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사라지면 할 수 없는 것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최고 옵션으로 즐기기 앵그리 버즈가 전형적인 태블릿 게임으로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태블릿은 고도의 3D 그래픽과 강력한 물리 엔진, 수많은 플레이어의가 한 화면에 구현되는 ‘진짜’ 게임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데스크톱 수준의 CPU와 별도 그래픽 카드에 의존한다. 차세대 하스웰 태블릿은 보다 강력한 PC 게임 환경을 제공하겠지만 크라이시스3를 최대 옵션을 즐길 기대는 하지 말라. 또한 제스처 컨트롤만으로 데스크톱 게임을 즐긴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중 모니터 구현 태블릿은 1화면 기기다. 물론 태블릿을 PC용 외부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지만 윈도우 8 태블릿을 제외하면 하드웨어에 외부 모니터를 연결해서 여러 디스플레이로 태블릿 OS를 구동할 수는 없다.

20가지 창을 열어놓고 하는 멀티태스킹 iOS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다양한 수준의 ‘화면 뒤’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만 여러 앱을 나란히 실행할 수는 없다. 윈도우 8 태블릿은 시스템의 스냅 보기 기능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지만 스냅 보기를 이용한다 해도 동시에 3개 이상의 앱을 화면에 열어둘 수는 없다. 누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필자는 일을 제대로 하려면 한 화면에 크롬, 인터넷 익스플로러, 포토샵, 스티키즈(Stickies), 힙챗(HipChat), G챗(Gchat) 창,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창까지 열어둬야 한다.

풍성한 주변기기 연결 아이패드를 보라. USB 포트가 있는가? 안드로이드 또는 윈도우 8 태블릿을 보면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블루투스도 외부 기기 연결 기능을 제공하지만 한계가 있다. 마우스, 키보드, 게임 컨트롤러, 외장 하드 드라이브, USB 드라이브, 그리고 스카이프용 헤드셋까지 연결해야 한다면 충분한 USB 포트만큼 필수적인 요소도 없다.

본격적인 콘텐츠 편집 아이무비, 아이포토, 개러지밴드 또는 안드로이드 무비 스튜디오 따위는 들이밀지 말기 바란다. 본격적인 비디오/이미지/오디오 편집을 위해서는 진짜 애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빈틈없는 기능과 정밀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포토샵, 파이널 컷 프로 도구를 비롯한 콘텐트 저작 제품군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은 아마추어와 전문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멋진 소설 쓰기 지금 바로 태블릿을 집어들고 가상 화면 키보드를 사용해 200단어 이상의 아무 글이라도 쳐보라. 싫다고? 그렇다면 조금 더 쉬운 것으로 해보자.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해서 1000단어 이상의 글을 써보라. 그것도 싫다고? 물론 싫을 것이다. 장문의 텍스트를 입력하려면 제대로 된 키보드가 필요하며, 이는 최소한 노트북 키보드 배열, 가능하면 온전한 크기의 데스크톱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고 복잡한 스프레드시트 작업 스프레이드시트 작업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힘든 일이다. 굳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데이터와 공식을 입력하는 고생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기가바이트 분량의 데이터 저장 태블릿에 기본 128GB의 저장 공간과 추가로 256GB 확장 카드 슬롯이 달려있다고 해도, OS와 기본 앱이 차지하는 공간을 빼면 남는 공간은 384GB에 훨씬 못 미친다. 이건 문명인다운 삶이 아니다.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와 수리 PC는 뭐든 쓰고 버리는 소비자 문화에 정면으로 저항한다. 고장 난 부품은 교체할 수 있다. 최신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못하는 부품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심지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랩톱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그러나 태블릿은? 별 여지가 없다. 설령 밀폐된 케이스를 뜯어서 연다고 해도 부품을 교체하려면 골치 아픈 개조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깨진 화면과 도난으로부터의 자유 데스크톱 PC(그리고 상당수 데스크톱 대용 노트북)는 휴대성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 이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망가지거나 도난 당하기 쉬운 장소로 가져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태블릿 화면은 사용자의 부주의한 취급으로 깨지기 쉽다. 또한 태블릿은 비교적 가볍고 숨기기도 쉽기 때문에 공공 장소에서 도난 당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도둑은 스타벅스 테이블에 놓인 에일리언웨어 게이밍 노트북도 들고갈 수는 있다. 다만 5kg이 넘는 컴퓨터를 들고 내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 지휘본부 태블릿은 트위터를 확인하고 페이스북을 훑어보거나 이 두 서비스에 간단한 업데이트를 게시하는 용도로는 훌륭하다. 그러나 일을 위해(또는 한심하지만 생활 자체가) 엄청난 양의 소셜 미디어를 소비하고 게시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컴퓨터가 필요하다. 구글+, 링크드인, 핀터레스트, PC만 있다면 모두 문제 없다.

완전한 단절 산책이든 등산이든, 가는 곳마다 PC를 가지고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PC를 사용하려면 책상 앞에 앉아야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시간 또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이 되면 PC를 뒤에 남겨두고 떠날 수가 있다. 다음에 언젠가 해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옆에 자리를 잡은 어떤 멍청이가 앵그리 버즈를 즐기는 경우에 직면한다면 새들의 꽥꽥거리고 짹짹거리는 소리가 정말 짜증스러울 것이다. 그 때 이런 PC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