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2

토픽 브리핑 | AMD '젠', 제2차 CPU 전쟁의 서막

박상훈 기자 | ITWorld
세계 최초의 PC용 64비트 CPU '애슬론 64(Athlon 64)'. 지난 2003년 AMD가 내놓은 이 제품은 인텔 중심의 CPU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당황한 인텔은 이듬해 '프레스캇(Prescott)'으로 맞대응했지만, AMD가 이미 독점 기업의 대항마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구축한 후였다.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두 기업은 CPU 시장에서 성능과 가격으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다. PC 애호가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 중 하나였다.

Image Credit: funsubstance.com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 AMD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페놈(Phenom)'이 고부하 작업시 오류를 일으켜 논란이 됐고, 2011년 불도저(Bulldozer) 아키텍처는 빈약한 성능으로 혹평을 받았다. 현재 인텔은 PC CPU 시장의 80% 이상, 서버 CPU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AMD는 지난해 3분기에만 2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내며 인수합병설의 단골 주인공이 됐다. 두 기업 간 CPU 경쟁은 인텔의 승리로 끝나는 듯싶었다.

하지만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AMD가 절치부심 새로 개발한 '젠(Zen)' 칩이다. 지난해부터 세부 내용이 조금씩 흘러 나오더니, 지난 8월에는 구체적인 성능치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업체에 따르면 젠의 성능은 이전 세대 CPU보다 40% 더 빠르다. 8코어 젠이 인텔의 최신 제품인 i7과 맞먹는 성능을 보여줬다(물론 AMD가 설정한 환경에서 테스트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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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제품이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10~20% 성능이 향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치이다. 특히 젠에는 멀티 쓰레딩(Simultaneous Multi-Threading) 기술을 적용돼 코어 하나가 2개의 가상 코어로 작동한다. 8코어는 16개 쓰레드, 32코어는 64개 쓰레드를 처리할 수 있다. 젠은 PC용 제품 서밋 리지(Summit Ridge), 서버용 제품 '나폴리(Naples) 등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각각 최대 8코어, 32코어까지 지원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젠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내년에 AMD와 인텔 간의 '제2차 CPU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사양만 놓고 보면 인텔 제품과 1:1로 대적할 정도의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받는 시장이 고성능 게이밍 PC이다. 모든 것을 성능으로 말하는 시장이다. 인텔 최신 칩과 윈도우 10의 조합이 가정/업무용 PC 시장을 견인하는 데 실패하면서 마지막 남은 '알짜' PC 시장으로 주목받는 영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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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의 마지막 한 방울 성능까지 짜내는 게이머들은 일찌감치 젠에 주목했다. 성능 개선은 더디고 가격은 계속 오르는 인텔에 대한 실망도 한몫을 했다. 예를 들어 인텔 10코어 i7 칩의 가격은 무려 1,723달러이다. 젠의 등장은 고성능 제품에 목마른 게이머의 바람이자 성능 개선에 소홀했던 인텔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가격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젠 PC용 제품은 150~500달러로 인텔보다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AMD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전문가는 AMD의 최근 행보에 대해 '영리하다'고 평가한다. AMD는 지난 2013년부터 PC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맞춤형 칩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했다. 인텔이 올 상반기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으며 선택한 전략을 이미 3년 전부터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태도도 바꿨다. AMD는 젠 아키텍처를 중국 업체에 라이선스하기로 했다.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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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주장과 현실의 차이다. '40% 성능 향상'은 아직 AMD의 주장일 뿐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전력 효율이나 3D X포인트 같은 최신 기술 지원 여부도 실제 제품이 출시된 후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AMD는 사실상 젠에 '올인'하고 있다. 만약 성능이 기대 이하이거나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해 젠이 실패한다면 AMD의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AMD는 최근 '젠'을 공식 발표하는 행사 초대장을 발송했다. 날짜는 오는 12월 13일. 인터넷으로 전 세계 생중계한다. 고성능 게이밍 시장을 겨냥한 제품답게 유명 비디오 게임 평론가가 사회를 맡았다. 먼 곳에서 게이머의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가 퍼지고 있다. 다시 시작될 'CPU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 AMD와 인텔의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사용자와 기업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201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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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 ITWorld
세계 최초의 PC용 64비트 CPU '애슬론 64(Athlon 64)'. 지난 2003년 AMD가 내놓은 이 제품은 인텔 중심의 CPU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당황한 인텔은 이듬해 '프레스캇(Prescott)'으로 맞대응했지만, AMD가 이미 독점 기업의 대항마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구축한 후였다.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두 기업은 CPU 시장에서 성능과 가격으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다. PC 애호가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 중 하나였다.

