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해체 1년..IT정책 어디로 가나>

편집부 | 연합뉴스 2009.02.27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IT 한국을 견인했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지 1주년을 맞이했다.

 

   올해 달력에는 없지만, 지난해 2월29일 정통부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보급과 통신기기 산업육성 등 14년간 쌓아올린 성과를 뒤로한 채 문을 닫았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IT 융합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발맞춘 것이다.

 

   이에 따라 정통부 업무와 직원들은 지난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나라 IT 정책의 조타수였던 정통부의 해체 이후 1년에 대한 평가는 설왕설래하다.

 

   방통위의 출범으로 방통융합 정책이 힘을 받았고, 제조업과 IT의 융합이 탄력을 받은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부처에서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던 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산되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이에 대한 조정능력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2004년까지 세계 1위이던 초고속인터넷(broadband) 보급률이 2007년 6위로 내려앉는 등 IT 분야가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IT 강국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방통융합, IT융합산업 탄력 = 정통부의 통신산업 규제와 진흥 업무는 방통위로 넘어갔다.

 

   현재 방통위는 정책 추진 과정이 효율화되고 방송통신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연착륙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과거 정통부와 방송위원회의 '밥그릇' 다툼으로 지지부진하던 IPTV 사업은 방통위가 발을 벗고 나서면서 지난해 말 IPTV 서비스가 시작된 점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산업의 규제와 함께 방통위의 중요한 역할인 진흥 기능은 방송통신 산업의 장비 지원 부분을 담당하는 지경부, 방송콘텐츠의 관할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물론 정보통신산업과 우정사업이 지식경제부로 넘어가면서 제조업과 IT 부문의 융합 분야는 자동차와 IT기술의 결합인 텔레매틱스 등에서 부분적이나마 활기를 띠고 있다.

 

   애초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통부 해체를 들고나온 명분 중 하나도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지경부를 주축으로 정책이 추진되면서 정통부 시절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지경부의 자체 평가다.

 

   정통부가 지능형 로봇과 디지털TV 및 방송기기, 홈네트워크 등 9대 성장동력으로 설정한 품목 중 상당수가 다른 부처와 업무영역이 겹치면서 부처 간 갈등을 가져왔던 문제점이 해소되고 본격적으로 융합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행안부로 넘어간 정보화 촉진과 정보보안 업무 역시 어느정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27일 "정보화 촉진 업무는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의 협조체계가 쉽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 타워 부재..성장동력 집중 육성 난제 = 정통부의 기능이 여러 부처로 분산된 이후 해당 부처 내에서의 협조체계는 그나마 잘 이뤄지고 있지만 각 부처 간 이해관계는 여전히 충돌을 빚고 있다.

 

   실제 지경부가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사업계획을 마련할 때도 기금 배분을 놓고 방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의 이견으로 초반 진통을 겪었다.

 

   지경부가 방송통신산업의 육성정책을 맡고 있지만, 방통위도 진흥 기능을 갖고 있어 두 기관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업무 중복의 문제도 장기적으로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에서 고품질 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 및 RFID/USN 등 u-ICT 인프라 확산을 추진을 밝혔지만, 이 부분은 방통위의 정책 방향과 유사하다.

 

   컨트롤 타워 부재는 단순히 조정 기능뿐만 아니라 IT 신성장동력 창출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정통부가 IT 839 전략을 내세워 서비스와 네트워크 기기,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등이 가치 사슬이 이루도록 하면서 동반성장을 추구하도록 밀어붙였던 것처럼 장기적이고 유기적인 IT 성장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현 체제하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통부 고위 공직자 출신 한 인사는 "정통부 해체 이후 방통융합 부문에서는 돌파구를 찾았지만, 정보통신산업 분야는 제조업과 서비스, 콘텐츠 간의 유기적 연계기능 사라져 위축되고 있다"면서 "각 부처의 IT 정책을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고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하드웨어 중심적 정책기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해 말 매일경제 주최의 디지털포럼에서 "미래 산업생산성 증대에 결정적 이바지를 할 IT 기반 가치 사슬 혁신이나, 전략적 아웃소싱 인프라조성, 가상기업 인프라 조성같은 인프라 및 프로세스기반 구축사업은 개념화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안부의 경우도 정보화 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등 정보화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이 약해져 장기적으로 정보화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공공 부문 정보화 예산의 대부분을 행안부에서 집행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등 민간 부문을 육성하는데 지경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IT 업계 불만 여전 = 정통부 해체 이후 제기된 IT 업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위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부처가 명확하면 정책을 건의하고 정책 방향을 바라볼 때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데 정통부 해체 이후 어려워졌다"면서 "IT 예산도 줄어드는 등 정부가 IT를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정부가 업무를 분산해서 하다 보면 IT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IT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뛰어난데도 오히려 폄하되고 있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4대 강 정비사업 등 녹색 뉴딜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과 대비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IT 분야를 소홀히 한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

 

   정부에 대한 업계의 불신은 지난해 정부가 IT 사업 발주 방식을 조달청으로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일부 사업의 발주가 늦어지면서 공공부문 수주 비중이 큰 중소 소프트웨어 업계를 위주로 불만이 터져 나온 것.

 

   여기에 행안부가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을 지난해 말에서야 발표해 정부의 IT 정책 의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는 다만 지경부가 최근 중소기업 IT 혁신 지원과 소프트웨어(SW) 분야 유망산업 지원 등을 골자로 'IT/SW 뉴딜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밝힌 데 대해 그나마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진정한 평가는 올해 정책에 따라 = 정통부 해체로 말미암은 IT 정책 수립 능력에 대한 평가는 올해 IT 정책의 성과에 달려있다.

 

   지난해 정통부가 해체되고 IT 정책 업무가 각 부처로 분산됐지만 지난 1년간 이들 부처가 추진했던 정책은 2007년 정통부가 계획해놓은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정부조직 변화에 따른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면서 "결국 IT 관련 업무가 분산된 뒤 정책 수립 능력의 평가는 올해 정책 설계와 집행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뉴스검색제공제외)

Sponsored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