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왜 EDS를 인수하려 할까

Patrick Thibodeau | Computerworld 2008.06.30
HP의 CEO 마크 허드는 근로자보다는 자동화시스템을 선호한다. 실제로 그는 “해외의 값싼 노동력은 비용을 절감해줄 뿐이지만 자동화시스템은 비용 자체를 ‘제거’해준다” 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마크 허드는 무인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를 추구하며 노동집약적인 거대 서비스 조직체계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았는데, 이는 휴렛팩커드가 아웃소싱 서비스업체인 EDS(Electronic Data Systems)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장차 그가 어떠한 방향으로 새 기업을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5월 12일 양사는 합병과 관련한 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음을 언론에 확인해준 바 있다.

양사가 합병되면 휴렛팩커드는 자사의 총 직원 수(17만 2,000명)와 맞먹는 13만 9,000명을 EDS로부터 떠안아야 한다. 또 EDS의 2007년 말 기준 매출이 221억달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합병으로 인한 매출 규모 확대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참고로 휴렛팩커드의 2007년 말 매출은 1,040억달러에 달한다.

그렇다면 양사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번 합병건이 성사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이며 닥칠 수 있는 위험은 어떤 것이 있는가? 지난 2002년 HP가 컴팩을 인수했던 전례는 한 마디로 실패작이었다. 당시 이 합병으로 인해 휴렛팩커드 내부에서 치열한 갈등이 빚어졌고 기업 통합작업도 순탄치 않았다. 이는 또한 당시 휴렛팩커드의 여성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가 2005년 결국 사임하게 된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EDS, IBM과는 달라
그 동안 마크 허드는 IBM 스타일의 IT 서비스 조직 구조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온 바 있다. 또 EDS와 IBM의 IT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를 하자면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양사가 제공하는 글로벌 서비스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EDS는 데이터센터 운영, 데스크 및 네트워크 지원 등의 IT 인프라 서비스에 주력하는 기업으로 이는 마크 허드의 소망처럼 휴렛팩커드가 데이터센터 인력을 자동화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을 마련해 뿐 아니라 접근 가능한 데이터센터의 범위 또한 넓혀줄 수 있다.

바로 이 ‘자동화시스템’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07년 3월에 열렸던 모건스탠리 컨퍼런스에서 마크허드가 한 말이 있다. 그는 당시 IBM의 IT 서비스와 비교해 휴렛팩커드 서비스의 개선의 여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자동화시스템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라고 응답한 바 있다. 그는 “고객사로부터 데이터센터 운영을 의뢰 받았다면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이는 대개 데이터센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지만 고객사로서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툴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손 쓸 방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위해서라도 시스템을 변환시켜야 한다” 라고 주장했다.

한편 IBM은 EDS와 같이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경영컨설팅부문에도 역점을 둠으로써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DS 역시 지난 1995년 경영컨설팅업체 A.T. Kearney를 인수하며 IBM을 벤치마킹 하려 했지만 자사 수익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고 결국 2006년 양사는 서로의 관계를 청산한 바 있다.

휴렛팩커드와 EDS, 최적의 조합될까?
애널리스트들은 휴렛팩커드와 EDS가 합병될 경우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 여부에 대해 일부 수긍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의 폴 뢰이히 애널리스트는 “휴렛팩커드가 IT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EDS를 인수한다면 이론상 자사의 글로벌 서비스 능력 및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그 외 부가적인 서비스도 가능하게 되는 것은 사실” 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다만 양사 가 굳이 이러한 거래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의 아웃소싱 추세는 과거 하나의 벤더가 IT 서비스 및 장비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던 대규모 계약에서 IT 부문의 세부 틈새를 이루는 다양한 벤더를 고용함으로써 이들 서로가 경쟁을 하거나 필요한 것을 교환하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업체 한 곳과의 계약 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범위이다.

컨설팅업체 TPI의 피터 앨런 전무는 “EDS는 IBM과 달랐기에 많은 사업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EDS가 하드웨어 제품과는 별도로 자사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판매해 왔음을 가리킨다.

하지만 피터 앨런은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온라인상에서 직접 다양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주문형으로 다운로드 받는 서비스)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휴렛팩커드가 EDS 인수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면 양사의 합병은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역주 :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기업고객이 원격 데이터센터의 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함으로써 IT 운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업 IT 시장의 최신 경향을 지칭한다.) 이번 합병건이 미래기업의 컴퓨팅 리소스 확보 방안 강구라는 큰 그림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그가 질문을 던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이쿼테라의 스탠 리픽 전무는 휴렛팩커드가 이미 연간 166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막대한 규모의 IT 서비스 사업부문을 보유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EDS의 경우에도 인사관리업무 솔루션 아웃소싱 부문에서 입지를 확대해왔는데, 이는 휴렛팩커드가 활동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EDS는 휴렛팩커드의 제품군과 밀접하게 연관된 다양한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편 그 동안 휴렛팩커드는 IT 서비스 조직구조상의 차이로 줄곧 IBM에 뒤진 2인자에 머물러왔다. 미국 컨설팅업체 펀디트의 찰즈 킹 애널리스트는 “물론 일부 경쟁기업들이 IBM의 IT 서비스 사업부에 대해 자사 하드웨어제품 판매에 혈안이 된 구조라며 혹평을 가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IBM은 어느 누구에게도 자사 제품 구매를 강요하고 있지 않다” 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날로 복잡?정교해지고 널리 확산되고 있어 기업이 이를 관리하는 것 또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휴렛팩커드와 EDS가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휴렛팩커드가 IBM에 맞서 좀더 효과적으로 대항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결국 IBM은 휴렛팩커드와 EDS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기업모델인 셈이다”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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