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0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RP 대표 실패 사례 15건

Josh Fruhlinger, Thomas Wailgum | CIO

프로세스 혁신(PI)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한때 IT 시장의 주류였던 ERP는 그 명성만큼 불명예스러운 사건과 소동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법정 싸움으로 이어진 굵직한 ERP 흑역사 15건을 소개한다. 
 

ⓒGetty Images Bank


조직에서 ERP 구축의 중요성은 ERP 및 CRM 구현 실패로 인한 소송 금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5년간 대형 프로젝트 관리 업무에 종사했던 내비건트 컨설팅(Navigant Consulting)의 매니징 디렉터 그렉 크라우스는 전문 법정 증인 또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이러한 대형 소송을 다수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2015년도 파노라마 컨설팅 솔루션(Panorama Consulting Solutions)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회사 중 21%는 가장 최근의 ERP 실패로 규정했다. 참사가 생각 이상으로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사실 소송으로 비화되는 사연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또 소송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소송이 알려진다고 할지라도 법적 절차의 특성상, 분쟁의 상세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크라우스는 “관련자들이 입을 다물기 일쑤며, 소송은 끝없이 계속되거나 합의 후 봉인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생했던 극적인 ERP 실패 사례를 한데 모아 보았다. 실패 사례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한다. 참고로 크라우스의 모든 의견은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그의 견해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된 프로젝트에 그가 실제로 참여한 적은 없다.

1. 밀러쿠어스: 공개적인 분쟁 후 원만한 합의 
2014년, 맥주 제조사인 밀러쿠어스(MillerCoors)는 SAP의 ERP소프트웨어의 7가지 인스턴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여러 해에 걸친 주류 업계 인수합병의 결과였다. 이 거대 합병 회사는 인도의 IT서비스업체인 HCL에게 전사적으로 사용할 통일된 SAP 시스템을 구현하는 업무를 위탁했다. 일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첫 번째 릴리즈는 오랜 기간에 걸친 ‘실무 투입 후 하이퍼케어’의 와중에 8가지 ‘치명적인 심각도’ 결함, 47가지 ‘중대한 심각도’ 결함을 포함해 수천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2017년 3월 프로젝트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고, 밀러쿠어스는 프로젝트 수행 직원을 부적절하게 유지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HCL을 상대로 1억 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HCL도 가만있지 않았다. 2017년 6월, HCL은 밀러쿠어스가 자체적인 관리 기능 장애에 대한 책임을 HCL에게 전가하려 한다면서 맞소송을 제기했고, 문제의 진짜 원인은 이 관리 기능의 장애였다고 주장했다. 외부 소식통들은 소송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계약 문구가 보편적 서비스 계약서에 기반하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그 후, 2018년 12월, 두 회사는 분쟁을 우호적으로 타결했다. 이들은 위험스러운 공개적 교섭을 위한 장소로 법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2. 레블론: 투자자를 크게 분노케 한 실책 
화장품 대기업인 레블론(Revlon)은 2016년 엘리자베스 아덴의 인수/합병 후 전사적으로 프로세스를 통일할 필요를 느꼈다. 두 회사는 과거 ERP시스템의 운영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아덴은 오라클 퓨전 애플리케이션이었고, 레블론은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 AX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합병 회사는 2016년 12월 SAP HANA라는 새 공급업체를 선택했고, 이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HANA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완성 제품이었나? 그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HANA가 레블론의 노스캐롤라이나 제조 설비를 망가뜨릴 정도로 파괴적이었고, 레블론은 수백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레블론은 2019년 3월 참사에 대해 HANA 시스템의 효과적인 제어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음이 원인이었다고 분석했고, 아울러 이 ERP 장애로 고객 서비스 수준의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들 때문에 운송 수수료와 여타 예상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비용은 ERP 시스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레블론의 주식은 폭락했고, 회사의 주주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3. 리들: 독인 슈퍼마켓 대기업의 중대한 문제 
이 ERP 프로젝트는 독일의 두 거대 기업, 즉 ERP/CRM의 유명 회사인 SAP와 연간 매출이 1,000억 유로에 이르는 전국적 식료품 체인인 리들(Lidl)의 환상적인 합작품으로 여겨졌다. 2011년부터 두 회사는 걸핏하면 고장나는 리들의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탈피하고자 협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거의 5억 유로를 허비한 끝에 리들은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문제는 리들의 유별난 문서 보존 방식에 있었다. 회사는 자신의 물품 매수 가격을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의 기반으로 한 반면, 대다수 다른 회사의 시스템은 자신의 물품 판매 가격을 기반으로 했다. 리들은 이 방식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았고, 따라서 SAP 제품은 커스터마이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구현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게다가 리들의 IT부서 임원급 인사의 이직이 너무 잦았고 구현을 이끌 책임이 있는 컨설팅 업체를 비난했던 이 ERP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돼 있었다. 

