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우의 행복한 개발자 | 언어로 천냥 빚을 갚는다

임철우 | IDG Korea 2009.09.22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누구나 마음에 두어야 할 말이지만, 개발자라면 특히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말, 즉 언어가 우리에게는 밥줄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 것처럼 언어를 잘못 선택하면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손바닥에 땀이 나도록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아까운 시간을 마구잡이로 써야되고, 심지어 대인관계까지 무너지는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를 들어보겠다.

 

개발 5년 차. 5년 차 개발자라면 어디를 가든지 인정받는 시점이 된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원하기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슈퍼컴퓨터라도 만들 것 같은 지식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간다. 상사가 무슨 말을 한 마디만 해도 프로그램 언어로 모든지 다 표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 당시 필자는 이런 생각에 가장 왕성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어느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핵심 소스를 다루게 되면서 더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이건 그게 아닙니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저렇게 해야 합니다,’ 하고 고집을 부리면서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던 시기였다.

 

AP2C3B.JPG여러 사람이 다 같이 만든 프로그램을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돌려보는 통합테스트가 다가왔다. 내가 만든 소스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테스트 중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잘못 만든 소스들을 지적했다. 속으로 저 정도는 어린애도 짜겠다 자만하면서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내 소스를 이용해 테스트를 해보는데, 아주 순조롭게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일분이 하루, 한 시간이 십 년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질 정도로 당혹스럽기 조차했었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아래의 세 가지 실수로 원인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선명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해 임기 응변식 프로그램을 만든 덕분에 다른 개발자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고, 그 결과 예상치도 않은 에러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구나 그 에러를 수정하려고 하니 하나를 수정하면 다른 하나가 문제가 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수정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에러가 연속적으로 발생해,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있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결국엔 사람들의 신임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게 됐다.

 

둘째, 나만의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남보다 조금 언어를 안다고 말을 함부로 해서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분명히 쉽게 넘어 갈수 도 있었던 부분을 혼자서 돌아가야 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믿지 못하고 혼자서 다 만들다 보니 많은 허점 투성이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다른 사람이 한 달의 공을 들여서 만든 프로그램과 단 하루 걸려서 만든 프로그램은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바위로 만들어도 무너질 성을 필자는 종이로 만들어 겉모습만 번드레한 프로그램이 되고야 말았다.

 

셋째, 실력을 뽐내고 싶어서 모든 곳에 어려운 변수선언과 처리를 해버려서 다른 사람이 필자의 의도와는 다른 의도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됐고, 그 결과 하나를 수정하면 다른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짐작조차 못 하게 되었다. 필자의 의도를 설명하기 위하여 개개인에게 하나하나 알려주어야만 되었고 오히려 시간만 몇 배로 늘어나게 되어 비효율적인 상황을 만들고야 말았던 것이다.

 

개발자에게 있어서 언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필자의 이런 경우처럼, 분명하지 않은 언어로 만든 임기응변식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 개발자들과의 의사소통을 혼돈 시켜, 결국 꼬리의 꼬리를 물고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어 언젠가는 그 꼬리를 자르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빨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또 자존심만을 내세우면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하면 시간은 언제나 부족해지고, 그와 더불어 대인관계가 무너지게 된다.

 

개발자는 언어로 소통 한다.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듯, 잘 사용한 언어로 개발자는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 내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나만의 프로그램 보다는 전체 프로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명확한 언어를 선택하도록 하자. cess98@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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