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리눅스는 암이다” 또는 “오픈소스는 미국적이지 않다”라는 마케팅 문구를 내걸었던 바로 그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 아침에 오픈소스를 열렬히 사랑하고 발전에 기여하는 업체가 되지는 않는다. 오픈소스를 현존하는 위협으로 여기고 싸움을 벌여 왔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저 새롭게 클라우드 방식으로 사업하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이 새로운 서비스 기반의 매출 모델에서 오픈소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베스트 프렌드’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초기 오픈소스 분야 진출은 전망이 좋지 않았다. 윈도우 사업의 위협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오픈소스에 대해 소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소극적인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생사를 적극 후원했다. 사실 2004년 열린 오픈소스 비즈니스 컨퍼런스의 첫 후원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였고, 플래티넘 후원사로 참여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만큼 오픈소스의 위험성을 확신하는 기업은 없었을 것이다. 마틴 테일러 이끌던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반 오픈소스 운동은 일방적인 연구의 형태를 취했다. 언제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뭔가 부족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결과를 들이밀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혀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깃허브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오픈소스 강자를 넘어서 무려 1만 6,419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고의 오픈소스 기여 업체가 됐다. 2위인 페이스북은 1만 5,682명, 구글은 1만 2,140명을 기록했다. 자칭 세계 최고의 오픈소스 업체인 레드햇은 10위권에 들지도 못했다.
사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는 자세히 헤아려볼 것도 없다. 그저 사업 계획이 바뀐 것뿐이다.
물론 현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에 대한 태도 변화의 뿌리를 찾는다면, 실제로 나델라가 아니라 스티브 발머부터 시작된다.
진 파올리를 영입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테크놀로지(Microsoft Open Technologies)를 운영하도록 한 것은 발머였다. 닷넷의 오픈소스화를 시작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드 저장소 코드플렉스를 적극 도입한 것도 발머였다. 그리고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오픈소스를 그저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그럴듯하게 만드는 핵심인 애저 클라우드의 초기 보호자 역할을 수행한 것도 발머였다.
아마존 웹 서비스와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놓았다. 이 때문에 오피스 365부터 엑스박스, 기타 수많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방식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기존의 라이선스 사업으로 수십 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정의하는 본질적인 것은 클라우드와 비교적 최근의 오픈소스 사랑이다.
필자는 “오픈소스에는 돈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고, 또 여전히 이런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에는 돈이 넘쳐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플랫폼 업체에 클라우드 사업의 가치는 해당 플랫폼에서 오픈소스를 얼마나 열렬하게 수용하느냐와 직결된다. 전에도 지적한 것처럼, 오픈소스로 돈을 버는 대부분 업체는 소프트웨어를 팔지 않는다. 구글, 페이스북 등등은 단 한 줄의 코드도 팔지 않고 진심으로 오픈소스를 받아들인다. 이들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파치 스파크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판매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한편으로 애저 클라우드를 다른 오픈소스 기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의 편안한 집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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