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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떠나는 조니 아이브와 애플 디자인 '제2막'

박상훈 기자 | ITWorld 2019.07.12
세상에 쓸모 없는 2가지가 연예인 걱정과 애플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애플을 둘러싼 '우려 섞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조니 아이브의 역할은 특별하고, 또 특별하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후 내놓은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두 사람의 관계를 비틀스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에 빗댔다. 오늘날 애플 신화는 사실상 두 사람의 시너지로 쌓아 올려졌다.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왼쪽)와 애플 CEO 팀 쿡 ⓒ APPLE

조니 아이브의 대표 성과라면 역시 iOS 7이다. 지난 2012년 사파리와 맥OS 등의 인터페이스 설계를 총괄하던 스콧 포스털이 회사를 떠난 후 조니 아이브는 기존 디자인을 완전히 뒤엎었다. 나무와 가죽 무늬가 완전히 퇴출되고 건조한 색조의 미니멀리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iOS 7의 디자인 철학은 아이폰의 하드웨어가 크게 개선된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밖에 애플 워치, 이어팟, 아이패드 2가 그의 창의력에 빚을 졌고 우주선 모양의 새 사옥 '애플 파크' 역시 그의 대표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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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흑역사라고 할 사례도 있다. 주로 그의 상상력이 사용자 지갑과의 싸움에서 완패한 경우다. 예를 들어 애플 20주년 기념 맥은 수직으로 설치한 CD-ROM, 메인보드 일체형 디스플레이, 가죽 손목 받침대가 달린 트랙패드 등 사치의 극치를 달렸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장식 효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호평받은 파워맥 G4 큐브는 터무니없는 가격과 발열로 단명했다. 퍽 마우스는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으로, 매직 마우스 2는 충전할 때마다 뒤집어야 하는 '남사스러움'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을 보면 조니 아이브와 애플의 결별이 심각한 갈등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의 개인 성향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우세하다. 스티브 잡스의 아내인 로렌스 파월 잡스는 한 인터뷰에서 조니 아이브를 '전형적인 아티스트 성향의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 그 역시 자신의 결정에 따라 10만 명이 넘는 애플 직원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힘들다고 고백했다. 이 때문에 그는 2015년 1세대 애플 워치 출시 이후 업무를 줄여 왔고 최근엔 1주일에 2번만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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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뒤늦게) 비판하고 다른 일부는 그의 공백으로 인한 디자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적어도 후자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애플을 떠났고 심지어 스티브 잡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애플은 역대 최고 성과를 내고 있다. 조니 아이브의 퇴사는 애플 역사에서 또 하나의 시대가 종결됐음을 의미한다. 흥미진진한 애플 디자인 '제2막'을 즐길 시간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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