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가 장악한 VM웨어 이사회가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을 위해 전 마이크로소프트 중역을 사장으로 선임한 데는 VM웨어 공동 설립자인 다이안 그린이 경쟁에서 승리할 만한 비즈니스적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사회의 판단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가들은 전했다.
지난 7월 8일 윈도우 전문가인 폴 매리츠에게 CEO 자리를 내주고 물러난 그린은 1998년 VM웨어를 직접 설립한 인물이다. 그러나 VM웨어가 현재 직면한 과제는 5~10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 초창기 그린이 이끌던 당시 VM웨어의 과제는 x86 서버를 가상화하더라도 보안이나 안정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또는 물리적 서버만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에 존재하는 문제 이상은 가상화 환경에서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업들에게 납득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경쟁 없이 독주하던 초창기 시절이 끝난 지금, VM웨어는 시트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경쟁 업체들에 비해 비싼 제품 가격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애비안 시큐리티의 분석가인 제프리 개긴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혁신 기업의 전형적인 딜레마"라며, "그린은 엔지니어일 뿐 노련하고 비즈니스에 정통한 CEO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린의 남편이자 VM웨어 공동 설립자인 멘델 로즈블럼은 수석 과학자 직책을 계속 맡기로 했다. 로즈블럼과 그린은 모두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매리츠가 사령탑에 앉았다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싸움은 여전히 버거운 일이다. 버튼 그룹의 분석가인 리차드 존스는 VM웨어에서 실행되는 게스트 운영체제 10개 중 9개가 윈도우 서버라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들이 이미 윈도우를 사용 중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가상화 소프트웨어인 하이퍼-V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개긴은 "그린을 그대로 두는 편이 더 나았으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VM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위협에 대항해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 VM웨어는 한 개의 제품으로 살아가는 회사인데, 상대방은 거인이고, 싸움터는 이 거인의 앞마당이다. 운영체제 영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텃밭"이라고 말했다.
그린의 퇴출은 변화의 시발점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VM웨어는 가상화 기술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에 뛰어들 수 있다. 또는 VM웨어 자체의 소유 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
VM웨어 지분의 86%를 소유한 EMC가 올해 회사를 매각한다는 소문도 떠돈다. 그러나 개긴은 다른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난해 IPO에서 회사 일부분을 분할한 EMC가 이 지분을 시장에서 다시 사들여 100% 지배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긴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매리츠는 VM웨어 CEO로 발탁되기 전까지는 올해 초 EMC가 스토리지 업체 파이(Pi)사를 인수하면서 맡긴 EMC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사장직을 수행했다. 그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4년 동안 윈도우를 비롯한 제품의 개발 및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2000년 퇴사했다. EMC CEO인 조 투씨는 매리츠를 VM웨어 CEO로 승진시킨 배경을 설명하면서 윈도우 영역에 대한 그의 경험을 강조했다.
가트너 분석가인 토마스 비트만은 "그린은 뛰어난 개척자였지만, 매리츠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성공적인 제품 관리 경력을 쌓은 노련한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비트만은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큰 경쟁자임을 감안하면 마이크로소프트를 잘 아는 사람을 CEO에 앉히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독불장군식 접근법은 한계
비트만은 과거 독불장군식 접근법을 고수했던 VM웨어에게 현재 시점에서 가장 좋은 방안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트만은 "VM웨어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더 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런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VM웨어는 아직 하이퍼바이저에 관한 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확실한 강점을 확보하고 있다. VM웨어는 가상 서버에서 실행 중인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물리적 장치에서 다른 장치로 즉시 옮길 수 있는, 일명 라이브 마이그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VM웨어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가상 서버가 실행 중인 상태에서 메모리를 추가할 수 있는 ‘즉석 추가(hot add)’ 기능이다.
비트만에 따르면 하이퍼-V의 잠재적인 문제는 모체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하이퍼바이저가 모든 I/O 호출에 대해 모체 운영 체제를 호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트만은 "사람들은 하이퍼-V의 아키텍처에 대해 불안해한다. 모체 운영체제는 SPOF(Single Point of Failure)이다. 윈도우 하나로 인해 모든 가상 시스템이 다운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이퍼-V가 VM웨어에 비해 가진 커다란 장점은 가격이다. 윈도우 서버 2008 사용자는 하이퍼-V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시트릭스를 비롯한 다른 대부분의 가상화 업체들은 오픈 소스인 젠(Xen) 하이퍼바이저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VM웨어의 정가는 VM웨어 ESXi의 경우 495달러, VM웨어 인프라스트럭처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5,750달러다. 495달러라는 가격은 3년 전 최저가가 프로세서 2개당 3,750달러였던 때에 비하면 많이 저렴해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VM웨어가 하이퍼바이저를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트만은 "하이퍼바이저는 절대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며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하이퍼바이저는 판돈일 뿐이고, 차별화 요소는 바로 관리 도구"라고 말했다.
VM웨어는 부가 기능을 뺀 하이퍼바이저인 VM웨어 서버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비트만은 VM웨어 서버의 경우 회사의 다른 제품들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린을 대신해 매리츠가 CEO로 발탁됐음을 알린 보도자료에서 VM웨어는 2008년 수익이 2007년 대비 50% 성장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치에 "약간"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침체된 경제 여건에서 50%에 약간 못미치는 성장이라면 대다수 기업들에게는 잔치라도 벌일 만한 성과다. 그러나 증권가 투자자들은 VM웨어가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지난 1월 83달러였던 주가가 이번 달에는 40달러까지 하락했다고 아우성이다.
비트만은 이러한 주가 동요나 CEO 교체는 대기업 고객들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VM웨어가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존스는 CEO가 매리츠로 교체되면서 VM웨어의 제품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존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크게 변화하는 것은 가격이다. 경쟁은 항상 가격 하락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관리도구 경쟁으로 진화
그린은 얼마 전 네트워크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VM웨어는 하이퍼바이저에서 가상화 엔진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관리 소프트웨어로 가치 제안을 옮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존스는 VM웨어의 이러한 전환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스는 "7개월 전까지도 VM웨어는 여전히 하이퍼바이저의 성능과 기능을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며, "VM웨어에게 하이퍼바이저가 아니라 관리 영역에서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VM웨어의 관리 도구는 적어도 한 가지 부분에서는 미흡하다. 즉, 오로지 가상 환경에만 초점을 둔다. 존스는 VM웨어 도구를 사용하면 가상 시스템을 프로비저닝할 수 있지만 물리적 시스템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VM웨어의 소프트웨어는 가상 시스템 내부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다.
존스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가상 시스템 내에서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는지도 모르고,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매리츠 앞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 있지만 그가 어떤 변화를 도모할지 예측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존스는 "폴에 대해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며, "이제 막 CEO 자리에 올랐을 뿐이다. 폴 매리츠의 부하 직원들조차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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