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글로벌 칼럼 | 사물인터넷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

Galen Gruman | InfoWorld 2015.04.28
완전히 상호 연결된 공개 환경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사물인터넷(IoT)이 실제로는 개별적 네트워크의 집합 형태로 구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갖 종류의 기기가 센서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사용해 효율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면서 변화하는 조건에 스스로 적응하고,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문제 발생을 알리고, 자체 성능과 워크플로우, 심지어 사용자 개인의 건강까지 최적화하는 고도로 연결된 세계"

이것이 바로 사물인터넷이 제시하는 비전이다.

이는 원대한 비전이고 지난 해 이런 꿈같은 이야기들이 난무했지만 사실 사물인터넷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마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물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대부분이 10년 전부터 이미 존재해 온 자동화와 M2M(machine-to-machine) 기술과 다를 바 없다. 나머지도 대부분 하찮은 작업을 처리하는 폐쇄적 홈 오토메이션 기술에 불과하며, 그나마 허술한 보안 탓에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환경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
사물인터넷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이는 사실 좋은 소식이다. 서로 통신하고 서로의 동작에 영향을 미치는 사물이 많아질수록 악의적인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게 사물에 접근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위험도 높아진다.

이들이 건물 보일러에 접근해 보일러를 폭탄으로 만들고, 집 현관 도어록을 작동하지 않게 하고, 주차장 문을 멋대로 열고, 데이터센터의 스프링쿨러 시스템을 작동하고, 자율 운전 자동차를 서로 충돌시키거나 움직이지 않게 하는 상황을 예상해 보자.

필자는 보안으로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사물인터넷에서 보안이 가장 큰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완전히 공개된 사물인터넷이 사실 위험한 아이디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더 큰 문제는 n-to-n 워크플로우와 기술 통합의 복잡함이다. 물론 사용자 경험도 큰 문제다).

지금의 사물인터넷, 과거의 기계 자동화
그래서 온갖 떠들썩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르다. 현실에서는 값싼 센서와 값싼 컴퓨팅, 그리고 더 값싼 풍부한 통신 자원을 활용하는 많은 폐쇄형 시스템이 서로 격리된 채 구현되고 있다.

그 뿌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주 미국 시카고 교외에서 열린 북미 사물인터넷 컨퍼런스(Internet of Things North America)에서 그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필자가 미국 산업의 중심지에서 열린 IoT 컨퍼런스를 찾은 이유는 실리콘 밸리의 IoT 컨퍼런스는 바보같은 이야기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메라를 사용해 음식을 식별하고 칼로리를 계산해주는 다이어트용 음식 접시 따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그냥 작은 접시를 사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고 더 확실한 방법이다).

시카고 컨퍼런스에서는 센서와 컴퓨팅, 연결을 결합한 더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건물 HVAC 시스템 관리, 항공기 엔진 성능 진단, 날씨와 현지 토양 상태에 따른 급수 패턴 조절, 배송 중 부패하기 쉬운 상품의 상태 추적, 산업용 장비 장애의 조기 확인, 공급 현황과 결함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조 라인 관리 등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필자가 10년 전에 여러 IT 비즈니스 저널에 썼던 사용 사례들과 동일하다. 단지 그때는 '사물인터넷'이라는 명칭이 없었을 뿐이다.

이 사례들은 모두 유효하고 실용적이지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새로운 부분이라고 해봐야 10년 전보다 더 저렴하고 더 쉽게 구축이 가능하며, 따라서 더 폭넓게 도입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뿐이다.

지금은 이와 같은 사용 사례에 적합한 충분한 속도를 제공하는 이동통신망과 로컬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설비되어 있다. 지금은 저렴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대부분의 처리 작업을 맡기고 트랜잭션 데이터를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시스템의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클라이언트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기기 등)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다.

공통 API와 표준 프로토콜은 없지만 여러 구심점이 부상하고 있다. 애플 홈킷(HomeKit), 올신(AllSeen) 산업 컨소시엄, 오픈 인터커넥트(Open Interconnect) 산업 컨소시엄, 그리고 구글의 스레드(Thread)와 웍스 위드 네스트(Works with Nest) 프로토콜이 그 예다.

특정 사물로 구성된 전문 네트워크
지금 구축되고 있는 것은 사물인터넷이 아니라 서로 개별적인, 특정 사물로 구성된 다수의 전문적인 네트워크다.

이런 형태는 워크플로우, 보안, 기술 스택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범용 워크플로우 설계 언어나 범용 기술 스택 따위는 비현실적인 개념이고, 누군가 그것을 표방한다면 믿지 않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온도 조절기/난로/화재 감지기/스프링클러 시스템, 도어록/보안 카메라/경보/침입 감지 시스템/엔터테인먼트 기기처럼 집안에 사용되는 일정 부류의 기기가 서로 연결되는 경우 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하나의 클러스터가 다른 클러스터와 통신하거나 클러스터 간에 작동을 연동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기껏해야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를 공통 콘솔 기기로 사용하는 정도일 뿐이다(각 IoT 클러스터에 따라 별도의 앱 사용).

상업 및 산업 환경에서는 특히 더 분리해야 한다. 최근 기내 와이파이를 사용해 항공 전자 시스템에 접근해 비행기를 추락시킬 수 있다는 오싹한 내용의 기사가 읽은 적이 있다. 이는 와이파이와 항공 전자 시스템이 동일한 네트워크에 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인데, 이 둘을 같은 네트워크에 두는 것 자체가 정말 멍청한 짓이다.

사물인터넷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추구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서로 분리된 복수의 네트워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리된 가상 LAN으로 충분하지만 분리된 물리적 네트워크가 필요한 때도 있고, 아예 별도의 네트워킹 기술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 연기 감지기가 와이파이 대신 이 회사의 독자적인 위브(Weave) 메시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통해 서로 통신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와이파이가 다운되더라도 연기나 일산화탄소 감지를 알릴 수 있다.

또한 위브(Weave)를 통해 의사 신호(false signals)를 전송하는 데는 와이파이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유형의 네트워크 분리는 산업 및 상업 환경에서 더욱 중요하다.

네트워크 측면 외에도 문제는 많다. 데이터 교환뿐만 아니라 기능 작동까지 가능한 기기를 위한 API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세탁기가 오디오에 알려줄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세탁물이 모두 건조되었다는 사실? 가능은 하겠지만 하찮은 일이다. 대부분의 기기에서 이런 기능들을 수없이 많이 지원해야 할까? 지원해야 할 기능이 많을수록 개발, 유지, 지원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이 복잡성과 타당성 부족의 결과로, 앞으로 IoT 기기는 아주 작은 논리적인 집합으로 클러스터를 구성할 공산이 크다.

고객을 '소유'하고자 하는 벤더의 욕구는 역설적으로 IoT 클러스터의 규모를 작게 유지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상호운용성도 없는데다 사람들이 주차장 문 개폐기나 히터와 같은 값비싼 장비를 그저 상호운용성을 위해 교체할 가능성 역시 아주 낮기 때문이다.

모든 미디어가 관심을 쏟는 '열린 사물인터넷'보다는 한정된 범위의 IoT 기능이 더 타당하다. 미디어의 이야기와 달리 실제 집안과 산업 현장에서는 구역별로 격리된 기능이 구현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물인터넷은 아니지만 이 편이 더 합리적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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