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가을에 게이머들을 기다리고 있는 신작 게임은 어떤 것일까? 사실 기대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신형 콘솔이 출시되려면 아직도 1년이 남아, 지금은 일종의 정리 기간에 가까운 시기다. 다잉 라이트 투(Dying Light II) 와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처럼 아직 미발매인 화제작은 대부분 내년 봄에 발매될 예정이다.
그래도 올 연말까지 즐길 수 있는 기대 신작 9가지를 골라 소개한다.
컨트롤 – 8월 27일
레미디(Remedy)에서 개발한 컨트롤(Control)이 제프 벤더미어의 연작 소설 서던 리치 3부작(Southern Reach Trilogy)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따 왔는지 최근에 직접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예 캐릭터 이름인 ‘컨트롤’을 제목으로 삼을 정도지만, 불만은 전혀 없다.
‘컨트롤’ 연방국 본부 건물인 브루털리즘 양식의 올디스트 하우스(Oldest House)는 희한한 토끼굴처럼 생겼다. 자칫하면 끝없는 미로에 빠질 것 같은 무미건조한 관공서나 야생 동물에게 서서히 먹히는 중인 연구소 같은 느낌이다. 뉴 위어드 소설 장르의 특징을 완벽하게(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살린 레미디 게임의 백미이다.
블레어 위치 – 8월 30일
20년 전에 나온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블레어 위치(Blair Witch) 게임을 소개하는 것은 그 유서 깊은 내력 때문이지 게임 자체 내용 때문은 아니다. 사실 E3 트레일러 외에는 필자도 본 것이 별로 없다.
그래도 개발자가 최근 레이어스 오브 피어(Layers of Fearr)와 옵저버(Observer) 등을 내놓으며 공포 게임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블루버 팀(Bloober Team)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블루버 팀의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존의 공포 게임 규칙을 파괴하는 낯설고 혁신적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레어 위치처럼 기존에 알려진 것에 얽매여 있어도 그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두고 보면 곧 알게 될 것이다.
스파이로 리이그나이티드 3부작 – 9월 3일
크래쉬 밴디쿳(Crash Bandicoot) 리마스터 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액티비전(Activision)의 스파이로(Spyro) 리메이크 역시 콘솔용 게임 출시 1년 만에 PC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라서 기대 중이다. 크래쉬 밴디쿳은 옛날 추억 여행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그 동안 시간의 흐름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반면, 스파이로는 90년대 마스코트를 최고 수준의 플랫폼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기분 나쁜 부분은 다 없어진 상태로 이 게임을 다시 즐길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컨트롤의 현대화가 특히 반갑다. 이제는 비행 기술도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데스티니 2: 섀도우킵 – 9월 17일
번지(Bungie)와 액티비전이 갈라서고 처음 출시된 후 2년이 지난 지금이야말로 데스티니 2(Destiny 2)의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여정은 분명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확장판 섀도우킵(Shadowkeep)이 출시되면 데스티니 2는 게이머들이 원하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새로운 갑옷 슬롯, 새로운 습격, 에버버스(Eververse)의 변화, 오래 기다려온 달로의 귀환 등 좋은 소식만 가득하다. 게다가 번지는 데스티니 2를 배틀넷(Battle.net)에서 스팀으로 옮겨서 기본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플랫폼 간에 캐릭터 이동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즉, 애초의 구매처인 플레이스테이션 4에 지난 2년간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던 데스티니 2 사용자들이 마침내 PC로 옮겨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대로 PC에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옮겨 가는 것도 가능하겠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 10월 25일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의 지난 몇 년간 행보는 이상했다. 개발사인 슬레지해머(Sledgehammer)는 제2차 세계 대전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시도에 이어 속편 블랙 옵스(Black Ops)를 내놓았는데 전편과의 관련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배틀 로얄 트렌드의 반사 이익을 누리기에 급급했다.
