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라이제이션

페이팔 공동창업자, “우리가 기술 혐오 시대에 살고 있는 이유는……”

Patrick Thibodeau | Computerworld 2014.10.13
온갖 혁신적인 제품으로 둘러 쌓여 있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암흑 시대에 살고 있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과학은 비난을 받고, 기술적 진보는 멈춰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혁신’이라고 일컫는 것들이 실제로는 ‘혁신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티엘은 혁신과 진보라는 개념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가트너의 심포지움/IT 엑스포에 연설자로 나선 그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멈춰버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과학 혹은 기술이 중심인 시대가 아닌,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대다수의 사람은 과학과 기술을 싫어한다. 문화도 과학기술을 싫어하며, 정부 또한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티엘은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에 얼마나 적대적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할리우드 영화를 살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미네이터, 매트릭트, 아바타, 엘리시움과 그래비티와 같은 영화를 언급하며, 이 영화들은 기술이 의미가 없으며, 사람을 죽이는 데 악용되고, 세상에 해를 끼친다고 묘사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그래비티의 핵심 메시지는 ‘지구 밖 우주로의 여행은 위험하다’라는 것이다.

그는 영화는 단지 과학에 적대적인 사회의 편견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산업 자체를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늘날 기술에 대한 의미는 1950년대 혹은 1960년대 때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티엘은 이 시기의 과학은 컴퓨터와 로켓, 해저 도시 차세대 에너지와 모든 종류의 초음속 비행기를 의미했으나, 오늘날의 과학은 IT를 의미하는 것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오늘날의 과학기술의 진보는 비즈니스 효율을 극적으로 높이고, 새롭고 혁신적인 회사를 설립하는 데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는 있으나, 우리 문명을 다음 단계로 이끌 만큼 혁신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경제연구소의 로버트 고든이 2012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기술된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고든은 이 보고서에서 문명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혁신의 부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진정한 혁신’은 에어컨, 증기기관, 전화기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티엘의 입장에서 현재 심각하게 부족한 것은 ‘신념’이다. 기업이나 정부에 상관없이 무엇을 해내야겠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야 말로 진보하는 방법이다.

티엘은 정부 주도로 3년 6개월 만에 핵폭탄을 만든 맨하탄 프로젝트와 1960년대에 달착륙에 성공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것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식의 접근이 아니었다. 명확한 계획에 입각해서 진행된 복잡적인 정부의 노력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피터 티엘의 강연을 들은 세일즈 및 마케팅 회사 C3i의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하나만은 티엘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 “수 많은 훌륭한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즐길 거리가 다분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으나, 기술이 근본적인 인간의 삶을 바꿔놓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티엘은 정책을 결정 할 때 과학을 취급하는 방식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기상 이변이나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존의 과학적 방식 보다는,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데 보탬이 되는 과학을 취한다는 의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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