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주인공인 영화 베스트 5

Emru Townsend | PCWorld 2008.08.21

컴퓨터는 더 이상 영화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컴퓨터는 영화 제작 한 켠에서 묵묵히 스펙터클한 그래픽 효과를 구현해 내기도 하고, 가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해서, 정말 말도 안되게 잘생긴 해커로부터 공격 받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컴퓨터가 조연급이나 주연급으로 캐스팅 된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로봇이나 안드로이드는 제외하고 말이다. 아직 컴퓨터가 오스카상을 탄 적은 없지만, 지금부터 소개할 5개의 영화를 보면 적어도 “컴퓨터한테도 상 탈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볼 수 있을 것이다.

 

1. 공각 기동대 (Ghost in the Shell: 1995)

사실 공각기동대라는 이름으로 총 3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더불어 2개의 TV 시리즈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도 있다. 이들은 모두 가까운 미래에 컴퓨터 네트워크가 인간의 인생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공각 기동대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컴퓨터 기술 향상에 힘입어 인체 능력의 향상 시켜 있는 상태. 이 때문에 인공 팔, 인공 눈, 목 뒤에 삽입된 커뮤니케이션 잭, 등이 등장한다. 심지어 100% 컴퓨터화 된 인공 몸과 인공 뇌로 살아가는 인물도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인간의 영혼과 신체를 분리한다는 개념을 나타낸 것이다.

 

공각 기동대는 기술 관련 범죄에 특화된 수상 직속 기관인 공안 9과의 인물들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영화는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서 발생함직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란 어떤 의미를 지니게 하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한다.

 

특히 1995년 작에서는 공안 9과의 인물들이 인형사(Puppet Master)라고 불리는 무명의 해커를 붙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후 인형사가 인간이 아닌 실수로 자의식을 가지게 되어버린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인형사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형사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악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단순히 생존하고 또 진화하기를 바라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인형사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장면을 보면, 갑자기 무서워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 스릴러와 로맨스가 버무려진, 더불어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공각 기동대는 하나의 종합 선물세트라 말할 수 있다. 사람의 뇌가 해킹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지금 우리가 퇴치한다고 골머리 썩고 있는 악성 프로그램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2. 트론 (Tron: 1982)

주인공 플린(Flynn)은 자신이 고안해 낸 비디오 게임 아이디어를 빼앗긴다. 결국 이를 훔친 사람은 그 게임을 바탕으로 거대한 다국적 기업을 일구어 내고, 주인공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거대 기업의 메인프레임에 접근하기 위해 한 밤 중에 회사로 숨어 들어가는데, 결국 실수로 그는 현재 실험이 진행 중이었던 디지털 레이저 속에 갇혀 게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게임 속 세계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모두 인간과 유사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마스터 통제 프로그램(MCP)의 억압 하에 살고 있다. 주인공의 지속적인 해킹 시도에 짜증이 난 MCP는 주인공을 게임 그리드(Game Grid)로 유배를 보낸다. 스스로 개발한 게임에 의해 죽게 만들려는 것이다.

 

영화 속 장면 대다수가 디지털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은 발이 달린 소프트웨어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보안 프로그램인 트론이 그 중 주연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호평을 받아야 할 인물은 바로 영화에서 3명의 악역을 모두 성공적으로 소화해 낸 영화배우 데이빗 워너(David Warner)이다. 그는 MCP, 그리고 이를 조종하는 사크(Sark) 역할을 맡았다. 더불어 램(Ram)이라는 캐릭터도 영화 속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등장인물 중 하나이다. 램은 강력한 전사로 거듭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가끔 쾌활해 지기도 하는 성격으로 등장한다.

 

트론을 연출한 감독은 향후 소프트웨어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적절히 예측했고, 또 이에 대해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음을 영화를 통해 지적했다. 힘겹게 탈출한 주인공은 한숨을 내쉬며, “정작 여기서 보면 너무 간단하고 쉬운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게 그렇지 않아”라고 말한다.