2019년에는 모던 워페어(Modern Warfare) 리부트를 내놓았다. 개발사인 인피니티 워드(Infinity Ward)는 원작 모던 워페어 3부작에서 풍기는, 기사 제목에서 따온 듯한 느낌이 재현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핵 폭발이나 “러시아어 사용 금지” 단계를 2019년에 어떻게 연출할 지 고심 중이다. 과연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숨은 뜻이 있는 주제는 불쾌하거나 착취적인 느낌이 들기 쉽다. 어쨌든 지난 10여 년 동안 봐 왔던 콜 오브 듀티의 모습에 비해서는 훨씬 더 흥미로우며 그것 자체로도 기대할 만하다.
아우터 월드 – 10월 25일
필자의 2019년 최대 기대작인 아우터 월드(Outer Worlds)는 옵시디안(Obsidian)에서 개발한 폴아웃: 뉴 베가스(Fallout: New Vegas)의 뒤를 잇는 영혼의 후계자이다. 비슷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다. 폴아웃의 복고 미래주의 우주 배경을 그대로 따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대화할 때 카메라가 줌인한다든지 건방진 캐릭터 말투 등 세세한 부분이 그렇다. 사람들이 원하던 뉴 베가스 속편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며, 출시 시점에는 조금 더 발전했기를 기대해 본다.
플래닛 주 – 11월 5일
아우터 월드를 뺀 나머지 중에서의 기대작은 플래닛 주(Planet Zoo)이다. 개발사인 프론티어(Frontier)는 플래닛 코스터(Planet Coaster) 덕분에 롤러코스터 타이쿤(Rollercoaster Tycoon)에서 누렸던 효과를 플래닛 주를 통해서 주 타이쿤(Zoo Tycoon)에서도 재현하고자 한다. 즉, 고전 시리즈를 현대화하면서 파크 건설의 창의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 의심도 없는 고객에게 사자를 그냥 풀어놓을 수도 있다. 게이머 중에도 많은 수가 그렇게 하리라고 본다. 그래도 플래닛 주는 환상적인 시뮬레이션인 것 같다. 파크를 설계하려는 사람은 공간 할당, 지형, 동물들을 위한 오락, 사료 준비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게임을 할 날이 고대된다. 스팀 워크샵이 채워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는 더욱 기대된다.
제다이: 오더의 몰락 – 11월 15일
리스폰(Respawn)에서 개발한 제다이: 오더의 몰락(Jedi: Fallen Order)은 E3에서 본 데모 중에서 최악에 속한다. 느리고 활기가 없어서 포스 언리쉬드(Force Unleashed) 프로젝트에서 또 나온 평범한 스타워즈(Star Wars) 게임인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게임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오더의 몰락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커졌다. 리스폰에 따르면 데모에서 공개한 느낌보다는 개방적인 분위기이고, 액션 게임이라기보다는 어드벤처 게임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실험적인 면모도 있다. 실시간 우주 여행이라든지, 지능이 높은 적, 의도적으로 유도한 광선 검 대결 같은 요소가 그렇다.
어째서 이런 것들은 E3 데모에서 하나도 소개되지 않았을까?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제다이: 오더의 몰락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둠 이터널 – 11월 22일
2019년의 마지막 대형 출시작으로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해보자. 둠 이터널(Doom Eternal)은 둠(Doom) 그 이상의 것을 약속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둠 이터널은 원작의 자원 관리를 한층 더 강화했다. 공격성이 클수록 더 강해지고 탄약이 늘어난다. 이 악순환 덕분에 전작은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이 됐다. 개인적으로 둠 게임을 마지막으로 한 지 몇 년 지난 지금 다시 악마 처치에 나설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또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도 의외로 관심이 간다. 2016년도의 둠은 전체적으로 바보 같았지만 기업의 정치 공작에 대한 풍자는 심오했다. 잠시 액션을 멈추고 찾아본다면 숨겨진 심도를 발견할 수 있다. 둠 3의 무척 암울한 분위기와는 달라서 신선했다. 그 이후로 어떻게 변할지 여부는 비록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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