4. 내셔널 그리드: ‘퍼펙트 스톰’ 
뉴욕,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에서 가스와 전기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인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새로운 SAP 시스템의 실무 투입은 3년이 되도록 진행형이었고, 이미 시한이 지난 상태였다. 실무 투입 일자를 놓치면 수천만 달러의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요율을 인상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했다. 새 SAP 시스템을 성급히 가동한다면 회사 업무가 훼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의 실무 투입 일자는 2012년 11월 5일이었다. 거대 태풍인 샌디가 내셔널 그리드의 서비스 구역을 강타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혼란의 와중에 무리하게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었다. 월급을 너무 많이 받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월급을 더 적게 받은 직원도 있었다. 또한 1만 5,000개의 하청업체 청구서를 처리할 수 없었다. 재무보고도 붕괴되어 현금 흐름을 위해 으레 의존했던 단기 금융 지원조차 받을 수 없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 업체인 위프로에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결국 법원 밖에서 7,500만 달러에 타결되었지만, 손실을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5. 워스앤코: 끝없는 지연, 소송으로 이어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제조사인 워스앤코(Worth & Co.)는 새 ERP 시스템을 원했다. 2014년 여러 IT업체와 협상 끝에 오라클의 E-비즈니스 스위트의 구현을 EDREi 솔루션즈에게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시스템 개통일은 2015년 11월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스템 개통일은 2016년 2월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그 때 오라클은 워스앤코에게 교육과정 및 지원계약을 이유로 26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2016년이 지났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실무에 쓰이지 않았다. 2017년 워스앤코는 EDREi를 버리고 다른 통합 업체인 모뉴멘트 데이터 솔루션즈(Monument Data Solutions)와 새로 계약을 맺었다. 다시 1년을 소비했지만, 워스앤코의 목적에 맞게 오라클의 스위트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폐기되었고, 워스앤코는 2019년 2월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IT통합 업체가 아닌 오라클을 고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라이선스, 전문 서비스, 교육을 위해 450만 달러를 오라클에 지급했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6. 보다폰 : 규제 당국의 벌금 선고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CRM 시스템을 시벨(Siebel) 플랫폼으로 통합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고객 계정 중 일부가 제대로 이전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업체 측에서는 이 사실을 쉬쉬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결제 비용이 자신의 계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보다폰은 영국 통신 규제 당국으로부터 460만 파운드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벌금 납부만으로 일단락되었지만, 크라우스의 지적에 따르면 향후 비공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업체 측은 일체 입을 다물고자 했겠지만 이제는 규제 당국이 실패 사실을 공개하기 때문에 차라리 소송을 통해 타인에게 비난을 떠넘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7. 워싱턴주 전문대학 시스템 : 서드파티 업체의 실수가 병가지상사로
이러한 소송은 양방향도 가능하다. 한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워싱턴주의 전문대학 학생들은 매년 등록금의 일부를 학교의 피플소프트(PeopleSoft) ERP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내왔다. 2012년에 서비스 개시될 예정이던 시스템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연된 데에는 내부적인 원인도 있었다. 시스템에 속한 34개교는 업무 절차가 저마다 크게 달라서 표준화가 필요했는데도, 시스템 구축이 한참 진행될 때까지 그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심각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피플소프트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한 외부 업체인 사이버(Ciber)가 올해 4월 도산한 것이다. 도산 직후 사이버의 자산을 인수한 미시간주 업체 HTC는 학교 시스템과의 계약을 취소하고 1,3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HTC측은 구축 실패 원인이 학교 측의 ‘내부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크라우스에 따르면 이러한 상호 간의 적대감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는 “고객이 구축 업체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소송을 거는 사건이 생긴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아 대금 결제를 중단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런가 하면 리셀러(Reseller) 업체의 시각에서 끼어들기도 하는 제3자들도 있다. 어느 측이나 원고가 될 수도 있고 피고가 될 수도 있다. 누가 먼저 화를 냈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 시스템 구축은 답보 상태에 있기 마련이다.

