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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RIM의 착각과 블랙베리의 향방

Galen M. Gruman | InfoWorld 2011.05.09
필자는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기에 예외로 하겠다. 최근 열린 블랙베리 월드 쇼(BlackBerry World Show)에서 RIM의 공동대표 짐 발실리는 블랙베리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의심의 먹구름이 드리워진 가운데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지난 몇 년간, 한때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었던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모바일 시장의 변화를 외면한 채 스스로 무덤을 파는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업에게 있어서 10년간이나 성공에 안주하다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RIM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RIM이 보다 깊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해졌다. RIM은 블랙베리를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블랙베리가 사장된 기술이 된 이유다. RIM은 자사의 블랙베리 전략에 관한 발표를 통해 스스로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냈다.
 
"우리가 블랙베리 OS 6이 미래가 될 것이라고 한 말은 잊어라."
발실리는 지난 몇 년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빼앗겼던 고객 기반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RIM의 대항마를 발표했다. 블랙베리 볼드 9900, 코드명 밸런스(Balance)가 그 주인공으로, 작년 여름에 공개된 블랙베리 OS 6.0에서 업데이트 된 6.1 버전을 탑재하여 오는 여름에 출시할 예정이다.
 
브라우저의 성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며, 무선 결제에 사용되는 NFC(근접 통신, Near Field Communication)을 지원한다. 또한 RIM은 해당 모델의 기업 및 개인자료 독립관리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 기능은 작년 여름 블랙베리 OS 6에서 이미 소개된 기능이다.
 
아! 그리고 이번 업데이트가 주요 OS 업데이트인척 하기 위해서 블랙베리 OS 7.0이라고 명명되었다. 사용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머지않아 이것이 하나의 마케팅 술수였음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안 좋은 것은 블랙베리 OS 6.1과 7.0이 오직 '밸런스'에서만 구동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블랙베리 모델은 지원하지 않으며, 심지어 고작 9개월 전에 출시된 블랙베리 토치나 지난 달에서야 겨우 6.0 업데이트가 시작된 블랙베리 볼드 9700 모델도 지원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RIM이 블랙베리의 앞날을 다시 밝혀줄 기반이 될 6.0 OS에 기대를 걸었던 충성스러운 기존의 사용자들을 모두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언하건대, 사람들은 RIM의 약속을 믿었던 자신을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RIM이 6.1/7.0 OS를 신형 기기에만 지원한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블랙베리를 플랫폼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휴대폰이 그저 휴대폰의 기능만 했던 과거에는 윈도우, 맥 OS X, 리눅스 PC, iOS, 안드로이드 등의 모바일 기기처럼 플랫폼의 일부가 된다는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각각의 기기는 미리 정해진 성능을 내는 하나의 제품이었다. (블랙베리의 경우 통화와 문자 메시지)
 
아이폰이 이런 판도를 바꾸어 스마트폰을 하나의 OS가 다수의 기기에서 구동하여 사용자들과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개발자들이 기기간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다. OS 업그레이드는 우리가 PC와 서버에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한 세대에 한 번 내지는 기존 2개 모델에 대해 지원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애플의 iOS 업데이트만큼이나 OS 업그레이드를 철저히 관리하거나 연동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접근법을 채택했다.
 
RIM은 "각 기기는 독립된 제품이다"라는 생각 때문에 교착상태에 빠졌고, 이것이 모바일 웹 트래픽 조사에서 RIM의 기기를 찾아보기 힘들고 애플리케이션의 수와 기능이 제한적인 이유이다. 웹 사이트를 개발할 때 HTML과 자바스크립트의 기능 측면에서 블랙베리 모델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시도조차 않을 가능성이 높다. 블랙베리용 앱을 개발하려면 화면 크기부터 OS 버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두 번 생각해야 한다.
 
