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CEO 존 챔버스는 시스코와 경쟁하려 했다가 실패한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한다. 쓰리콤, 노텔, 시놉틱스 등이 단골 메뉴다. 그러나 여기 소개하는 10개 기업들은 시스코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editor@itworld.co.kr
F5 네트웍스(F5 Networks)
사람들은 로드 밸런싱 시장이 빠르게 범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F5는 “L4/L7” 시장이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컨트롤러(ADC)”로 진화하는 와중에 차별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F5는 가장 넓고 깊은 애플리케이션 적합성을 보유했으며, 셰어포인트 및 익스체인지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배포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성능을 개선해준다. F5의 전략이 잘 들어맞은 덕분에 시스코는 자체 제품을 버리고 2위 업체인 시트릭스와 손을 잡아야 했다.
리버베드(Riverbed)
리버베드의 스틸헤드(Steelhead)는 시스코의 WAAS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수한 부분이 있다. 두 가지 제품을 테스트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 리버베드는 시스코보다 더 폭넓은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성능 향상을 제공하지만 핵심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WAAS도 막상막하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많은 고객이 리버베드를 구입하는 진짜 이유는 배포가 빠르고 관리하기 쉽다는 데 있다. 또한 필자는 리버베드가 몇 년에 걸쳐 애플리케이션 최적화 기능을 추가한 후 지속적인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주니퍼(Juniper)
특히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관리자라면 주니퍼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 동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우왕좌왕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니퍼는 서비스 공급자 라우팅 분야에서 사실상 2위 업체다. 시스코와 주니퍼의 기술적 우위는 엎치락뒤치락한다. 주니퍼의 최신 제품인 T4000, MX, PTX 라인은 앞으로도 당분간 시스코 대 주니퍼 SP 전쟁의 기반이 될 뛰어난 제품들이다.
아리스타(Arista)
겨우 2년 된 업체가 시스코의 오랜 숙적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아리스타는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시스코에 대항해 지속 가능한 차별성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인터롭에서 만난 마케팅 담당 부사장 더글라스 고어레이는 집중의 가치를 강조했다. 아리스타는 ADC 또는 메트로 이더넷과 같은 시장으로 모험을 떠나지 않고, 앞으로도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고어레이가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에서 아리스타의 위상은 SP 라우팅에서 주니퍼의 위상과 같은 수준이다. 즉, 업계 2위다.
폴리콤(Polycom)
폴리콤에게 가장 좋은 일을 한 회사를 꼽으라면 단연 시스코다. 시스코의 탠드버그(Tandberg) 인수는 비디오 부문의 틈새 업체인 폴리콤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풀리지 않았고 시스코는 본의 아니게 두 회사 모두를 위한 기회를 만들었다. 폴리콤은 처음에는 시스코에 의해 만들어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경영진을 물갈이했고 CEO 앤디 밀러는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폴리콤의 영리한 사람들과 절묘한 전략, 그리고 시스코의 느린 제품 주기가 맞물려 폴리콤은 꽤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아루바 네트웍스(Aruba Networks)
지난 5년 동안 아루바의 와이파이 점유율은 2배 이상 올라 현재 10%대 후반에 이른다. 아루바의 성장이 시스코에게만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아루바는 모토로라의 점유율도 빼앗았다) 아루바는 몇 년 전, 에어웨이브(Airwave) 관리 도구를 사용해 “트로이 목마”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했다. 시스코 고객이 시스코 하드웨어를 구입하도록 한 뒤 이 솔루션을 관리하기 위한 에어웨이브를 판매한 것이다. 이후 802.11n 업그레이드 주기를 적극 활용해서 에어웨이브를 발판으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브로케이드(Brocade)
브로케이드는 몇 년째 파이버 채널 스위칭 시장과 기술을 모두 선도하는 업체다. 8G FC, 16G FC를 최초로 출시했고 32G 역시 가장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FCoE에 대한 허황된 이야기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브로케이드는 더 빠르고 더 풍부한 기능을 갖춘 FC를 제공하는데 계속 집중했고 지금은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패브릭과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스토리지 패브릭과 같이 데이터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탄력성, 안정성이 높아져야 하므로 브로케이드에게는 이것이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HP
HP 네트워킹은 존 맥휴의 지휘 아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거의 하룻밤 만에 무명에서 점유율 2위의 업체로 부상했다. HP는 시스코가 방심한 틈을 타서 액세스 에지 분야의 가치 중심 구매자들을 확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후 시스코가 HP와 가격대를 맞춘 전용 제품으로 반격에 나서자, HP는 쓰리콤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데이터센터 영역에서 시스코에 도전함으로써 재반격으로 응수했다. 한때 돈독한 협력 관계였던 두 기업이 모두 통합 데이터센터 “스택”을 구축 중인 만큼 앞으로 데이터 센터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필자가 기억하기로 근래에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시스코를 더 괴롭힌 기업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UC 솔루션인 링크(Lync)는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이 시스코에 대해 갖는 충성심 못지않게 마이크로소프트에 충성하는 새로운 구매층을 시장에 끌어들였다. 시스코는 자사의 솔루션이 링크보다 더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더 저렴하고 더 광범위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다. 시스코의 주장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고객이 링크를 구입하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친숙한 이름 때문이고, 이는 맞서 경쟁하기가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어바이어(Avaya)
시스코 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시스코 대 어바이어의 구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지만 어바이어는 노텔 인수를 통해 음성 시장에서 사실 2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VoIP가 아닌 전체 음성). 이는 기업용 전화기 5대 중 1대가 어바이어의 손아귀에 있음을 의미한다. 케빈 케네디의 지휘하에 어바이어는 비즈니스를 대폭 능률화해서 과거에 비해 더 민첩해졌으며 UC 시장에서 계속 시스코를 위협하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