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안드로이드

구글의 반독점 위반 판결의 숨은 승자가 ‘삼성’인 이유

Michael Simon | PCWorld 2018.07.20
이번 주 EU가 구글 안드로이드 배포 방법과 관련한 재판에서 무려 51억 달러의 기록적인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한 중대한 판결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경쟁업체에 혁신과 경쟁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구글에 모바일 운영 체제에 자체 앱, 구체적으로 구글과 크롬을 포함하는 방식을 90일 이내에 변경하도록 명령했다.

물론 구글은 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몇 년 동안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판결은 구글이 이후 안드로이드 버전을 만들고 배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정도로 큰 벌금 판결이 항소에서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구글은 어떤 방식으로든 안드로이드를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폰 구매 결정 방식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사용되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수가 수십억 개에 이르고 시장 점유율도 80%에 가까운 만큼 안드로이드가 그 입지를 잃을 위험은 없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파트너 중 하나인 삼성이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게 된다.

조건부 무료
안드로이드는 오래 전부터 무료 오픈 소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OEM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안드로이드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예를 들어 아마존의 파이어 OS) 대부분의 폰 제조업체는 훨씬 더 많은 조건이 붙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선택한다.

EU의 결정으로 삼성은 더이상 휴대폰 안에 구글 앱을 사전 설치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생겼다.

구글은 주요 OEM과 안드로이드 사용에 대해서가 아니라 출하되는 모든 폰에 구글 앱을 기본 앱으로 넣는 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 소비자가 삼성, 화웨이, LG, 구글 폰을 구입할 경우 구글 앱과 서비스에 묶인, 즉 앱은 플레이 스토어, 검색은 구글, 웹 브라우징은 크롬, AI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이 ‘기준 안드로이드 환경’을 얻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U는 이를 반경쟁적 행위로 판단했다. 구글은 기본적으로 OS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주요 제조업체와 통신 사업자를 대상으로 다른 검색 앱 또는 검색 엔진을 사전에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따라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앱에서 경쟁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다.

소비자는 “원하는 기본 앱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고 구글 앱을 삭제할 수 있는데 뭐가 큰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고객은 폰에 사전에 설치된 앱을 그냥 사용하고 이를 통해 구글이 시장에서 큰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시장 지배와 데이터 수집의 가장 큰 원천이다. 안드로이드와 구글의 이러한 관계가 없다면 소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앱과 서비스는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구글 없는 안드로이드
라이선스 거래와 금전적 보상 협상이 이러한 상황을 유도했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글 앱을 원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또는 맥OS까지, 어느 운영 체제에서나 사람들은 구글 크롬과 구글 검색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좋기 때문이다. EU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안드로이드 사용자 기반의 이러한 성향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삼성은 갤럭시 폰에 이미 스토어를 포함해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방식을 바꿀 경우 삼성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는 있다. 갤럭시 S9 폰을 구입하면 플레이 스토어와 크롬을 비롯한 구글 안드로이드 앱뿐만 아니라, 구글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작동 가능한 완전한 “삼성 익스피리언스(Samsung Experience)”도 따라온다. S9는 친숙한 안드로이드 오레오 버전을 실행하지만 그 바로 아래에는 삼성의 자체 브라우저와 AI 비서, 앱 스토어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갤럭시 S9에서 처음 링크를 열면 앞으로는 크롬이 실행되는 대신 구글 크롬 또는 삼성 인터넷 중에서 기본값을 설정하는 옵션이 제시된다. 물론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구글 크롬을 선택하고 넘어가겠지만, EU의 판결에 따라 삼성은 사실상 안드로이드 폰에서 크롬을 사전 설치 앱으로 제공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 점이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사용자 기반 중 하나인 삼성 폰 사용자의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익스피리언스
많은 폰 제조업체가 자체 메시지, 갤러리, 메일 앱을 이미 만들고 있지만 구글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대체하는 포괄적인 서비스 및 앱 모음을 제공하는 업체는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은 앱 드로어 내의 자체 폴더 안에 모아두는 방식으로 폰 인터페이스에서 구글 앱의 노출도를 낮추기까지 했다.

이번 판결은 삼성이 폰 비즈니스에서 구글과 완전히 결별하기 위해 기다려온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이 갑자기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기어 워치에 사용해온 자체 타이젠(Tizen) 운영 체제를 집어넣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폰에서 크롬과 구글 검색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안드로이드 내에서 큰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구글 자체 앱이 서드 파티 앱으로 취급되고 사실상 삼성이 안드로이드의 포크 버전을 판매하게 되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도 있다. 삼성으로서는 안드로이드를 실제로 포크할 필요도 없다.

이번 EU의 판결로 픽셀과 갤럭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항소 의지를 밝힌 블로그 게시글에서 EU의 판결에 불복하면서 “폰 제조업체는 구글 서비스를 포함할 필요가 없다. 구글 앱과 함께 경쟁 앱도 자유롭게 사전 설치할 수 있다. 이는 구글 앱이 폰에 설치되고 사람들이 경쟁 앱 대신 구글 앱을 사용하도록 선택하는 경우에만 구글이 수익을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사실일 수 있지만 지금의 모델이 구글에 유리한 것은 확실하다. 갤럭시 폰에서도 구 글 앱의 거부 여부는 소비자가 결정해야 할 일인데, 이들이 경쟁 앱을 선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피차이는 안드로이드가 OEM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이유가 이 차이에 있다고 주장하며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모델은 애초에 폰 제조업체에게 구글 기술 사용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거나 엄격히 통제되는 유통 모델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고객이 폰에서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 가장 큰 서드 파티 앱 커뮤니티 중 하나이자 이번 소송을 제기한 최초 원고 중 하나인 앱토이드(Aptoide)의 CEO 파울로 트레젠토스는 성명서에서 “우리의 반독점 주장이 타당함을 입증하는 EU의 판결은 더 개방된 시장, 더 경쟁적이고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시장을 향한 긍정적인 첫 걸음”이라고 논평했다. 다른 무엇보다 삼성 폰에 딱 맞는 표현이다.

구글에게 50억 달러는 푼돈일지 몰라도 가장 큰 협력업체 중 하나와의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은 이 싸움을 위한 준비가 잘 된 상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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