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컴퓨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이지만, 컴퓨텍스는 매년 실제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최신 기술을 만나는 장이다. PC 업계는 매년 컴퓨텍스에서 신학기는 물론, 연말연시까지 판매하고 싶은 신제품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올해 컴퓨텍스도 이런 제품들이 가득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첫 번째 10 코어 CPU와 눈에 띄는 케이스 모드까지 '핫'한 신기술을 이용해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강력한 PC 하드웨어를 살펴본다. editor@itworld.co.kr
인텔 브로드웰-E 익스트림 에디션
소문이 사실이 됐다. 인텔이 마침내 괴물 같은 10코어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인텔은 이번 컴퓨텍스에서 컴퓨터 '애호가'들이 오래 기다렸던 브로드웰-E(Broadwell-E) 익스트림 에디션 제품군을 선보였다. 선두 주자는 10개의 CPU 코어, 강력한 코어당 오버클러킹, 터보 부스트 맥스 3.0 기술, 하스웰-E 메인보드와의 호환성을 자랑하는 코어 i7-6959X이다. 성능만큼 가격도 '괴물'이다. 앞선 버전인 8코어 하스웰-E 플래그십 보다 723달러가 비싼 1,723달러이다. 새로운 세대의 익스트림 에디션 칩 제품군의 가격은 모두 크게 상승했다.
AMD 젠
AMD는 인텔이 코어 i7-6950X를 출시한 다음 날, 1,700달러짜리 '대항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젠(Zen)이라는 프로세서이다. 젠 프로세서는 올해 말 이후에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 AMD 칩보다 IPC(Instructions per Clock)가 40% 높다.
AMD CEO 리사 수는 컴퓨텍스에서 AMD 로고가 새겨진 시제품 젠 칩을 손에 들고 나왔으며, 몇 가지 새로운 세부 사항을 설명했다. 1세대 젠 칩은 8개의 코어에 15개 쓰레드(Thread)를 장착할 예정이다. AMD는 몇 주 내에 초기 샘플을 파트너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AMD의 7세대 APU
젠은 AMD 고성능 컴퓨팅의 미래를 대표한다. 그러나 AMD의 다재다능한 강점을 대표하는 제품은 CPU와 라데온 GPU 코어가 통합된 APU이다. AMD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브리스톨 릿지(Bristol Ridge)와 스토니 릿지(Stoney Ridge)라는 두 종의 새로운 APU 제품군을 공개했다. 새 APU는 데스크톱이 아닌 노트북용으로, 인텔 칩을 능가하는 그래픽을 장착한 경제적인 가격의 컴퓨팅 솔루션을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는 제품이다.
AMD 라데온 RX 480
AMD가 이번 컴퓨텍스에서 프로세서만 소개한 것은 아니다. 몇 주 전, 엔비디아는 경쟁 상대가 없는 600달러짜리 카드인 지포스(GeForce) GTX 1080으로 차세대 그래픽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AMD가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라데온 RX 480은 엔비디아 플래그십 제품과 경쟁할 제품은 아니다. 처음으로 AMD의 14nm FinFET 폴라리스 GPU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0달러에 불과한 가격에 R9 390X에 필적하는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가격대 성능비는 가상 현실 가격 대중화에도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600달러가 넘는 VR 헤드셋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어쨌든 PC 게이머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큰 부담 없이 손색 없는 1080p 및 꽤 우수한 1440p 게임플레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식 출시는 6월 29일 시작될 예정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GTX1070
엔비디아가 싸우지도 않고 ADM에 스폿라이트를 넘겨준 것은 아니다. AMD가 라데온 RX 480을 공개하는 이벤트를 개최하기 직전, 엔비디아는 큰 찬사를 받은 새 GTX 1070 리뷰를 공개했다. 가격이 380달러인 이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의 '호언장담' 그대로 훨씬 적은 전력 소모량과 낮은 가격에 타이탄 X를 훨씬 능가하는 성능을 제공한다. 간단히 말해, 말도 안되는 제품이다.