8. 호주 울워스 : 경력직의 퇴사로 업무 단절
‘울리스(Woolies)’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호주의 명망 있는 백화점 체인인 울워스(Woolworth)도 30년 전 사내에서 구축한 시스템에서 SAP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데이터 관련 문제에 부딪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운영자에게 매주 발송되던 점포별 맞춤형 손익 보고서 생성이 18개월 가까이 중단된 일이다.

문제는 데이터 수집 절차가 달라져서 생긴 것이지만 근본 원인은 업체 측에서 내부 절차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날그날의 업무 절차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데다가 과도기가 6년이나 계속되는 동안 고위급 간부가 퇴사하는 바람에 관련 지식이 모두 없어져 새로운 시스템에 적용할 수 없었다.

크라우스는 “업무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을 ERP 구축에 참여시키지 못하는 회사들을 자주 본다”라며, “이들 업체는 시스템 구축 업무를 시간제로 하거나 아니면 시스템 담당자에게 구축 내용을 지시할 사람을 새로 뽑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전혀 효과가 없다. 제대로 실행하고자 하는 절차가 있다면 이를 아는 사람을 상근직으로 전담케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9. 타깃 캐나다 : 잘못된 데이터 입력의 대가
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많은 회사는 기존 시스템에서 새 인프라로 데이터를 내보낼 때 문제에 부딪힌다. 2013년 타깃(Target)이 캐나다에 진출할 당시에는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변환할 데이터가 없고 SAP시스템에 입력할 새로운 정보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출 직후 회사의 공급망은 무너졌다. 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할 새로운 데이터가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품목의 치수와 가격, 제조사 등등이 잘못 표기된 것이다. 알고 봤더니 경험이 일천한 말단 직원이 매우 촉박한 일정에 쫓기면서 수천 개의 항목을 직접 시스템에 입력했다. 제조사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았을 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시스템 내 데이터 중 정확한 것은 30%에 불과했다.

10. PG&E : 예기치 못한 데이터 유출로 낭패 
ERP 구축 과정에서 이러한 종류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주로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생산 공정 데이터로 새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데이터 오류를 사전에 시정할 방법이다.

그러나 생산 공정 데이터는 기밀 및 독점 정보가 많이 포함된 귀중한 자료다. 실제 생산 공정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호해야 한다.

2016년 5월, 업가드(UpGuard)의 위험 분석가 크리스 비커리는 퍼시픽 가스 전기회사(Pacific Gas and Electric)의 자산 관리 시스템으로 보이는 데이터베이스가 일반에 노출된 것을 발견했다. 47,000대가 넘는 PG&E 컴퓨터, 가상머신, 서버, 기타 장비에 대한 세부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사용자 이름이나 암호가 없어도 볼 수 있게 완전히 공개되어 있었다.

PG&E 측은 처음에 이것이 생산 공정 데이터라는 것을 부인했으나 비커리는 이것이 생산 공정 데이터였으며 ERP 구축의 결과로 노출되었다고 말했다. ‘데모’ 데이터베이스를 채운 후 실제 생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테스트할 목적으로 외부 업체가 PG&E의 실제 데이터를 제공받았는데 그 후에 실제 생산 공정 데이터베이스에 필요한 보호장치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11. 허쉬 : 할로윈을 놓친 ‘씁쓸한 기억’ 
기술 구현 실패로 포춘 500대 기업이 흔들리는 일이 가능할까? 실제로 일어났다. 허쉬 푸드(Hershey Foods)의 SAP R/3 ERP 소프트웨어 구현 실패 사례다. 1999년 할로윈(Halloween) 시즌 허쉬의 사업이 큰 지장을 받아 위기에 처했다.

