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전시된 상품이 모두 성공작은 아니다. 그 동안 관심을 갖고 CES 소식을 살폈다면 아마 아직 생산에 이르지 않은 개념 단계부터 이제 갓 출시된 제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훌륭한 기술 제품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품 자체가 실망스러운 경우든 전시 방식이 잘못된 경우든, 전시회에는 실패작들도 있다. CES 최악의 실패작들을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못 보고 지나갔어도 결코 아쉽지 않을 제품들을 살펴봤다. editor@itworld.co.kr
우스꽝스러운 운동 게임 기구
댄스 센트럴(Dance Central)과 같은 모션 제어 게임의 인기와 유아 비만에 대한 고조되는 우려를 동시에 반영이라도 하듯, CES 2013 현장에는 복잡하면서도 황당한 게임 액세서리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가장 실소를 금치 못할 제품 중 하나는 인텔렉트 모션(Intellect Motion)의 서서 즐기는 게임큐브(GameCube)였다. 이걸 거실에 두고 끈과 도르래로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을 통해 억지스러운 모션 제어 동작을 취하면 된다. 일반적인 거실에 두기에는 실용성이 거의 없지만 거대한 전시장에서 큰 웃음을 주는 용도로는 유용하다. – 알렉스 워로
도를 넘은 피트니스
칼로리 소모 측정 앱과 만보기는 건강을 위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등장한 피트니스 기기들은 확실히 도를 넘었다. USB 포크부터 “근육을 키우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온몸을 진동시키는 기구에 이르기까지 CES에는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들이 넘쳐났다. 필요한 것은 진동이 아니라 혁신이다. - 케이틀린 맥개리
스티브 발머의 귀환
아쉬운 작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손님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 작년 마이크로소프트가 CES에 작별을 고하자 사람들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월요일, 퀄컴의 기조 연설 무대에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가 불쑥 올라왔다. 영화 말타의 매에서 캐스퍼 거트맨은 샘 스페이드에게 “작별 인사는 짧은 게 좋지. 아듀”라고 말한다. 스티브 발머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 필 마이클스
집세 낼 돈으로 TV를 살까?
4K TV에 대한 열광적인 환호 뒤 가격표를 봤다. 그리고 내 안에서 이 TV 없이 사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앞으로 10년 동안 집세 낼 돈이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 나은지를 두고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다. 간발의 차이였지만, 1만 2,000달러라를 지불하고 길거리에 나앉느니 지붕 있는 집에 머무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년에 카지노에서 행운이나 빌어 봐야겠다. – 아르만도 로드리게즈
휴대용 게임기가 더 필요한가?
엔비디아 프로젝트 실드(Project Shield)는 디자인도 멋지고 그럴듯한 기기처럼 보이지만 똑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더 이상의 휴대용 게임기는 필요 없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가격도 엄청나게 비쌀 것이 뻔하다. – 로이드 케이스
소니의 고해상도 망신
소니 CEO 카즈오 히라이는 구름처럼 모여든 취재진들 앞에서 세계에게 가장 큰 OLED 디스플레이를 자랑스럽게 꺼내 보였지만, 선명한 화면은 곧 사라지고 오류 메시지가 뜨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시연 중 돌발 사고는 언제나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엄청나게 큰 무대 위에서 회의적인 청중을 감동시키려 애쓰는 순간, 이들 앞에 BIOS 설정 화면이 뜨는 상황은 정말 최악이다. – 필 마이클스
아이들아, 조심해!
아이포티(iPotty)는 아이패드 스탠드가 장착된 유아용 변기다. 교육용 앱과 연계되는 배변 훈련용으로 고안된 제품이다. 그러나 어린 장난꾸러기들은 곧 배변 교육 앱이 아니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것이다. 유아에게 아이패드의 용도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주어야 한다. – 리 얌숀
다른 사람들이 내 차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
오디오복스(Audiovox)의 커넥션프로(ConnectionPro) 차량 모니터링 시스템은 자동차 대리점에서 자동차 상태를 추적하고 정비가 필요한 경우 차량 소유자에게 이를 알릴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리점에 가서 정기점검을 받기를 꺼린다. 대리점은 대부분 정비 요금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이다. – 사라 제이콥슨 퓨어월
악몽 같은 아이폰 케이스
이 물건들을 한 번만 봤다면 아이폰 뒷면에서 5명의 느끼한 꽃미남들이 나를 향해 미소 짓는 이미지는 아마 내 머리에 각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악몽처럼 반복해서 나타났다. 원 디렉션(One Direction)을 주제로 한 아이폰 케이스만 세 곳 이상의 부스에서 목격했다. 평범한 사람의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자꾸 생각이 나서 잠도 설칠 지경이다. – 리아 얌숀
모조품은 안 돼
라이트브릭스(LiteBrix)의 휘황찬란한 부스 앞을 지날 때 든 생각은 오직 하나, “안 돼”였다. 레고 블록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조립식 블록 장난감에 LED를 넣어 번쩍거리는 모습을 보자니 눈도 피곤하고 기분도 상했다. – 앰버 부만
사용자가 키보드를 프로그래밍하라고?
로캣(Roccat)은 올 하반기 키별 조명 등 여러 가지 멋진 기능을 갖춘 리오스 MK 프로(Ryos MK Pro) 기계식 키보드를 출시한다. 로캣 직원들은 이 키보드가 화면 상의 상황에 맞추어 조명을 점등할 수 있음을 시연했다. 그러나 키보드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스스로 코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모든 제품에는 SDK가 포함된다.) 잘 만든 게임용 키보드는 좋다. 그러나 키보드를 설정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학위라도 있어야 한다면 별로 내키지 않는다. - 알렉스 워로
가상 레이저 키보드의 헛발질
CTX VK200 키포브(Keyfob) 가상 무선 키보드를 사용해 보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랐다는 이유만으로 키보드가 작동하지 않았다. 제품 개발자라면 초기 시제품을 테스트할 때 매니큐어를 칠한 사용자 시나리오 정도는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 리아 얌숀
블루투스 칫솔을 향한 야유
치아 위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지만, 칫솔질 시간이 짧을 때 이를 경고하는 기능을 이용하자고 투박한 빔 브러시(Beam Brush) 칫솔에 50달러를 투자할 생각은 없다. (양치질 시간이 짧은 건 본인도 이미 알고 있다.) 같은 시간에 칫솔질의 효과를 높여주는 좋은 전기 칫솔을 사는 편이 더 낫겠다. – 야데나 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