디지털 스톰 오라
PC 애호가는 교체가 쉽지 않은 노트북 컴퓨터 하드웨어를 장착한 올인원(AIO, All in One) PC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월 CES에서 이 폼팩터가 새롭게 변모한 모습에 주목했는데, 고급 PC 업체들이 표준 PC 부품을 이용해 강력하면서도 새로운 올인원 컴퓨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디지털 스톰 오라(Digital Storm Aura )는 이런 올인원 PC의 대표작으로, 34인치 울트라와이드 디스플레이 내부에는 지포스 GTX 1080, 10코어 인텔 칩이 들어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PC 대다수를 훨씬 능가하는 올인원이라는 의미이다.
MSI 백팩 PC
올인원만 최근 기술 트렌드에서 '영감'을 받은 PC가 아니다. MSI는 컴퓨텍스에서 새로운 게임용 노트북 컴퓨터와 함께 백팩 PC(Backpack PC) 시제품을 공개했다. 백팩 PC는 이름 그대로이다. 백팩 PC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GTX 980 그래픽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있다. 휴대용 PC이기 때문에 반쯤 무선인 환경에서 가상 현실을 즐길 수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는 둘 모두 PC를 연결해 이용한다. 그런데 백팩 PC는 등에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이다. 다시 말해, 제약이 적다. 물론 등에 짊어진 게임용 PC가 무겁고 뜨거울 것이다. 그러나 조르그 군대가 광선 무기를 발사하며 공격하는 순간 이런 부담이 사라질 것이다.
HP 오멘 X
다른 업체도 백팩 PC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사진에 나온 HP 오멘(Omen) X이다. 기본적으로 MSI와 유사하다. 조탁(Zotac)도 VR을 지원하는 백팩 PC를 선보였다. HP는 컴퓨텍스에서 실제 오멘 X 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0파운드 미만의 무게에 약 1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VR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에이수스 아발론 컨셉트 DIY PC
에이수스는 DIY PC 디자인의 개념을 바꾼 아발론 컨셉트 PC를 선보였다. 메인보드와 섀시의 통합성을 높인 디자인을 특징으로 내세운 제품이다. 아발론은 보조 카드와 PCI-e에 기반을 둔 '엣지 커넥터(edge connector) '슬롯을 이용, 내부 케이블의 대부분을 없앴다. 그 결과, 기존 PC보다는 고급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닮은 매끄러운 디자인의 PC가 탄생했다. 앞에는 핫스왑을 지원하는 스토리지 베이, 뒤에는 교체 가능한 I/O 포트를 장착하고 있는 제품이다. 엣지 커넥터를 지원할 경우 내부 하드웨어를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물론 메인보드는 교체할 수 없다.
에이수스 아발론 메인보드
에이수스 아발론 메인보드의 전체 모습. 아래 쪽에 튀어나온 부분이 보조 카드를 지원하는 부분이다.
우표 크기의 삼성 SSD
컴퓨텍스에서 공개된 신제품은 PC가 다가 아니다. 삼성은 월요일 밤 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의 칩으로 구현된 512GB SSD인 PM971-NVMe를 발표했다. 우표보다 작은 크기에 무게는 1g 미만이다. 그렇지만 512GB의 NAND 플래시, 컨트롤러, RAM을 장착하고 있다. 절로 탄성이 나오는 제품이다. 이 정도 크기의 SSD가 데스크톱 PC에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크기가 커지지 않을 노트북, 투인원 태블릿, 스마트폰에 탑재될 날이 올 것이다.
에이수스 GX800 수냉식 게임용 노트북 컴퓨터
사실 데스크톱 PC보다 크기가 커진 게임용 노트북이 하나 있다. 있다. 에이수스 GX800은 1세대 수냉식 노트북 컴퓨터의 뒤를 잇지만, 더욱 독특한 후속작이다. (모델이 공개되지 않았지만)하나가 아닌 두 개의 엔비디아 GPU와 2개의 파워 서플라이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노트북 컴퓨터를 주먹코 모양을 한 수냉 도크에 연결하면 성능이 급상승한다. 어느 정도 성능일까? 에이수스에 따르면, GX800은 엔비디아 타이탄 X 그래픽 카드를 능가하는 성능을 제공한다.
델 인스피런 투인원 PC
델은 컴퓨텍스에서 새 인스피런 하이브리드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모두 이름이 비슷하지만, 대상 고객은 크게 다르다. 델 인스피론 11 3000은 윈도우 10 투인원 제품으로, 250달러 가격에 해상도는 1366x768로 웹 서핑에 적합하다. 크롬북의 경쟁 제품인 것이다. 530달러 짜리 인스피런 11 5000은 조금 더 고급스러운 제품이다. 백라이트 키보드와 윈도우 헬로우 생체인식 인증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더 우수한 하드웨어와 디스플레이, SSD, USB-C 포트를 장착한 인스피론 11 7000은 730달러이다.
