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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바이저 체험해보니” 출시 앞둔 윈도우 10 MR 헤드셋, 더 분발해야

Hayden Dingman | PCWorld 2017.09.11
지난 3년 간 PC에서의 가상현실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가 벌이는 양강 구도로 진행됐다. 레이저(Razer) OSVR 헤드셋처럼 출시됐다 조용히 사라진 제품도 있지만, 대체로 헤드셋 시장은 리프트와 바이브 2종류로 양분되어 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 5종류의 신제품 헤드셋이 선두 제품에 도전한다.

10월 1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현실 기기 출시를 주도한다. 윈도우 10 가을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와 더불어, 델,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HP에서 윈도우 혼합현실 헤드셋을 일제히 내놓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목표는 일반 대중에게 “혼합현실”을 보급하는 것이다. 혼합현실이란 이론적으로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될 초기 헤드셋은 단순한 가상현실 헤드셋이나 다름없다는 인상을 주었다.

과연 어떤 제품이길래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일까? 지난 주말 미국 팩스 웨스트(PAX West) 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5종 가상현실 기기 중 하나인 델 바이저(Visor)를 직접 써 봤다. 필자가 직접 델 제품뿐 아니라 이번 출시 제품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내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기대와 당혹이 뒤섞인 느낌이었다.

1.5 세대의 숙명?
먼저 델 바이저 이야기부터 해 보자.

매끈하게 잘 나온 헤드셋이다. 전체적으로 흰색이고 바이브에 비해서는 확실히 마감이 더 잘 된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리프트 디자인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델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VR 헤드셋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의 좋은 부분만 따와 조합했다. 리프트와 바이브처럼 부피 큰 스트랩 대신에 용접 헬멧 스타일의 고리를 장착한 것이다. 바이저는 균형이 멋지게 잡혀 있어서 쉽게 머리 위에 놓을 수 있고 부드럽게 고정된다.

전면도 용접 헬멧처럼 위로 젖혀진다. 플레이스테이션 VR과 비슷한 방식이다. 사실 원조가 어디든 간에 훌륭한 기능이다. 음료수를 마시고 싶거나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마우스를 쓸 때마다 바이저 화면 부분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헤드셋을 전부 벗을 필요가 없고 하단 끝부분을 통해 내다보려고 어색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다.

바이저는 바이브나 리프트보다 공기가 더 잘 통한다. 행사장에서의 시연을 통해 수퍼핫 VR(Superhot VR)이라는 꽤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임을 계속해 보았다. 적이 쏘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수그리기도 하고 무릎을 꿇고 주저 앉기도 하고 기대는 등등의 동작을 수행했다. 그런데도 렌즈에 김이 전혀 서리지 않았고 게임을 마친 후 얼굴이 땀 범벅이 되지도 않았다. 약간 더워지기는 하지만 코 근처와 이마 중앙에 공기가 통하는 길이 있어서 경쟁 제품보다 조금이나마 더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이저의 해상도는 한쪽 눈 당 1,440x1,440으로 바이브 및 리프트의 1,080x1,200보다 약간 낫다. 단, 실제 착용할 때는 차이를 구별하기 더 어렵다. 바이저는 리프트 및 바이브와 같은 90Hz에서 실행된다. 단, 다른 윈도우 혼합현실 헤드셋은 초당 60 프레임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한다. 그 경험이 어떤 느낌일지,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정보를 잠재적 구매자에게 어떻게 알릴지는 알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의 해명에 따르면 윈도우 MR 헤드셋 모두 90Hz까지 지원하지만, 일부는 사용자 개인의 하드웨어에 따라 60Hz에서 실행된다고 한다. 특히 게임에의 사용감이 어떨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모든 헤드셋에서 90Hz로 기본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약점
그런데 문제는 추적 기능이다. 여기서 모든 헤드셋의 기반이 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레퍼런스 설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리프트와 바이브 모두 추적에 외부 베이스 스테이션을 활용한다. 오큘러스에서는 카메라로 컴퓨터에 직접 꽂아 리프트와 동반 터치 컨트롤러의 위치를 분석한다. HTC 바이브는 헤드셋과 컨트롤러 자체로 추적을 수행한다. 벽에 고정된 베이스 스테이션은 방에 레이저를 쏘는 바보 상자에 불과하다.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결과는 같다. 빠르고 매우 정확한 추적이 가능한 것이다. 베이스 스테이션은 폐색에 취약하지만, 모든 스테이션이 개체를 동시에 놓치는 경우만 제외하면 신뢰도가 매우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베이스 스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마커 없는 인사이드 아웃 추적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델 바이저 전면에 두 대의 카메라가 눈에 띌 것이다. 추적을 담당하는 곳이다. 윈도우 혼합현실 기기에도 모두 비슷한 카메라가 있다. 바이저를 착용하면 좌우 아래 위쪽을 봐 달라는 말이 나온다. 이 정보를 이용해 사용자 주위를 추적하는 것이다.