허쉬는 SAP ERP, 시벨 CRM, 매뉴지스틱스(Manugistics) 공급망 애플리케이션에 발생한 심각한 문제 때문에 결국 그 해 할로윈에 1억 달러 어치의 키세스(Kisses) 초콜릿을 납품하지 못했고 주가가 8% 하락했다.

기술 프로젝트의 실패는 포춘 500대 기업이 영원히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한동안 휘청거리도록 하기에는 충분했다.

12. 나이키 : 공급망 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저스트 두 잇!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발 및 운동기구 제조사인 나이키(Nike)가 4억 달러를 들여 공급망과 ERP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1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시작으로 주가가 20% 하락했고 집단 소송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 모든 일이 지난 2000년도에 일어났다. 그 끔찍한 결과는 여러 시스템을 하나의 수퍼스타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려던 대담한 ERP, 공급망, CRM 프로젝트 때문에 발생했다. 나이키의 사례는 비통하면서도 경종을 울려준다.

13. HP : 한꺼번에 터진 ERP 문제들
HP에서는 서로 다른 북미 지역 ERP 시스템을 하나의 SAP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중앙집중화를 시도했다. 그 오랜 과정에서 ERP 프로젝트 관리에 관한 한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2004년 당시 HP의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ERP 구축에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들을 인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주문 적체와 매출 손실로 인한 1억 6,000만 달러의 손해를 끼쳤다. 프로젝트 추정 비용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당시 HP 글로벌 비즈니스의 CIO였던 질스 뷰샤드는 “일련의 작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감당하지 못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한꺼번에 터지다 보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라고 회고했다.

14. 메사추세츠주립대학교 : 색다른 신입생 신고식
2004년 가을 매사추세츠주립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안 그래도 불안한 새로운 대학 생활을 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욱 불안하게 시작해야만 했다.

매사추세츠주립대학교뿐 아니라 스탠퍼드(Standford)와 인디애나(Indiana) 대학교에 재학 중인 2만 7,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버그투성이의 포털 및 ERP 애플리케이션과 씨름해야 했다. 강의실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학자금 지원 수표도 받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매사추세츠 주립 대학교 4학년이던 한 학생은 “신입생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미칠 지경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다행히 힘들었던 며칠, 몇 주의 시간이 지난 후 강의 일정과 수표가 정상적으로 전달됐다.

15.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 ‘가짜’ ERP SW 폐기 처분 
쓰레기 처리업에 종사하는 거대 기업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는 18개월간의 ERP 소프트웨어 설치 작업과 관련하여 1억 달러가 걸린 SAP와의 법적 다툼에 아직 휘말려 있다.

최초 계약에서 시스템 개통 시점은 2005년이었지만 기나긴 법적 다툼의 시작은 2008년 3월이었다. 당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측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SAP 임원이 사기성 영업 방식에 가담해서 대규모의 실패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몇 달 후 반격에 나선 SAP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에서 SAP와의 계약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업무 요건을 적시에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것”과 “프로젝트에 투입할 숙련된 사용자와 관리자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것”이 위반 내용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제안했던 18개월의 구축 기간은 꿈속의 시나리오인 듯하다.

ERP, 구축에서 개통까지 잡음없이 끝내기
이런 사례들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규제에 저촉되지 말 것, 데이터가 안전하고 깨끗한지 확인할 것,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절차를 기록해 둘 것 등이다. 사실 이러한 원칙들은 어느 구축은 물론 어느 대형 IT 프로젝트에도 적용되는 훌륭한 조언이다. 크라우스가 CIO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속성이다.

