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전,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안개 낀 물에 이상한 물결 하나가 일어난다. 현대 모바일 컴퓨팅에서는 오랫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드로이드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기 많고 성공적인 키보드인 스위프트키(SwiftKey)를 인수한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 이 발표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것이었다. 스위프트키는 안드로이드의 산물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저마이크로소프트이기 때문이다. 스위프트키는 안드로이드 플랫폼 상에서 가장 먼저 키보드 성공 신화를 쓴 곳 중 하나이자 휴대폰 업체들이 좋아하는 옵션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에 여전히 자사의 윈도우 폰 플랫폼에 중점을 두고 있었고, 크로스 플랫폼 키보드 앱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물론 이 앱 개발은 지난 해 여름 공식 중단됐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위프트키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설마 스위프트키에 마이크로소프트 키보드란 이름을 붙이고 당시로써는 초기 상태였던 안드로이드 상의 마이크로소프트 경험에 살을 붙이려는 것일까? 앱은 생명 유지만 하고 자사 엔지니어가 내부 핵심만 추출해 다른 마이크로소프트스러운 프로젝트에 넣으려는 것일까? 자사의 핵심 기술을 혼합해 근사한 형태로 만든 다음, 클리피(Clippy)의 자양분으로 삼아 한때의 무시무시한 위세를 되찾으려는 것일까?
아무런 해답도 없이 해가 갔고, 스위프트키는 사라지지도 마이크로소프트식의 새 단장도 하지 않았다. 앱과 관련된 개발은 특별할 것 없이 진행됐다. 지금까지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스위프트키 설명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업체라는 직접적인 표시가 없다. 여전히 제품 이름은 스위프트키이고, 저작권 관련 공지 맨 아래에 ‘TouchType Ltd’란 소유주가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올 여름, 드디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앱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장기적인 계획과 스위프트키를 인수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가지 다른 전략을 각각 펼치고 있다.
전략 1. 윈도우에 이로운 방향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스위프트키의 데스크톱 버전을 개발하는 중이다. 이는 결국 윈도우 10 운영체제의 일부가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달 전, 베타 테스트들과 데스크톱 앱의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올해 말쯤 윈도우 태블릿 모드의 기본 온스크린 키보드로 구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략은 클리피의 실질적인 후계자에게 두 가지 큰 이점을 가져다준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운영체제의 탁월한 예측 기술을 갖춘 세련되고 잘 다듬은 키보드를 갖게 된다. 이런 종류의 것은 정말로 잘 해보고자 하지 않으면 개발하기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수천만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 스위프트키 사용자에게 친숙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들 사용자는 언젠가 더 큰 화면의 컴퓨팅 디바이스가 필요할 때 아이패드나 컨버터블 크롬북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디바이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두 번째이자 마찬가지로 중요한 전략이 새로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략 2. 스위프트키의 미묘한 마이크로소프트화
인수 직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위프트키의 겉모습이나 느낌이 혹여나 멀리서라도 마이크로소프트 앱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도록 엄청나게 신경 썼다. 눈에 띄는 이름 변경이 없는 것부터 큰 시각적 변화가 없는 것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위프트키의 충성 고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용자가 좋아하는 키보드 앱을 어느날 갑자기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2년 반이 지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분위기를 시험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 주말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위프트키 안드로이드 앱의 베타 버전 업데이트를 내놓았는데, 흥미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장 번역 기능이다. 쓸만하겠지만, 중요하지 않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중요하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를 스위프트키에 통합한 첫 번째이므로 충분히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더 많은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를 통합할 기반으로 마련한다는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이 기능은 의미있는 수준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노리는 데이터 수집 기능을 앱에 추가한다. 이전에는 스위프트키의 프라이버시 정책에 따라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무슨 사악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즉석 텍스트 번역 기능에는 거의 표준처럼 들어가는 조건이다. 사실 구글의 지보드(Gboard) 앱 역시 비슷한 기능에 비슷한 경고 문구를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스위프트키의 새로운 텍스트 번역 기능은 구글 지보드와 모습도 동작도 심하게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물론 스위프트키 버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유지해 왔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스위프트키 앱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맥락상 마이크로소프트의 또 다른 안드로이드 앱인 마이크로소프트 런처를 살펴봐야 한다. 한때 이 앱은 애로우 런처(Arrow Launcher)란 이름이었으며, 파워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맞춤 옵션이 특징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험적인 개러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내부적으로 개발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연관성은 초기에 매우 미묘한 것으로, 사용자에게 전혀 내세우지 않았다.
지난 가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애로우 런처의 이름을 바꾸고 가능한 모든 종류의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디자인 언어부터 빙 기반 검색, 코타나 즉각 액세스, 기타 마이크로소프트의 앱과 서비스를 눈에 띄게 배치했다. 아마도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PC에서 계속하기” 옵션으로, 안드로이드 홈 화면을 윈도우 10 데스크톱에 직접 연결해 두 영역 간의 강력하면서도 거의 네이티브 느낌을 연결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스위프트키도 결국은 마이크로소프트 키보드가 될 것인가? 아마도.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애로우 런처와는 달리 스위프트키는 오래된 이름의 가치가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름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스위프트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안드로이드 내의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윈도우 10 상에서의 위치를 통해서 그렇게 될 것이다. 이번 여름 등장한 스위프트키 베타 버전 업데이트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이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위프트키를 인수하고 계속 개발해 온 실질적인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클리피가 이 계획에 끼어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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