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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리뷰 | LG의 스팀 VR 헤드셋 “고해상도 플립업 디스플레이로 바이브 느낌 낸다”

Hayden Dingman | PCWorld 2017.03.09
IT 기기의 매력은 이름에 좌우되는 것일까? 아니, HTC 바이브(Vive)의 이름이 바뀌더라도 그 매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지난주 열린 GDC 2017에서 LG가 스팀 VR(Steam VR) 기반 헤드셋을 선보였다. 2015년 HTC 바이브 출시 이후 스팀 생태계에 진입한 최초의 후속작이다. LG 제품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다름 아닌 놀랍도록 바이브를 닮아있었다는 점이다.

VR 2.0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한다. 이번에 공개된 기기는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에 실제 출시 전까지는 모든 부분에서 사양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제품 출시 가격도 정해지지 않았고 출시 시기도 올해 말로 점쳐지지만, 이 역시 확정적인 내용은 아니다. 심지어 이 제품은 아직 분명한 이름도 없다.

누군가는 “왜 LG가?”라는 물음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추측해보자면 LG는 새로운 사업 분야에 자사 디스플레이를 보급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LG 제품은 안구 당 1280x1440 해상도, 즉 총 2560x1440 해상도를 구현하며 재생률은 90Hz 수준이다. 안구 당 1080x1200 해상도를 구현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를 능가하는 사양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시야각(FOV, Field Of View) 사양도 역시 기존 모델을 능가한다. 리프트와 바이브가 110 FOV를 구현하는 반면, LG의 헤드셋은 120의 FOV를 구현한다. 다만 이는 헤드셋을 안구 10mm 거리까지 밀착했을 때 구현 가능한 사양이며, 일반적인 사용 자세인 안구 12mm 거리 환경에서는 FOV가 110으로 줄어든다.

부품 측면에서도 LG는 리프트와 바이브와 달리 프레넬 렌즈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발견됐다. 기술적으로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기존의 헤드셋에서 목격되던 광-탈색(ray-streaking) 문제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짧은 시연만 경험해 정확하지 않은 의견임을 밝힌다.

이러한 부분은 바이브와 비교해 분명 개선이 이뤄진 지점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좌우 움직임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LG 헤드셋의 디자인은 바이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과 일정한 공유지점을 지닌다. 엘라스틱 스트랩을 사용한 오리지널 바이브나 고정형 플라스틱을 적용해 출시 예정인 바이브 디럭스 오디오 스트랩(Vive Deluxe Audio Strap)과 달리, LG의 헤드셋은 용접용 헬멧 스타일 디자인으로 착용을 지원한다. 이마를 패드에 맞대고 버튼을 눌러 후면 피팅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헬멧 고정이 완료되면 헤드셋을 아래로 내린 뒤 디스플레이-안구 간 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


이 디자인은 몇 가지 장점을 지닌다. 우선 안경 착용자도 바이브나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한결 간편하게 쓸 수 있다. 또 게임 플레이 중 전화가 걸려와도 기기 전체를 벗지 않고 헤드셋 파트만 들어 올리면 된다는 것도 편리한 부분이다. LG의 디자인은 바이브나 리프트와 비교해 헤드셋 무게 분산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헤드셋을 상하로 움직여 스크린 시야를 최적화하는 최종 조정 단계에서는 바이브와 리프트에 비해 LG의 헤드셋에 손이 더 갔다. 한 차례 고정한 후 이동 저항이 컸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인 바이브에 비해서는 편의성이 개선됐지만, 고정형 스트랩을 적용한 신형 바이브와 비교하면 부족함이 느껴진다고 정리할 수 있다.

LG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우측면에 단일 오디오 잭이 있다. 개인적으로 잭이 자리하기 가장 애매한 위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큘러스의 빌트인 헤드폰 디자인을 채택한 바이브와 비교하면 LG의 개별 잭은 더욱 실망스러운 부분이었고, 미적으로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정식 출시에서 변화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LG VR의 라이트하우스와 컨트롤러
하드웨어의 나머지 부분은 더 친숙한 인상을 준다. 일견 바이브의 반항적인 쌍둥이 동생 같은 모습이다. 작은 검은색 큐브들로 이뤄진 라이트하우스 베이스 스테이션은 바이브를 매우 닮아 있었다. 개인적으론 LG 측 관계자가 LG 자체 디자인이란 설명을 전해주기 전까지 완전히 동일한 기기라고 착각했을 정도다.

유선 단자 박스의 경우 바이브보다 작은 크기였으며, 올 블랙 디자인으로 실용성을 더했다. 단자의 경우는 PC와의 연결을 위한 디스플레이 포트(HDMI는 지원되지 않는다)와 헤드셋 연결용 USB C형 단자가 전부였다.


컨트롤러 역시 바이브와 유사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바이브의 컨트롤러 끝단의 매끄러운 원형/육각형의 조화가 각진 다이아몬드 형태로 바뀐 것이다. 바이브에 익숙해진 탓인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컨트롤 트리거의 경우, LG 컨트롤러가 바이브보다 매끈했으며 그립 버튼의 감도 역시 좋았지만, 크게 와 닿는 수준은 아니었다. 버튼 레이아웃은 3개의 버튼 모두가 터치패드 상부에 배치되는 차이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바이브의 지팡이 스타일을 분명히 닮아 있었다.

시장에 이미 오큘러스의 터치 컨트롤러가 출시된 상태고, 밸브(Valve) 역시 같은 유형의 핸드-트래킹 테크놀로지 프로토타입을 제안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LG의 컨트롤러는 일견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추측할 때, LG는 자사 하드웨어가 바이브와 매끄럽게 호환되기를 원한 것이 아닐지, 즉 바이브의 헤드셋에 LG의 컨트롤러를 이용하는 식의 용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이번 출시는 스팀 VR 생태계에 터치 스타일 컨트롤러가 진입할 기회였지만, LG는 도전 대신 또 다른 지팡이를 내놓았다. 나쁘지 않지만, 안전하고 좀 지루한 선택이다. 이미 바이브 컨트롤러를 사용 중인 게이머들이 별 차이도 없는 LG의 컨트롤러에 또 한 번 지갑을 열지는 의문이다.

결론
본 기사는 LG의 헤드셋을 충분한 시간 사용해보지 않은 상태로 작성된 내용이며, 시연에 이용된 데모 역시 단순한 슈팅 게임이 전부임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하드웨어는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었으며, 기존 제품들과 차별되는 흥미로운 지점도 존재했다. 이것이 바이브보다 ‘나은’ 제품인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그와 대등한 수준의 신제품이며 특정 집단의 눈길을 끌 만한 분명한 매력이 존재한다. 특히 안경을 쓰는 사용자들에게는 LG의 제품이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이 되어 줄 것이다. 여기에 가격까지 바이브 가격인 800달러 선 이하로 책정된다면, 제품의 매력은 한층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 결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후발주자인 LG에는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LG 제품은 출시일도 미정인데다 HTC는 이미 바이브라는 확실한 지배력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한층 향상된 사양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해도 후발주자에게 시장은 훨씬 불리하다는 점을 LG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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