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의 네모난 세상 | 좋은사진, 인터넷, 모델, 돈의 아이러니

한홍기 | IDG Korea 2009.04.28

우리 사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인터넷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기기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찾기 시작해서, 사진찍는 방법, 그리고 다른 유명 작가의 사진 감상… 종국에는 자신의 사진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자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엄청난 수의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만큼, 무수히 많은 사진들이 등록되고 하루에도 수 백 만 명의 사람들이 올라온 사진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추천을 한다. 사람마다 입맛이 모두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좋은 사진이라는 개념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유명사이트를 보고 있으면, 가끔 내가 지금 왜 이걸 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사이트에는 온통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과 몸매를 드러낸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다. 이런 여성사진이 쉽게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좋은’사진이란 것이 예쁜 모델만을 담는다고 되는 것일까?

 

이런 사진 자체가 나쁘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그렇게 광고사진같이 깔끔하게 사진을 찍지 못하며, 최고급장비도 없고, 그들과 같이 훌륭한 모델을 수 십 만원을 주면서 촬영할 여건도 되지 못한다.

 

좋은 여건에서 촬영을 하는 분들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그 사진을 촬영한 그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단독으로 촬영한 사진이라면 그에게는 무엇인가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진사들이 함께 했다면, 그들은 서로가 비슷한 사진을 여러 장 보유하게 됐을 뿐이다. 그들은 이런 비슷비슷한 사진을 자신만의 사진인 것처럼 떠들 것이다. 예쁜 얼굴, 몸매를 소유한 사람의 껍데기만을 담은 인물사진을 진정한 ‘좋은’ 사진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필자는 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아마추어이다. 인물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좋은 모델을 구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우면서도 힘든 작업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진을 위한 가장 훌륭한 모델을 선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촬영하느냐 만큼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무엇을 찍을 것인가라는 고민 끝에 촬영을 하기 위해 마음에 드는 모델에게 연락을 한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굉장히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앞뒤 설명도 듣지 않고 ‘얼마 주실건데요?’라는 말을 던졌다. 그 말은 소정의 수고비를 지불하려 했던 나의 마음을 싹 사라지게 했다. ‘당신이 나한테 돈을 주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자 그녀는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필자 주위 사람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인도 아니고 프로도 아닌 그저 내가 원하는 그런 느낌의 사람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말투는 꼭 돈을 요구하는 업소 여성처럼 느껴졌고, 너무 화가 났다. 나의 사진을 위해서 고생하는 사람에게 수고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던 그녀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온라인에서 집중을 받을 수 있는 예쁜 모델을 담으려는 사진사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사진사들이 모델을 구하기 위해서 돈을 우선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사진에 돈이 우선시 되는 것인가…’

 

인터넷이 우리에게 새로운 사진 세계를 열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목을 받고 싶어 사진에 지나친 욕심이 함께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한 장의 사진에 담고 싶은 피사체가 따뜻함 없는 욕심으로 가득하고, 사진사들의 감성이 담기지 않은 그 사진을 무엇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아쉬움이 많이 든다.

 

AP3084.JPG

이 사진의 모델은 나의 사진을 믿고 따라주었다. 아무 조건도 없이 날 이해해주고 따라 주었던 모델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녀는 나에게 용기와 편안함을 주었고, 난 그녀에게 나의 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사진이다.

 

* 한홍기는 유리알(Yurial)이라는 닉네임으로 인물촬영팀 루마스(www.lumass.com), 레이소다 등 사진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단편영화 및 뮤지컬 포스터, 쇼핑몰 촬영등을 하고 있다.   보유기종: 1D markII , canon 50mm f1.8, canon 24-70mmL f 2.8, canon 70-200mm L f 2.8  Yashica GSN, canon A-1, canon EOS 5. usungi7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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