작동은? 그럭저럭 잘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를 먼저 지적하자면 컨트롤러다. 리프트와 바이브는 외부 베이스 스테이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컨트롤러는 헤드셋과 독립적으로 추적된다. 양팔을 시야 바깥인 몸 옆으로 내려놓아도 팔은 계속 ‘존재한다.’ 테니스 공이 날아오면 라켓을 보지 않고도 때려낼 수 있다. 라켓은 여전히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뚜껑을 열어보니 추적기가 헤드셋에 있으면, 사용자의 모든 행동이 헤드셋의 시야 내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소프트웨어적 프로젝션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손은 헤드셋의 시야에서 사라져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델의 설명에 따르면 카메라 시야에서 오래 벗어나 있을수록 추정의 정확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이 부분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수퍼핫VR을 해 보면 알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수퍼핫VR은 주인공이 움직일 때만 적이 같이 움직이는 게임이다. 따라서 바이브나 리프트로 이 게임을 하면 나에게 총을 쏘는 적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시야 밖에 있는 물체를 잡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델 바이저로도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다. 다른 윈도우 혼합현실 헤드셋은 어떨까? 작동은 편하지 않았다. 원하는 물체를 정확히 잡을 때는 항상 잡아야 하는 물체에 시선을 고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세우는 생산성, 교육 분야의 윈도우 혼합현실 앱에서는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게임을 할 때 이 부분은 제일 큰 불편거리다.

헷갈리기도 쉽다. 바이브는 1년 넘게 쓰는 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 델 바이저는 보정한 지 10분도 안 되어 내 캐릭터가 슬금슬금 공중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8피트 높이에서 떠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헤드셋은 내 위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팩스 행사장 바닥의 최초 위치에서 그만큼 위로 움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헤드셋의 착각이었다.


팩스 행사장 바닥이 인사이드 아웃 추적을 시연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이해할 용의는 있다. 고정된 가구와 애완 동물로 둘러싸인 조용한 가정 환경이라면 아마도 훨씬 잘 작동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커 없는 인사이드아웃 추적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말한 것처럼 “완성되었다”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방성
마지막 불만은 하드웨어와는 무관한, 윈도우 10 스토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헤드셋 5종이 출시 후 스팀 VR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출시된 직후인 10월에는 윈도우 10 스토어에서 소프트웨어를 구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다른 하드웨어와 동시에 지원하는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는 거의 없을 것이며, 개발자들은 윈도우 혼합현실 지원을 추가해야 하고, 추정컨대 자사 프로그램을 범용 윈도우 앱으로 손보아야 할 것이다. 최종 사용자도 윈도우 10 스토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윈도우 10 스토어가 사용하기 편한 플랫폼은 아니다.

스팀VR 지원이 추가되면 마이크로소프트 헤드셋들이 더욱 매력 있게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출시 시점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확신이 없다. 컨트롤러가 포함된 델 바이저의 가격은 449달러인데 놀랍게도 오큘러스 리프트의 현재 가격인 500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리프트를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안정적인 플랫폼에 기존 소프트웨어는 물론, 내장 헤드폰도 있고, 위치 추적도 더 정확하며 인체공학적인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델 바이저 보다 더 비싼 모델도 있다. 최고가 모델은 아마 에이수스일 것이다. 대중에게 가상현실을 보급하는 것이 이들 헤드셋의 목적 아니었던가? 이 가격대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에이서 윈도우 혼합현실 기기는 컨트롤러를 빼고 300달러에 살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컨트롤러는 가상현실 경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뺄 수가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결론
필자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레퍼런스 설계를 개작하는 작업은 매우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델 바이저는 매력적이고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편안하고 가격도 조금 더 낮으면서 오큘러스 리프트 경험의 90%까지 제공하는 기기다.

그러나 그 마지막 10%가 중요하다. 마커 없는 트래킹의 부정확성이나 윈도우 10 스토어가 가상현실 핫스팟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필자의 예상이 틀렸기를 바란다. 이번 헤드셋 출시가 가상현실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필자의 직감으로는 이번에 출시될 5종의 헤드셋이 스팀 머신의 전철을 밟을 것만 같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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