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640KB의 전설

Eric Lai | Computerworld 2008.06.30
오래 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1981년 어느 컴퓨터 전시회에서 빌 게이츠는 당시 막 발매된 IBM PC의 메모리가 640KB로 제한된 것을 옹호하는 의미에서 “640KB면 누구에게나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최초의 PC는 인텔의 8비트/16비트 하이브리드 프로세서인 8088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가 640KB로 제한되어 있었다. 64비트 시스템이 128GB의 메모리를 지원하는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 640KB는 너무나 적은 용량이지만, 애플II나 코모도어64같은 8비트 컴퓨터의 64KB 메모리에 비하면 상당히 큰 용량이었다.

어쨌든 빌 게이츠의 이런 확언은 독단적이고 근시안적인 말실수 중에 으뜸일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1977년 DEC의 설립자인 켄 올센의 “개인이 집에 컴퓨터를 갖출 이유가 없다”는 발언 정도일 것이다. 올센은 후에 이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PC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전 제어용 컴퓨터에 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640KB 발언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가십거리가 되었지만, 실제로 빌 게이츠가 이런 말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의 방계라고 할 수 있는 위키쿼트(Wikiquote)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말의 악의적인 변형판이 스테판 레비의 독특한 저서인 “해커”에 실렸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3월에는 뉴욕타임즈가 운영하는 비츠 테크놀로지 블로그가 예일북의 편집장이 이 말을 증명하려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편집장인 프레드 새피로는 100여 건의 정보를 받았지만, 여전히 이 발언의 출처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자신은 이런 발언을 극구 부인했다. 1990년대 중반에 쓴 한 신문의 칼럼에서 빌 게이츠는 이 발언에 대해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가끔 멍청한 말도 하고 틀린 말도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리 옛날이라도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정도의 메모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만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빌 게이츠는 칼럼의 말미에서 “내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누구도 어디에서 한 말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 말은 루머처럼 계속 떠돌아 다닐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는 2001년 U.S. News &World Report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벨 게이츠는 “IBM PC가 640KB 메모리에 제한되어 있는 동안 관련 업계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IBM PC는 한때 512KB로 제한될 뻔 했지만, 업계에서 이를 끌어올린 것이다”라며, “나는 그런 말은 한 적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작가인 제임스 팰로우즈는 640KB 발언을 저 유명한 프랑스 여왕 마리 앙뚜와네트의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지” 발언에 비유했다. 마리 앙뚜와네트의 발언도 최근에는 불확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팰로우즈는 2002년 New York Review of Books에 기고한 글에서 “메모리 제한에 대한 발언이 마리 앙뚜와네트의 발언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실제적인 것보다는 빌 게이츠의 위상과 처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팰로우즈는 “빌 게이츠의 확고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왜냐하면 이 말이 컴퓨터 업계에서는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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