크라우스는 “도입 기간에 CIO가 4번이나 바뀔 수 있다. 그러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지원해 줄 임원이 필요하고 프로젝트를 전력으로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고객 측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뀐다면 힘들다”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2017년 7월 12일에 게재된 ‘수업 억 달러 소승은 기본 · · · ERP 참사 14선’에서 업데이트됐다. ciokr@idg.co.kr 



2019.10.10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RP 대표 실패 사례 15건

Josh Fruhlinger, Thomas Wailgum | CIO

프로세스 혁신(PI)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한때 IT 시장의 주류였던 ERP는 그 명성만큼 불명예스러운 사건과 소동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법정 싸움으로 이어진 굵직한 ERP 흑역사 15건을 소개한다. 
 

ⓒGetty Images Bank


조직에서 ERP 구축의 중요성은 ERP 및 CRM 구현 실패로 인한 소송 금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5년간 대형 프로젝트 관리 업무에 종사했던 내비건트 컨설팅(Navigant Consulting)의 매니징 디렉터 그렉 크라우스는 전문 법정 증인 또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이러한 대형 소송을 다수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2015년도 파노라마 컨설팅 솔루션(Panorama Consulting Solutions)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회사 중 21%는 가장 최근의 ERP 실패로 규정했다. 참사가 생각 이상으로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사실 소송으로 비화되는 사연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또 소송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소송이 알려진다고 할지라도 법적 절차의 특성상, 분쟁의 상세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크라우스는 “관련자들이 입을 다물기 일쑤며, 소송은 끝없이 계속되거나 합의 후 봉인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생했던 극적인 ERP 실패 사례를 한데 모아 보았다. 실패 사례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한다. 참고로 크라우스의 모든 의견은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그의 견해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된 프로젝트에 그가 실제로 참여한 적은 없다.

1. 밀러쿠어스: 공개적인 분쟁 후 원만한 합의 
2014년, 맥주 제조사인 밀러쿠어스(MillerCoors)는 SAP의 ERP소프트웨어의 7가지 인스턴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여러 해에 걸친 주류 업계 인수합병의 결과였다. 이 거대 합병 회사는 인도의 IT서비스업체인 HCL에게 전사적으로 사용할 통일된 SAP 시스템을 구현하는 업무를 위탁했다. 일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첫 번째 릴리즈는 오랜 기간에 걸친 ‘실무 투입 후 하이퍼케어’의 와중에 8가지 ‘치명적인 심각도’ 결함, 47가지 ‘중대한 심각도’ 결함을 포함해 수천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2017년 3월 프로젝트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고, 밀러쿠어스는 프로젝트 수행 직원을 부적절하게 유지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HCL을 상대로 1억 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HCL도 가만있지 않았다. 2017년 6월, HCL은 밀러쿠어스가 자체적인 관리 기능 장애에 대한 책임을 HCL에게 전가하려 한다면서 맞소송을 제기했고, 문제의 진짜 원인은 이 관리 기능의 장애였다고 주장했다. 외부 소식통들은 소송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계약 문구가 보편적 서비스 계약서에 기반하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그 후, 2018년 12월, 두 회사는 분쟁을 우호적으로 타결했다. 이들은 위험스러운 공개적 교섭을 위한 장소로 법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2. 레블론: 투자자를 크게 분노케 한 실책 
화장품 대기업인 레블론(Revlon)은 2016년 엘리자베스 아덴의 인수/합병 후 전사적으로 프로세스를 통일할 필요를 느꼈다. 두 회사는 과거 ERP시스템의 운영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아덴은 오라클 퓨전 애플리케이션이었고, 레블론은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 AX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합병 회사는 2016년 12월 SAP HANA라는 새 공급업체를 선택했고, 이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HANA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완성 제품이었나? 그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HANA가 레블론의 노스캐롤라이나 제조 설비를 망가뜨릴 정도로 파괴적이었고, 레블론은 수백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레블론은 2019년 3월 참사에 대해 HANA 시스템의 효과적인 제어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음이 원인이었다고 분석했고, 아울러 이 ERP 장애로 고객 서비스 수준의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들 때문에 운송 수수료와 여타 예상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비용은 ERP 시스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레블론의 주식은 폭락했고, 회사의 주주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3. 리들: 독인 슈퍼마켓 대기업의 중대한 문제 
이 ERP 프로젝트는 독일의 두 거대 기업, 즉 ERP/CRM의 유명 회사인 SAP와 연간 매출이 1,000억 유로에 이르는 전국적 식료품 체인인 리들(Lidl)의 환상적인 합작품으로 여겨졌다. 2011년부터 두 회사는 걸핏하면 고장나는 리들의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탈피하고자 협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거의 5억 유로를 허비한 끝에 리들은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문제는 리들의 유별난 문서 보존 방식에 있었다. 회사는 자신의 물품 매수 가격을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의 기반으로 한 반면, 대다수 다른 회사의 시스템은 자신의 물품 판매 가격을 기반으로 했다. 리들은 이 방식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았고, 따라서 SAP 제품은 커스터마이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구현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게다가 리들의 IT부서 임원급 인사의 이직이 너무 잦았고 구현을 이끌 책임이 있는 컨설팅 업체를 비난했던 이 ERP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돼 있었다. 