파워칼라 데블 박스
앞으로 게이머들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할 포트는 USB-C 포트이다. 이번 컴퓨텍스 2016에서는 많은 외장 그래픽 카드 인클로저가 발표됐다. USB-C/썬더볼트가 내장된 노트북 컴퓨터에 데스크톱 그래픽 카드를 연결, 집에서 게임용 PC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즉 둘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가장 최신 제품 중 하나가 파워칼라(PowerColor)의 데블 박스(Devil Box)이다. 파워칼라의 데블 브랜드 그래픽 카드에 기반을 둔, 레이저 코어(Razer Core) 같은 그래픽 도크(Dock) 제품이다. 또 인텔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AMD X 커넥트(XConnect) 기술을 이용한다. 최대 310mm 길이와 375W의 그래픽 카드를 지원한다. 그러나 레이저 코어처럼 노트북 제조업체가 시스템 펌웨어를 업데이트해야 데블 박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리오토로 PC 하드웨어
올해 초 조용하게 출범한 회사가 이번 컴퓨텍스에서 정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엔비디아와 커세어(Corsair)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창업한 리오토로(Riotoro)라는 곳이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리오토로의 제품은 바이프뢰스트(Bifröst)라는 폐쇄 루푸형 CPU 쿨러(사진)이다. PC에 가용한 공간에 따라 120mm 또는 240mm 제품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기계식 키보드 제품군인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와 카일(Kailh) 스위치, 우루츠(Uruz) 게임 마우스를 쇄신한 제품, 2종의 PC 파워 서플라이를 선보였다.
커세어의 '하드코어' 컴퓨팅 제품
커세어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PC 애호가 대부분을 대상으로 한 '연서' 같은 신제품을 공개했다. 첫 번째 제품은 하이드로 GFX 지포스 GTX 1080(사진)이다. MSI와 함께 개발한 엔비디아 GTX 1080 그래픽 카드의 '수냉식' 버전이다. 커세어는 또 4.333MHz 속도를 자랑하고, LED 조명을 특징으로 내세운 벤젠스(Vengeance) LED DDR4 메모리 키트를 선보였다. 성능과 함께 외양을 중시할 경우, 커세어가 새로 출시한 도미네이터 플래티넘(Dominator Platinum) 메모리 제품군을 눈 여겨 보기 바란다. 빗살 무늬 알루미늄과 크롬으로 마감 처리를 한 제품이다.
또 자기 부양 베어링 기술을 장착한 칼라 PC 케이스 팬도 있다. 소음이 거의 없지만 강력한 성능을 제공한다. 동시에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는 자기 부양 팬이 있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제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텍스에서 새 하드웨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선보일 홀로렌즈 증강 현실 헤드셋에 관한 새로운 정보 몇 가지를 소개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홀로렌즈에 설치된 윈도우 홀로그래픽 운영체제를 파트너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윈도우 홀로그래픽을 증강 현실의 윈도우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하드웨어에 동일한 윈도우 홀로그래픽이 설치되어 있다면 서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홀로렌즈 사용자와 HTC 바이브 사용자가 동일한 콘텐츠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홀로렌즈 멀티태스킹 기능을 강화했다. 홀로렌즈는 이제 3D 콘텐츠에 더해 기존의 2D 앱을 지원한다. 또 멀티 모니터 환경에서 3가지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
에이수스 젠보
컴퓨텍스에는 항상 독특한 제품이 등장한다. 젠보(Zenbo)는 음성 명령에 반응하는 터치스크린 얼굴을 탑재한 아주 귀엽고 작은 600달러짜리 로봇이다. 에이수스는 아이들과 노인들의 친구가 되어줄 로봇이라고 홍보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고, 시리나 아마존 에코처럼 상식에 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젠보의 출시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커세어의 케이스 모드
이번 컴퓨텍스에서 커세어 부스에는 독특한 하드코어 컴퓨팅 제품이 가득했다. '가능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제품들이 많았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 여러 가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제품들이다. 사진은 푸른 상어를 테마로 한 PC 케이스 모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