Image Credit: funsubstance.com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 AMD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페놈(Phenom)'이 고부하 작업시 오류를 일으켜 논란이 됐고, 2011년 불도저(Bulldozer) 아키텍처는 빈약한 성능으로 혹평을 받았다. 현재 인텔은 PC CPU 시장의 80% 이상, 서버 CPU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AMD는 지난해 3분기에만 2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내며 인수합병설의 단골 주인공이 됐다. 두 기업 간 CPU 경쟁은 인텔의 승리로 끝나는 듯싶었다.

하지만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AMD가 절치부심 새로 개발한 '젠(Zen)' 칩이다. 지난해부터 세부 내용이 조금씩 흘러 나오더니, 지난 8월에는 구체적인 성능치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업체에 따르면 젠의 성능은 이전 세대 CPU보다 40% 더 빠르다. 8코어 젠이 인텔의 최신 제품인 i7과 맞먹는 성능을 보여줬다(물론 AMD가 설정한 환경에서 테스트한 결과이다).

핫 칩 컨퍼런스에 등장하는 메가칩 5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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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제품이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10~20% 성능이 향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치이다. 특히 젠에는 멀티 쓰레딩(Simultaneous Multi-Threading) 기술을 적용돼 코어 하나가 2개의 가상 코어로 작동한다. 8코어는 16개 쓰레드, 32코어는 64개 쓰레드를 처리할 수 있다. 젠은 PC용 제품 서밋 리지(Summit Ridge), 서버용 제품 '나폴리(Naples) 등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각각 최대 8코어, 32코어까지 지원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젠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내년에 AMD와 인텔 간의 '제2차 CPU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사양만 놓고 보면 인텔 제품과 1:1로 대적할 정도의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받는 시장이 고성능 게이밍 PC이다. 모든 것을 성능으로 말하는 시장이다. 인텔 최신 칩과 윈도우 10의 조합이 가정/업무용 PC 시장을 견인하는 데 실패하면서 마지막 남은 '알짜' PC 시장으로 주목받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시 속도 경쟁의 시대 오나··· 인텔, 22코어 신형 CPU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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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의 마지막 한 방울 성능까지 짜내는 게이머들은 일찌감치 젠에 주목했다. 성능 개선은 더디고 가격은 계속 오르는 인텔에 대한 실망도 한몫을 했다. 예를 들어 인텔 10코어 i7 칩의 가격은 무려 1,723달러이다. 젠의 등장은 고성능 제품에 목마른 게이머의 바람이자 성능 개선에 소홀했던 인텔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가격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젠 PC용 제품은 150~500달러로 인텔보다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AMD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전문가는 AMD의 최근 행보에 대해 '영리하다'고 평가한다. AMD는 지난 2013년부터 PC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맞춤형 칩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했다. 인텔이 올 상반기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으며 선택한 전략을 이미 3년 전부터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태도도 바꿨다. AMD는 젠 아키텍처를 중국 업체에 라이선스하기로 했다.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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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주장과 현실의 차이다. '40% 성능 향상'은 아직 AMD의 주장일 뿐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전력 효율이나 3D X포인트 같은 최신 기술 지원 여부도 실제 제품이 출시된 후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AMD는 사실상 젠에 '올인'하고 있다. 만약 성능이 기대 이하이거나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해 젠이 실패한다면 AMD의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AMD는 최근 '젠'을 공식 발표하는 행사 초대장을 발송했다. 날짜는 오는 12월 13일. 인터넷으로 전 세계 생중계한다. 고성능 게이밍 시장을 겨냥한 제품답게 유명 비디오 게임 평론가가 사회를 맡았다. 먼 곳에서 게이머의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가 퍼지고 있다. 다시 시작될 'CPU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 AMD와 인텔의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사용자와 기업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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