 가상현실로 진출하는 성인 콘텐츠, 가상현실이 바꿔놓을 하드웨어의 미래 등 아직 초기 단계일 뿐임에도 가상현실은 이처럼 흥미로운 주제들을 낳고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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