블랙베리 OS 6.0은 이것을 바꾸어 최소한 2010년 이후에 출시된 모든 블랙베리 기기에 걸쳐서 공통된 플랫폼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토치'를 위한 또 다른 OS 제품이라는 것과 그나마 몇몇 제품에서도 브라우저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새로 무언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밸런스' 기기가 출시되면, 기존 사용자들은 이것이 믿을만한 진정한 플랫폼인지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진정한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것이 관리와 지원측면에서 유리한데도 또 다른 블랙베리를 추가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고객을 위해 부분적으로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를 관리한다."
발실리는 또한 블랙베리 엔터프라이즈 서버(BlackBerry Enterprise Server, 이하 BES)의 차기 버전에서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iOS 기기와 안드로이드 기기를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필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지적해 왔던 내용이다. '밸런스'를 출시하면서 정황상 기기가 아니라 BES가 RIM의 실질적인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RIM도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RIM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을까? 2010년 9월에 발표한 BES 5.03 업데이트는 '토치'가 출시된 지 8개월째 접어드는 2011년 4월이 되어서야 공개되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BES 5.03의 목적이 블랙베리 OS 6.0이 개인적인 데이터와 서비스를 기업 데이터와 서비스로부터 분리하여 관리하는 기능을 지원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기능은 사용자와 기업이 모바일 기기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RIM의 자기적응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행되는데 소요된 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iOS 및 안드로이드 BES는 또 언제 준비될까? 반면에 시장에는 이런 플랫폼들을 위한 검증된 뛰어난 성능의 모바일 기기 관리도구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원들이 자신들의 기기를 이용하도록 하면서 이런 도구들을 적용하고 있다. RIM의 멀티플랫폼 BES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기업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iOS와 안드로이드 지원을 추가하기 위해 RIM은 유비텍스(Ubitexx))를 인수했다. 해당 기술을 BES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직 인수가 완료되지도 않았다.
 
RIM의 경영진의 업무처리 속도는 굼뜨기만 하다. 지난 해 인수한 QNX 운영체제를 형편없이 통합하여 블랙베리 플레이북(BlackBerry PlayBook) 태블릿이 실망감을 안겨준 상황에서 이러한 약속을 믿는 IT 기업이 있기나 할까? 플레이북은 BES를 통해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앞으로 RIM이 실제로 iOS와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IT 기업들로 하여금 고민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RIM은 자체 성명을 통해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 관리는 보통 수준 이하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RIM은 메시징 푸쉬(Messaging Push)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 두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 익스체인지, 로터스 노츠, 노벨 그룹와이즈의 최신 버전, 기업용 구글 앱스 등 익스체인지 액티브 싱크 서버에 연결되면 이를 지원하는데도 말이다. 세파림 그룹의 분석가 밥 에건은 RIM이 인수하는 유비텍스의 최신 기술은 iOS에 대한 '푸시'를 지원한다고 적고 있다.
 
RIM은 또한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애플리케이션 관리나 파이어월로 보호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쟁 업체들은 이미 이 둘을 지원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유비텍스의 기술로 iOS에서 애플리케이션 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왜 RIM은 이를 지원목록에서 누락시켰을까? 또한 웹 기반 BES만 iOS와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일반적인 BES 제품과는 다르게 자체적인 서버를 운영할 수 없다.
 
RIM이 제시한 iOS와 안드로이드 지원은 분명히 수준 이하일 것이며, RIM의 BES 관리 플랫폼은 비즈니스용으로 점점 잊혀져 가는 기기들을 위해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매킨토시를 따라잡기 위해 몇 년간 구사한 전략과 일치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맥 OS X 지원을 약속했지만 떨어지는 성능에 문제도 많은 제한적이고 투박한 제품만을 계속해서 공급하고 있다. 해당 전략의 목표는 맥 사용자들이 더 나은 "진짜"를 원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달랐다. 맥 OS X의 판매량은 치솟았고 윈도우 판매량은 둔화되었다. 또한 사용자들은 자신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략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패를 돌렸지만, 엄청난 시장 점유율과 의존적인 기업 고객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RIM은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고 있다. 판매량은 iOS나 안드로이드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지난 해 기업들은 스스로 RIM에 의존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RIM은 좀 더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열풍은 한낱 악몽에 지나지 않았다는 식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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