4. 내셔널 그리드: ‘퍼펙트 스톰’ 
뉴욕,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에서 가스와 전기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인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새로운 SAP 시스템의 실무 투입은 3년이 되도록 진행형이었고, 이미 시한이 지난 상태였다. 실무 투입 일자를 놓치면 수천만 달러의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요율을 인상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했다. 새 SAP 시스템을 성급히 가동한다면 회사 업무가 훼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의 실무 투입 일자는 2012년 11월 5일이었다. 거대 태풍인 샌디가 내셔널 그리드의 서비스 구역을 강타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혼란의 와중에 무리하게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었다. 월급을 너무 많이 받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월급을 더 적게 받은 직원도 있었다. 또한 1만 5,000개의 하청업체 청구서를 처리할 수 없었다. 재무보고도 붕괴되어 현금 흐름을 위해 으레 의존했던 단기 금융 지원조차 받을 수 없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 업체인 위프로에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결국 법원 밖에서 7,500만 달러에 타결되었지만, 손실을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5. 워스앤코: 끝없는 지연, 소송으로 이어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제조사인 워스앤코(Worth & Co.)는 새 ERP 시스템을 원했다. 2014년 여러 IT업체와 협상 끝에 오라클의 E-비즈니스 스위트의 구현을 EDREi 솔루션즈에게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시스템 개통일은 2015년 11월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스템 개통일은 2016년 2월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그 때 오라클은 워스앤코에게 교육과정 및 지원계약을 이유로 26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2016년이 지났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실무에 쓰이지 않았다. 2017년 워스앤코는 EDREi를 버리고 다른 통합 업체인 모뉴멘트 데이터 솔루션즈(Monument Data Solutions)와 새로 계약을 맺었다. 다시 1년을 소비했지만, 워스앤코의 목적에 맞게 오라클의 스위트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폐기되었고, 워스앤코는 2019년 2월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IT통합 업체가 아닌 오라클을 고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라이선스, 전문 서비스, 교육을 위해 450만 달러를 오라클에 지급했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6. 보다폰 : 규제 당국의 벌금 선고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CRM 시스템을 시벨(Siebel) 플랫폼으로 통합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고객 계정 중 일부가 제대로 이전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업체 측에서는 이 사실을 쉬쉬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결제 비용이 자신의 계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보다폰은 영국 통신 규제 당국으로부터 460만 파운드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벌금 납부만으로 일단락되었지만, 크라우스의 지적에 따르면 향후 비공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업체 측은 일체 입을 다물고자 했겠지만 이제는 규제 당국이 실패 사실을 공개하기 때문에 차라리 소송을 통해 타인에게 비난을 떠넘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7. 워싱턴주 전문대학 시스템 : 서드파티 업체의 실수가 병가지상사로
이러한 소송은 양방향도 가능하다. 한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워싱턴주의 전문대학 학생들은 매년 등록금의 일부를 학교의 피플소프트(PeopleSoft) ERP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내왔다. 2012년에 서비스 개시될 예정이던 시스템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연된 데에는 내부적인 원인도 있었다. 시스템에 속한 34개교는 업무 절차가 저마다 크게 달라서 표준화가 필요했는데도, 시스템 구축이 한참 진행될 때까지 그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심각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피플소프트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한 외부 업체인 사이버(Ciber)가 올해 4월 도산한 것이다. 도산 직후 사이버의 자산을 인수한 미시간주 업체 HTC는 학교 시스템과의 계약을 취소하고 1,3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HTC측은 구축 실패 원인이 학교 측의 ‘내부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크라우스에 따르면 이러한 상호 간의 적대감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는 “고객이 구축 업체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소송을 거는 사건이 생긴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아 대금 결제를 중단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런가 하면 리셀러(Reseller) 업체의 시각에서 끼어들기도 하는 제3자들도 있다. 어느 측이나 원고가 될 수도 있고 피고가 될 수도 있다. 누가 먼저 화를 냈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 시스템 구축은 답보 상태에 있기 마련이다.

