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와 크롬북 픽셀은 공통점이 많았던 제품들이다. 각각 생태계에서 구글 자체 브랜드 하드웨어를 개척한 첫 번째 제품이다. 이른바 ‘애호가(해당 커뮤니티에서 ‘기크’로 불리는)’를 주 대상으로 출시되었다. 그런 후 이보다 더 큰 시장으로 확대됐다. 그러다 올 여름 ‘영면’을 해서 내세의 삶을 시작했다. 관련 디바이스의 수명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중단되었다는 의미이다.
넥서스의 경우, 8월 출시된 안드로이드 9 파이가 신호였다. 처음으로 넥서스 제품군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3년 전인 2015년 출시된 넥서스 5X와 6P까지 안드로이드 9 파이 업그레이드 대상에서 제외됐다. 넥서스 제품군은 픽셀(Pixel), 픽셀 XL, 픽셀 2, 픽셀 2 XL, 픽셀 3, 최근 관련 정보가 '유출’된 픽셀 3 XL 등 픽셀 제품군 후손들로 명맥을 유지한다.
크롬북 픽셀의 경우, 1세대 픽셀 제품이 약 1주 전 마지막 OS 업데이트를 받았다. 이 픽셀 제품군은 형제인 2세대 크롬북 픽셀(2015년 약 7분간 판매되었으며, 1세대 제품을 업데이트한 모델)과 이의 후손인 픽셀북(Pixelbook) 제품군으로 명맥을 유지한다.
지금부터 ‘영면’한 이들 디바이스의 생애를 돌아보고, 이들이 남긴 영향을 알아보자.
넥서스 제품군의 생애는 구글과 HTC가 결혼해 2010년 출산한 넥서스 원(Nexus One)과 함께 시작되었다. ‘웹과 스마트폰의 결합(Web meets phone)’이라는 홍보와 함께 스마트폰이 출시되었다. 넓고 얇다는 점을 강조했다(사람을 가리키는 경우 주의를 기울여 사용해야 하는 단어 조합). 특이한 트랙 볼, 당시 표준이었던 4개의 안드로이드 탐색 버튼을 장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구글이 넥서스 원을 통해 안드로이드 세계를 아주 조금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체 디바이스를 판매하면서 다양한 구글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환경)의 촘촘한 통합 방식, 구글 운영체제에 적용되어야 하는 작동 방식을 보여줬다.
같은 해 첫 형제 또한 탄생했다. 삼성이 만든 넥서스S이다(초기의 구글은 다소 까불거렸으며 ‘난잡’한 생활을 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넥서스S는 ‘녹색’의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소프트웨어, 삼성이 처음으로 만든 (플라스틱 소재라 저렴해 보이는) 갤럭시S 모델에 기반을 둔 보다 ‘현대적인’ 스마트폰 디자인 도입 및 확산에 기여했다.
이후 2011년 말에 갤럭시 넥서스가 탄생했다. 또 다른 삼성과 구글의 자녀이다. 이 갤럭시 넥서스는 차세대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운영체제의 동력이었다. 안드로이드가 현대적인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도입해 변화하기 시작하도록 이끈 ‘변혁'의 시발점인 OS이다. 동시에 구글과 버라이즌의 오랜 애증 관계가 시작되었다. 버라이즌이 이동통신 업체로 독점 파트너가 된 것이다. 현재까지도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이어지고 있는 관계이다.
갤럭시 넥서스는 당시로는 아주 큰 4.65인치의 화면을 장착한 스마트폰이었다(지금은 ‘컴팩트’ 스마트폰 화면 크기가 5인치). 또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온스크린 버튼 대신 물리적 탐색 키를 채택한 첫 번째 주력 제품이었다. 강조했지만, 당시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기능들도 소수 장착하고 있었다.
넥서스 제품군은 LG가 각각 2012년과 2013년 만든 넥서스 4 및 넥서스 5, 모토로라가 2014년 만든 넥서스 6으로 계속 확장이 되었다. 그리고 각각 LG와 화웨이가 위에서 언급한 마지막 모델인 넥서스 5X와 6P 모델을 만들었다.
그 사이, 에이수스가 2012년과 2013에 넥서스 7 태블릿을 출시했고, 삼성은 2012년에 넥서스 10 태블릿을 출시했다. 마지막으로 HTC는 2014년에 넥서스 9 태블릿을 출시했다. 이 시점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대신 크롬북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빼먹은 제품이 있다.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지만 출시를 하지 못한 넥서스 Q(2012년)와 2014년 출시되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넥서스 플레이어이다.
크롬북 픽셀은 크롬 OS와 구글에 아주 중요한 일을 해준 제품군이다. 구글은 직접 만든 첫 크롬북을 통해, 크롬 OS가 저품질의 저가 노트북 컴퓨터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클라우드 중심의 컴퓨팅 환경에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이식했으며, 해당 플랫폼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하드웨어를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또 당시에는 어리석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크롬북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크롬 OS와 모바일 컴퓨팅이 이 방향으로 진화할 것임을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구글이 단독으로 설계해 만든 첫 번째 디바이스이다. 제조의 경우에도, 기존 하드웨어를 맞춤화하기 위해 삼성과 LG 같은 회사와 협력하지 않았다. 또한 구글 외에는 다른 회사 제품과 관련이 없는 브랜드이다(픽셀 역시 마찬가지). 이는 우리가 현재 확인하고 있는 구글 자체의 폐쇄된 생태계 전략의 초석 역할을 했다.
넥서스와 크롬북 픽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내세로 떠났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비전이 다양한 형태로 빛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후손들인 픽셀과 픽셀북 제품을 위해 길을 닦았다. 그러니 편히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두 제품을 기억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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