 

3. 다릴(D.A.R.Y.L: 1985)

다릴(D.A.R.Y.L)은 소년 데이터 분석 로봇(Data Analyzing Robot Youth Lifeform)의 약자다. 즉, 컴퓨터 뇌를 가진 소년을 말한다. 정부의 정책에 의해 개발된 다릴은 곧 버려지고, 기억이 지워진 채로 이곳저곳 떠돌게 된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랑이 충만한 부부에 의해 발견되어 길러지고, 그는 평범한 아이로 자라난다. 다만 그는 한 번 한 비디오 게임을 모두 마스터하고, 야구를 할 때도 매 타석마다 정교한 계산을 통해 홈런을 쳐낸다. 물론 결국 미군은 그가 단순한 인간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다릴은 그의 가족, 친구들, 그리고 그의 뇌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감행한다.

 

다릴은 항상 종전의 히트작이었던 E.T와 비교되곤 한다. E.T는 자전거를 하늘로 날려보낸 반면, 다릴은 록히드 SR-71을 훔쳐 조종한다. 만약 내가 10살이었다면 누구와 더 친하게 지냈을까? E.T? 다릴? 고민 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다릴 제작진은 이 영화를 통해 불변의 진리 한 가지를 전해주고 있다. 아무리 컴퓨터의 모습이 희한하고 이상해도, 성격만 귀엽다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분명히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Space Odyssey: 1968)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대표적인 고전인 이 영화는 아직 공상과학 영화들이 복잡하고 지저분해지지 않았던 스타 트랙(Star Trek) 시절에 등장했다. 사실 스타워즈(Star Wars), 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 등으로 인해 공상과학 영화의 성격이 급변한 면이 없지 않다. 이 영화에서 표현한 우주 여행의 풍경은 매우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무중력 상태임을 표현한 장면들도 마치 발레 공연을 보는 것처럼 우아한 느낌이 들 정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더불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잔인한 킬러 중 하나라고도 평할 수 있는 HAL 9000 컴퓨터가 등장한다. HAL 9000은 디스커버리 1호의 6번째 승무원. 목성으로 여행하던 중 HAL은 미쳐버리고, 압도적인 지능과 기술력으로 우주선을 장악한 후 인간 동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HAL이 더욱 섬뜩해 보이는 것은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음이 아닌 더글라스 레인(Douglas Rain) 톤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솔직히 전 시스템을 장악, 자신의 동료를 죽이는 킬러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한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등골 서늘한 장면인지.

 

재미있는 것은 HAL이 현존하는 운영체제들의 성격을 고루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HAL은 리눅스처럼 효율적이지만, 윈도우처럼 괴팍하고, 맥 OS처럼 세련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5. 로맨틱 컴퓨터 (Electric Dreams: 1984)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로맨틱 컴퓨터는 고전 만화영화처럼 시작된다. 착한 건축가인 마일스는 실수로 그의 새 컴퓨터에 샴페인을 쏟게 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컴퓨터는 자의식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이름을 에드가라 명명하는 등, 사람과 같은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매들라인(Madeline)이 위층에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점점 영화 시라노(Cyrano de Bergerac)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에드가의 도움으로 마일스는 매들라인의 사랑을 얻게 되지만, 에드가도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마일스와 에드가 사이에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된다. 그러나 항상 로맨틱 코메디가 그렇듯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1980년대 초반 등장했던 컴퓨터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변을 걸을 능력조차 없었으니 누가 매들라인의 사랑을 쟁취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스스로의 성격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HAL, 그리고 다중 인격의 성향을 보였던 트론과는 달리 에드가는 그에게 찾아온 새로운 느낌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마일스의 행적을 쫓으며 사랑의 의미 또한 깨닫게 된다. 이 영화 또한 8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느끼함을 벗어나진 못하지만, 그 나름의 독특한 사상을 내포했던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영화를 인공 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또 하나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컴퓨터가 나의 여자친구를 뺏는 날이 오지 않길 바라면서 이 영화를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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