8. 호주 울워스 : 경력직의 퇴사로 업무 단절
‘울리스(Woolies)’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호주의 명망 있는 백화점 체인인 울워스(Woolworth)도 30년 전 사내에서 구축한 시스템에서 SAP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데이터 관련 문제에 부딪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운영자에게 매주 발송되던 점포별 맞춤형 손익 보고서 생성이 18개월 가까이 중단된 일이다.

문제는 데이터 수집 절차가 달라져서 생긴 것이지만 근본 원인은 업체 측에서 내부 절차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날그날의 업무 절차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데다가 과도기가 6년이나 계속되는 동안 고위급 간부가 퇴사하는 바람에 관련 지식이 모두 없어져 새로운 시스템에 적용할 수 없었다.

크라우스는 “업무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을 ERP 구축에 참여시키지 못하는 회사들을 자주 본다”라며, “이들 업체는 시스템 구축 업무를 시간제로 하거나 아니면 시스템 담당자에게 구축 내용을 지시할 사람을 새로 뽑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전혀 효과가 없다. 제대로 실행하고자 하는 절차가 있다면 이를 아는 사람을 상근직으로 전담케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9. 타깃 캐나다 : 잘못된 데이터 입력의 대가
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많은 회사는 기존 시스템에서 새 인프라로 데이터를 내보낼 때 문제에 부딪힌다. 2013년 타깃(Target)이 캐나다에 진출할 당시에는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변환할 데이터가 없고 SAP시스템에 입력할 새로운 정보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출 직후 회사의 공급망은 무너졌다. 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할 새로운 데이터가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품목의 치수와 가격, 제조사 등등이 잘못 표기된 것이다. 알고 봤더니 경험이 일천한 말단 직원이 매우 촉박한 일정에 쫓기면서 수천 개의 항목을 직접 시스템에 입력했다. 제조사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았을 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시스템 내 데이터 중 정확한 것은 30%에 불과했다.

10. PG&E : 예기치 못한 데이터 유출로 낭패 
ERP 구축 과정에서 이러한 종류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주로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생산 공정 데이터로 새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데이터 오류를 사전에 시정할 방법이다.

그러나 생산 공정 데이터는 기밀 및 독점 정보가 많이 포함된 귀중한 자료다. 실제 생산 공정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호해야 한다.

2016년 5월, 업가드(UpGuard)의 위험 분석가 크리스 비커리는 퍼시픽 가스 전기회사(Pacific Gas and Electric)의 자산 관리 시스템으로 보이는 데이터베이스가 일반에 노출된 것을 발견했다. 47,000대가 넘는 PG&E 컴퓨터, 가상머신, 서버, 기타 장비에 대한 세부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사용자 이름이나 암호가 없어도 볼 수 있게 완전히 공개되어 있었다.

PG&E 측은 처음에 이것이 생산 공정 데이터라는 것을 부인했으나 비커리는 이것이 생산 공정 데이터였으며 ERP 구축의 결과로 노출되었다고 말했다. ‘데모’ 데이터베이스를 채운 후 실제 생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테스트할 목적으로 외부 업체가 PG&E의 실제 데이터를 제공받았는데 그 후에 실제 생산 공정 데이터베이스에 필요한 보호장치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11. 허쉬 : 할로윈을 놓친 ‘씁쓸한 기억’ 
기술 구현 실패로 포춘 500대 기업이 흔들리는 일이 가능할까? 실제로 일어났다. 허쉬 푸드(Hershey Foods)의 SAP R/3 ERP 소프트웨어 구현 실패 사례다. 1999년 할로윈(Halloween) 시즌 허쉬의 사업이 큰 지장을 받아 위기에 처했다.

