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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인수 합병, 누구를 위한 시장 전략인가

이대영 기자 | ITWorld 2015.10.16
지난 10월 12일 델이 67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5조 6,43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EMC를 인수했다. 이는 IT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이자 전세계 IT 업계 순위를 바꾸는 인수 합병이었다.

델, 670억 달러에 EMC 인수 합의…VM웨어 지분도 포함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IT 시장에서 근본적인 지각 변동을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오라클의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나, HP의 디지털 이큅먼트 인수 등 경쟁 기술과 플랫폼을 인수한만큼의 파괴력은 없다고 분석했다.

델의 EMC 전격 인수, 업계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델의 이런 행보는 델이 SMB 시장에서 벗어나 대기업용 시장까지 넘보는, 거대 IT업체로 발돋움하는데 길을 열어줬다.

IT 세계에서 인수 합병 전략은 보통 3개로 나뉜다. 지속적 성장을 위한 외부 기술과 자원을 이용, 신규 시장 진입이나 시장 지배력 확대, 그리고 위험 분산과 자금조달 능력의 확대 등이다.

2000년 초까지, IT 업계에서는 인수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인수한 기술이나 인력들이 제대로 승계, 발전될 가능성이 없으며, 두 조직간 문화적 차이로 인해 불협화음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인수 합병의 효과는 미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IBM은 인수 합병을 통해 결과적으로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 10여 년동안 IBM이 인수한 기업은 100여 개에 달하며 이는 2010년대 들어와서도 엄청난 식탐을 보이고 있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다. 한때 IBM은 현재는 오라클에 인수 당한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와의 인수 협상을 벌인 적도 있었다.

IBM, BPM 전문업체 롬바르디 인수
IBM, MDM 전문업체 이니시에이트 시스템 인수
IBM, 네트워크 자동화 전문업체 인텔리덴 인수
IBM, 데이터 통합 전문업체 스털링 커머스 14억 달러에 인수
IBM, 웹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코어메트릭스 인수
IBM, 문서 캡처 전문업체 데이터캡 인수
IBM-네테자 합병, “BI에서 비즈니스 분석으로”
IBM, 클러스터 업체인 플랫폼 컴퓨팅 인수
IBM,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업체 워크라이트 인수
썬이 IBM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엄청난 실수

뿐만 아니라 IBM은 2004년 기업용 PC 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으며, 2007년에는 디지털 프린터 사업을 일본 사무기기 업체인 리코에게 넘겼다. 특히 2014년 자사의 X86 서버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IBM은 지난 20년 간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변신에 정점을 찍었다.

이런 무차별(?)적으로 보이는 인수 합병을 통해 IBM의 성공이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IT 업계에서는 인수 합병 붐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벤처를 대기업으로 키우는 전략도 있지만, 신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그 가능성을 거대 기업에 파는 것도 벤처 전략의 일환이 됐다.

이런 인수 합병으로 창업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준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은 바로 구글이었다. 구글은 2001년부터 200개가 넘는 업체를 인수했다. 구글의 인수 합병 전략은 모토로라, 더블클릭, 유투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로운 외부 기술과 자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1억 달러~7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특히 구글은 2014년 상반기에만 20개의 IT업체를 인수하면서 인수 합병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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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에는 구글만이 그토록 많은 업체들을 사들인 것이 아니다. 온라인 및 모바일 지불 결제, 소셜 네트워킹, 게임,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파괴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HP, 오라클, IBM, 구글 등 거의 모든 IT업체들이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IT 인수합병 최고치 기록…소셜과 모바일 성장 모색이 동인

이런 인수 합병 전략은 비단 IBM과 구글만이 아니었다. 현존하는 IT 업체들은 모두 인수 합병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였다. 또한 IBM과 구글처럼 인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야후의 2009년 지오시티즈, 2013년 텀블러 인수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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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HP의 팜 인수는 '초절정 악수'로 회자되고 있다. 팜의 웹OS는 결국 2013년 LG전자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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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수 사례들은 사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종속성이 강한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기업들은 자사가 사용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가 피인수된다는 소식은 그리 달갑지 않다. 향후 업그레이드나 제대로 된 유지 보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M&A 당시에는 업데이트며, 업그레이드에 대해 약속을 하지만 지금까지 피인수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업데이트하거나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과 같은 로컬 지역에서의 유지 보수 서비스란 사실상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년 간, 수많은 M&A 속에 엄청난 수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들이 통합되거나 사라졌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지만 그조차도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는 비단 기업용 소프트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몇년 전부터 웹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이 거의 모든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유로 '구글드(Googled)'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구글 독점의 폐해를 경고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구글신화에서 배우는 10가지 장점>

인수 합병을 통해 시장이 재편되고 기업들이 정리되는 것은 전체 시장이나 소비자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지금 현재 자사가 사용하는 ERP가 SAP 혹은 오라클이라면, 이들이 라이선스 가격이나 서브스크립션 가격을 턱없이 높게 인상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제 기업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이는 인터넷 시대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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