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워싱(AI-washing)을 이미 실컷 경험한 필자에게 지금 가장 흥미를 끄는 새로운 영역은 서버리스 컴퓨팅(Serverless Computing)이다. 서버리스는 아마존이 2년 전 AWS 람다(Lambda)를 내놓으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마침내 개발자가 실제 서버나 가상 서버, 심지어 컨테이너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빌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냥 함수라고 하는 작은 빌딩 블록에서 서비스를 가져와 조립하면 나머지 복잡한 인프라 관련 작업은 내부에서 알아서 처리된다.
서버는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그런 일은 다른 우주에서나 가능하다) 개발자에게 보이지 않게 숨겨진다는 면에서 서버리스 컴퓨팅보다 “FaaS(Functions as a Service)”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클라우드 시장의 주요 경쟁업체들이 AWS 람다를 흉내내 내놓은 서비스, 즉 구글 클라우드 펑션(Google Cloud Function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펑션(Microsoft Azure Functions)의 명명법에도 FaaS의 개념이 반영되어 있다. (IBM이 오픈위스크(OpenWhist)라는 이름을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플리케이션을 재빨리 내놓는다(whip up)는 의미인가?)
최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서버리스 컨퍼런스 행사에는 시스코 기술 솔루션 설계자인 피터 존슨도 참석했다. 현장에서 존슨은 “아주 열띤 분위기다. 2009년의 클라우드와 같은 정도”라고 말했다. 존슨은 서버리스 컴퓨팅의 주요 매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에 관한 다른 사고 방식이다. 구성 요소를 작은 조각들로 나눈다. 기존에는 원자 단위를 VM으로 생각했다. 또는 마이크로서비스 혁명이 일어나는 지금 관점에서는 컨테이너에서 실행되는 뭔가로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결론은 더 작은 조각으로의 분할이다. 과거에는 컴퓨팅 유닛이 필요하면 베어 메탈 하드웨어를 주문해서 받는 데 몇 달이 걸렸다. 그 후 몇 분만에 VM을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그 다음에는 몇 초 만에 컨테이너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ms 단위로 함수를 받을 수 있다.”
이 아키텍처의 장점 중 하나는 서비스가 실행될 때만 비용이 청구된다는 것이다. 유휴 용량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용량에 대해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기본적으로 런타임은 이벤트가 발생하기를 대기하며 이벤트가 발생하면 적절한 함수가 런타임을 대체해 들어가 실행된다. 따라서 실행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무런 비용 없이 크고 복잡한 애플리케이션도 구축할 수 있다.
서버리스 컨퍼런스에서 필자는 스태커리(Stackery)라는 신생 기업의 CEO인 네이트 태가트도 만났다. 스태커리는 서버리스 애플리케이션을 구성하는 모든 함수를 관리하기 위한 툴을 제공해서 개발자가 모든 종속성을 패키지화해 인프라 제공업체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태가트는 “서버리스를 다루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서버리스가 중대한 추세가 될 것임을 느끼고 있다. 서버리스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은 유지보수와 관리가 아닌 개발로 되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스태커리는 성장하고 있는 서버리스 컴퓨팅 생태계에 속하는 기업이다. 스태커리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지만 이 분야의 확고한 리더인 AWS 람다만 독점적으로 지원하는 업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서버리스(Serverless)라는 신생 업체는 AWS 람다 플랫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며, IO파이프(IOpipe)는 람다 함수에 대한 시각화 기능을 제공하는 메트릭과 모니터링 서비스를 보유했다.
서버리스 컴퓨팅은 퍼블릭 클라우드와 연계되는 듯하지만(종속 가능성이 농후함) 이미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도 여럿 등장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쿠베르네티스(Kubernetes)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9(Platform 9)의 피션(Fission) 프로젝트다. 플랫폼 9은 쿠베르네티스를 SaaS로 관리되는 솔루션으로 만들어 보통 사람도 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 9은 피셔를 필두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업체로서 인지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퍼블릭 클라우드 제공업체 가운데 IBM이 자체 서버리스 컴퓨팅 플랫폼을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시스코의 피터 존슨은 아파치 오픈위스크를 다운로드해서 실험해보고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극히 초창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스태커리의 네이트 태가트에 따르면 서버리스 컴퓨팅 플랫폼을 사용해 온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는 아직 극소수다. 태가트는 “현재 서버리스는 몇 가지 한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지금 서버리스가 사용되는 부분은 모든 요소를 한데 묶는 글루 코드(glue cod)”라고 설명했다.
HP 클라우드 운영 수장을 거쳐 최근에는 시스코의 CTO를 지냈고 현재 서버리스 시장에서 활동하는 조라와르 비리 싱 역시 서버리스가 아주 초기 상태라는 데 동의했다. 싱은 “그러나 잠재력은 막대하다. 앞으로 5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서버리스 아키텍처에서 구축된 애플리케이션은 지금의 일반적인 SaaS 애플리케이션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개발 비용 절감과 민첩성이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한 비즈니스 관점이다. 그러나 존슨은 개발자 관점에서 서버리스의 매력에 대해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은 야구에 비유하면 타석 수를 늘리는 데 있다. 아이디어 중에는 나쁜 아이디어도 많다. 따라서 관건은 사이클을 얼마나 빨리 소화할 수 있느냐다. 원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더 신속하게 분류해 내는 것이다. 서버리스의 핵심은 그러한 타석 수를 늘려주는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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