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민의 엔지니어 2.0 | v3.0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김효민 | IDG Korea 2008.11.10

흔히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라 부르는 국제 인터넷 표준화 기구는 인터넷의 운영, 관리, 개발에 대해 협의하고 프로토콜과 구조적인 사안들을 분석하는 인터넷 표준화 작업기구이다. 인터넷 아키텍처 위원회(IAB)의 산하기구로 인터넷의 운영, 관리 및 기술적인 쟁점 등을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망 설계자, 관리자, 연구자, 망 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개방된 공동체. 주로 자발적인 참여와 논의 과정을 통하여 인터넷 관련 기술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한마디로 IETF는 인터넷에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표준과 프로토콜의 산실역할을 하는 단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상용화 혹은 대중화되면서 IETF의 인적 구성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용화 이전에는 IETF 개개 분과의 의장은 주로 학계의 인물들이 앉아있지만, 인터넷 상용화 이후에는 업계나 업계의 후원을 받는 사람들이 상단수의 분과 의장은 물론이고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EU를 비롯한 국가들이 IETF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가끔은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IETF는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ETRI 같은 연구 단체와 일부 국가 대표기관 그리고 업체 연구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멀티미디어, 무선 같은 분야에서 좋은 결과도 나오고는 있으나 통신 분야에서는 아직도 그 힘이 미미하다.

 

인터넷 표준이 만들어지는 패턴

IETF에서 표준 통신 프로토콜을 만드는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분명하게 패턴이 있다.

 

1차 버전은 특정 시스템 내부에서의 통신과 프로토콜 자체의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한다. 그 다음 2차 버전에서는 두 시스템 간의 통신과 백업 즉 1:1 통신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여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보안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3차 버전에서는 시스템들 간의 계층구조와 각 계층 간의 통신 및 백업 그리고 보안에 관련된 표준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즉 처음 v1.x에서는 1대의 시스템으로 출발하여 v2.x에서는 1:1 통신, 그리고 v3.x에서는 1:n 통신을 가능케 하는 방식으로 표준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매우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도 경험상 느꼈듯이 v3.x 정도에 이르러야 쓸 만한 것이 만들어진다. 한 번 주위를 둘러보라.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통신기기나 운영체제들이 거의 대부분 v3.x 대에 이르러서 쓸 만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표준이 되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 사항은 다다익선 즉, 기술적이나 학술적으로 완벽한 것이 아닌 많이 사용되는 것이 업계 표준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네트워크 상의 기기나 사용자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SNMP(Simple Network Management Protocol)는 프로토콜 자체로만 보면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 물론 TCP나 IP는 더 말할 것도 없다. SNMP는 제대로 된 표준을 완성하기 전까지만 마치 일회용 반창고처럼 사용하려던 것이 업계 표준 관리 프로토콜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엔지니어도 버전이 있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좀 더 상업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용자들의 감성을 헤아릴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한다.

 

필자가 늘 주장하지만 기업 부설 연구소는 순수 연구기관과는 근본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야 한다. 우리는 좀 더 세상 가까이 즉, 사용자 가까이에서 사용자의 눈으로 기술을 보고 기술을 응용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v1.0 엔지니어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어떤 것이 기술적으로 더 완벽한 것인지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면 v2.0 엔지니어는 무엇을 만들어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또는 더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나 방법론에 진리는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엔지니어들이 학교에서 졸업을 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즉, 특정 기술이나 방법을 마치 그것이 세상의 모든 진리인 것처럼 인지하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기술이나 방법을 따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그들을 따라잡거나 앞지를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공개되어 있는 각종 표준이나 기술은 다만 참고 자료일 뿐이다. 우리 인생에 해답이 없듯이 그 모든 것들과 업체에서 주입하고 있는 수많은 정보는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그들의 기술이나 솔루션만을 적용하는 대신 우리의 기술과 우리의 솔루션을 찾고 적용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의 인생이나 우리의 삶을 살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사용자들의 감성이다. 우리들이 만든 것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우리 엔지니어들이 아닌 사용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피 속에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감성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유전자가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께서는 기술이나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용자의 감성을 제대로 헤아려서 자손 대대로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심으로써 감성 엔지니어링의 진수를 보여주신 분이다.

 

이렇게 되는 것이 제대로 쓸 만한 v3.0 엔지니어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v3.0 엔지니어는 어떤 모습일지 독자 여러분의 지혜를 담은 많은 의견 부탁드린다.

 

*필자는 1985년 코리아제록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IT 컨설팅 전문회사인 CST, 신라정보통신, 글로벌텔레콤, 다산정보통신연구소장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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