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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기능 휴대폰으로 골머리 앓는 EU 조세당국

Paul Meller | IDG News Service 2008.12.16

휴대전화가 휴대전화가 아니요, 프린터가 프린터가 아닐 때는? 크리스마스 크래커에 둘둘 말린 수수께끼처럼 들린다. 그러나 유럽의 IT 장비업체와 판사와 정치인에겐 이런 질문들이 농담이 아니다.

 

이런 질문은 수십 억 유로의 수입관세가 프린터/스캐너/복사기를 통합한 복합기나 PC와 TV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LCD 스크린 또는 TV 수신과 GPS 수신 기능을 갖춘 휴대폰 같은 다기능 기기에 부과되어야 하는지 여부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약 12년 전 세계 최대의 교역 대상국들은 세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컴퓨터 관련 장비에 무관세를 적용한다는데 뜻을 모았으며, 이를 정보 기술 협정(ITA, 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이라 일컬었다.

 

그러나 그후 IT산업에서 보인 혁신은 실로 놀라웠다. IT 장비업체들은 가능한 많은 기능을 자사의 제품에 통합했고, EU 조세당국은 과연 무관세 ITA가 원래 의도한 목적을 벗어나 악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조세당국에서는 복합기와 LCD 모니터, TV 셋톱박스 같은 많은 기기를 3~14%에 이르는 수입관세를 물려야 하는 기기로 다시 분류했다. 또한 현재 휴대용 TV또는 GPS 기기 겸용으로 사용되는 휴대폰에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고심 중이다.

 

당연히 IT 업체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프린터 제조업체인 HP와 키프(Kip)는 룩셈부르크의 유럽사법재판소에 불만을 터뜨렸다.

 

복합기 판결, 주요 기능에 따라 관세 부과

법원은 지난 11일 이 사건에 대해 관한 복잡한 판결을 내놓았는데, EU의 각국 법원이 해당 기기의 주요 특성에 따라 다기능 기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주요 특성이 출력이나 스캔인 경우, 해당 기기에 어떤 수입관세도 물려서는 안되는데, 이런 기능들이 컴퓨터에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복사가 기기의 주 목적이거나, 이들 세 가지 기능이 동일하게 중요하다면, 기기를 복사기로 간주해 6%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내년 초에는 LCD 스크린의 관세에 대한 유사한 사건을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룩셈부르크에서 최종적으로 이런 판결이 나오는 동안 브뤼셀에서는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다기능 휴대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내년 초까지 어떤 결정도 예상되지 않은 가운데, 그러나 EU의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는 EU의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EU 국가는 이미 이러한 기기를 다시 분류해 3~5%의 수입관세를 물리고 있다. 하지만 IT 산업의 교역 단체인 유럽정보통신기술협회(EICTA)의 사무총장 마크 맥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이 조치를 다시 번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간은 “네덜란드 정부가 소비자의 반발을 염려한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네덜란드의 입장 변화를 반기면서도 맥간은 EU 정책결정자 간에 빚어지는 혼선에 비난을 퍼부었다.

 

유럽위원회의 조세 담당자들과 27개 EU 회원국 재무장관이 수입관세가 다기능 휴대용 기기의 구매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민하는 사이, 유럽위원회의 정보통신 이사진은 휴대폰을 TV 방송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혁신 장려냐 조세 정의냐, 혼선 빚는 EU

맥간은 “EU에서 단결된 정부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면서 휴대장비에 대한 세금 인상 조치는 IT 업체에게는 일종의 형벌과 같다고 덧붙였다. “모든 휴대 장비 업체가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휴대폰 같은 다기능 제품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결국 혁신을 막아서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유럽위원회는 휴대폰 업계에 보내는 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정보통신 위원 비비안 레딩은 휴대폰의 혁신을 장려하려고 노력한다며, “재무장관과 조세당국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며, 그로 인한 긴장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대용 기기에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유럽의 움직임은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의 다른 국가에 심기를 건드린 듯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EU가 ITA를 모욕하고 있다며, EU를 상대로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에 공식적으로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EU는 ITA의 쇄신을 목적으로 ITA에 대한 폭 넓은 논의를 요청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접근이 큰 호응은 얻고 있지 못하다. 이 같은 생각에 반대하는 국가가 비단 미국과 일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위원회 교역 대변인 피터 파워는 “ITA의 재개에 대한 열의가 크지 않다. WTO에서 회담이 진행 중이지만, 쉽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노키아 회생이 목적” 음모설까지 나돌아

일각에서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키아 때문에 휴대폰에 수입관세를 부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EICTA의 맥간은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유럽 최대의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동부 유럽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부품은 유럽연합 이외의 지역에서 수입되며 따라서 관세가 부과된다는 것.

 

ECJ가 내린 키프에 대한 판결 결과, 그리고 곧 있을 LCD 스크린 관세에 대한 판결은 유럽위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가장 확실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워는 유럽위원회 무역위원회의 관리들이 “이 사건이 갖는 잠재적 의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IT 업계는 두 사건이 위원회를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눈치다. 맥간은 이번 판결을 두고 대부분의 복합기가 아직은 무관세로 남을 여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맥간은 “위원회는 룩셈부르크와 제네바 모두에서 설득력을 잃은 것 같다. 결국은 현 상황을 해결한 것은 ITA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이 다기능 기기로 진화하면서 EU의 금고를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IT 산업을 염두에 두라”고 입장을 피력했다. paul_meller@id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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