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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MS 모바일의 진짜 문제는 스티브 발머다

Robert X. Cringely | InfoWorld 2010.06.01

엄청난 흔들림이 미국 워싱턴 주 레드몬드 인근에서 일어났는데, 필자는 지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는 엔터테인먼트와 디바이스 담당 사장이자 22년 경력의 전문가인 로비 바흐의 목을 베었다. (아마도 구글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남겨두기 위해) 애매한 자문 역할로 고용상태는 계속 유지되지만, 바흐의 수석 설계자인 제이 알라드도 함께 떠났다.

 

알라드에 따르면 “전처럼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바흐는 이는 “은퇴”이며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납득할 수 없다. 만약 그게 사실이었다면, 바흐를 대신하기 위해 누군가 새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을 것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바흐의 이름이 새겨진 커다란 케이크로 환송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핵심 부분에 대한 갑작스럽고 중대한 개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영역에 자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바로 거기에 미래가 있음을 뒤늦게 알아채는 바람에 바흐가 해고된 것이다.

 

맞다.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는 형편없지만 그게 바흐의 잘못이라는 데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 40cm는 떨어져서 봐야 겨우 봐줄 만한 전체 키보드와 마우스를 갖춘 인터페이스는 5cm나 7.6cm 정도의 화면과 조그만 키패드에서는 전혀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모바일에 윈도우를 도입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왔다.

 

그게 누구의 비전이었을까? 바흐의 비전은 아니었다. 모든 기기에 윈도우를? 집에 있는 전화기와 TV 그리고 전등을 제어하는데 윈도우를? 차량에 윈도우는 어떨까? 그런 건 우리가 친애하는 부분 퇴직 억만장자이자, 츄로스를 씹으면서 태풍과 맞짱을 뜨는 빌 게이츠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다.

 

바흐가 없으므로, 스티브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사업을 인계 받고 있다. 약간은 “네가 자동차를 부셨기 때문에, 자동차 열쇠를 이 덩치 큰 친구에게 넘겨주고 한 동안은 그가 운전하도록 할 거다”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대로 한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래, 알고 있다, 뭔가를 왜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고 들어주기 바란다.

 

엑스박스(Xbox) : 아주 놀라운 기술이다. 너무 비싸다고. 그렇다, 특히 교환 부품이나 여분의 케이블, 또는 컨트롤러가 필요하다면 더욱 그렇다. “죽음의 빨간 고리(Red Ring of Death)”라 부르는 결함은 어떻고? 그건 10억 달러짜리 실수였다. 하지만, 순수 그래픽 실행과 게임방식만 놓고 본다면, 모든 것을 한 방에 날려준다. 그것은 홈 엔터테인먼트의 미래이다. 엑스박스를 쳐다보면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준(Zune) : 이름에 대해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받아 마땅한 애도를 표한다. (듣자 하니 “Zune”의 발음은 히브리어로 “F”로 시작하는 단어와 매우 흡사하다. 그렇다고 “프랑크푸르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준 HD도 인상적인 기술이다. 아름답고, 최신 기술로 만들었지만 전혀 윈도우처럼 보이지 않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은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 겨우 한자리 수를 차지했다. 기술을 탓하지 말고, 디지털 컨텐츠 시장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투른 마케팅, 그리고 DRM과 준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어리석은 의사결정을 탓하기 바란다.

 

새로운 윈도우 폰 7 시리즈는 마침내 윈도우란 은유를 버리고 전화기 자체의 외관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5년 늦었을 뿐이다.

 

프로젝트 나탈(Natal) : 도구가 필요 없는, 제스처 기반의 인터페이스는 홈 게이밍에서 커다란 돌파구로 보인다. 처음에 보였던 것만큼 훌륭하게 올 연말에 등장한다면, 위(Wii)를 날려버릴 것이다.

 

쿠리어 태블릿(Courier Tablet)은 그래 왔던 것처럼,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심지어는 기즈모도(Gizmodo)란 웹사이트에서 오로지 애니메이션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때도.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걸 없애버렸다. 이 제품의 수석 설계자 제이 알라드는 쿠리어의 죽음이 그의 퇴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데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

 

이 모든 제품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엔터테인먼트 및 디바이스 사업부다. 맙소사, 많이도 말아 먹었다.

 

깜짝 퀴즈 : 역대 사상 최고의 마이크로소프트 참사는 무엇일까? 미안하지만, 시간이 다 되었다. 정답은 윈도우 비스타이다. 개발에만 7년이 걸린 완전한 대재앙이다.

 

하지만, 윈도우와 오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효자 상품으로 매 분기마다 수십 억의 이익을 창출한다. 메인프레임이 여전히 IBM에 수십억을 벌어주고 있듯이 어느 시점까지는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이 제품들이 미래는 아니다. 미래는 모바일 기기와 클라우드에 있다. 이제 미래는 발머의 손에 달려있다.

 

인포월드의 테드 샘슨은 이게 전 세계를 향해 모바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이게 주주들에게 주식을 팔 시기라는 것을 알리는 그들의 방식인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는 ①빌 게이츠가 운영체제를 지배할 수 있다면, 전체 PC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음을 일찌감치 알아챘고 ② 게이츠와 발머가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엔터프라이즈에게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식”을 따르도록 협박하는데 이 지배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체감한 것처럼, 누구도 가전제품 시장에서 자신의 방식을 협박할 수 없다. 엄청난 제도 상의 이점 (가령, 운영체제 소유 같은)이 없다면, 자신의 제품이 더 낫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실제로 납득시켜야만 한다. 지난 20년간의 세월을 자신들의 제품이 얼마나 잘 동작하는지 거짓말하는데 소비했다면, 사람들이 잘 믿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임원 중 한 명을 처단하는 것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문제는 최상위에 있는 덩치 크고, 대머리이며 땀투성이인 친구다. 레드몬드에서 진정한 변화를 보고 싶다면, 바로 거기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런 일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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