허쉬는 SAP ERP, 시벨 CRM, 매뉴지스틱스(Manugistics) 공급망 애플리케이션에 발생한 심각한 문제 때문에 결국 그 해 할로윈에 1억 달러 어치의 키세스(Kisses) 초콜릿을 납품하지 못했고 주가가 8% 하락했다.

기술 프로젝트의 실패는 포춘 500대 기업이 영원히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한동안 휘청거리도록 하기에는 충분했다.

12. 나이키 : 공급망 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저스트 두 잇!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발 및 운동기구 제조사인 나이키(Nike)가 4억 달러를 들여 공급망과 ERP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1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시작으로 주가가 20% 하락했고 집단 소송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 모든 일이 지난 2000년도에 일어났다. 그 끔찍한 결과는 여러 시스템을 하나의 수퍼스타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려던 대담한 ERP, 공급망, CRM 프로젝트 때문에 발생했다. 나이키의 사례는 비통하면서도 경종을 울려준다.

13. HP : 한꺼번에 터진 ERP 문제들
HP에서는 서로 다른 북미 지역 ERP 시스템을 하나의 SAP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중앙집중화를 시도했다. 그 오랜 과정에서 ERP 프로젝트 관리에 관한 한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2004년 당시 HP의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ERP 구축에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들을 인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주문 적체와 매출 손실로 인한 1억 6,000만 달러의 손해를 끼쳤다. 프로젝트 추정 비용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당시 HP 글로벌 비즈니스의 CIO였던 질스 뷰샤드는 “일련의 작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감당하지 못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한꺼번에 터지다 보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라고 회고했다.

14. 메사추세츠주립대학교 : 색다른 신입생 신고식
2004년 가을 매사추세츠주립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안 그래도 불안한 새로운 대학 생활을 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욱 불안하게 시작해야만 했다.

매사추세츠주립대학교뿐 아니라 스탠퍼드(Standford)와 인디애나(Indiana) 대학교에 재학 중인 2만 7,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버그투성이의 포털 및 ERP 애플리케이션과 씨름해야 했다. 강의실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학자금 지원 수표도 받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매사추세츠 주립 대학교 4학년이던 한 학생은 “신입생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미칠 지경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다행히 힘들었던 며칠, 몇 주의 시간이 지난 후 강의 일정과 수표가 정상적으로 전달됐다.

15.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 ‘가짜’ ERP SW 폐기 처분 
쓰레기 처리업에 종사하는 거대 기업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는 18개월간의 ERP 소프트웨어 설치 작업과 관련하여 1억 달러가 걸린 SAP와의 법적 다툼에 아직 휘말려 있다.

최초 계약에서 시스템 개통 시점은 2005년이었지만 기나긴 법적 다툼의 시작은 2008년 3월이었다. 당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측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SAP 임원이 사기성 영업 방식에 가담해서 대규모의 실패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몇 달 후 반격에 나선 SAP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에서 SAP와의 계약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업무 요건을 적시에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것”과 “프로젝트에 투입할 숙련된 사용자와 관리자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것”이 위반 내용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제안했던 18개월의 구축 기간은 꿈속의 시나리오인 듯하다.

ERP, 구축에서 개통까지 잡음없이 끝내기
이런 사례들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규제에 저촉되지 말 것, 데이터가 안전하고 깨끗한지 확인할 것,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절차를 기록해 둘 것 등이다. 사실 이러한 원칙들은 어느 구축은 물론 어느 대형 IT 프로젝트에도 적용되는 훌륭한 조언이다. 크라우스가 CIO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속성이다.

크라우스는 “도입 기간에 CIO가 4번이나 바뀔 수 있다. 그러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지원해 줄 임원이 필요하고 프로젝트를 전력으로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고객 측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뀐다면 힘들다”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2017년 7월 12일에 게재된 ‘수업 억 달러 소승은 기본 · · · ERP 참사 14선’에서 업데이트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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