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ㆍAR

글로벌 칼럼 | VR, AR, MR…이름은 다르지만 종착역은 같다

Mike Elgan | Computerworld 2017.08.08
언어는 중요하다. 필자는 기술을 설명하는 언어를 선택할 때 언제나 '정확성'을 고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 칼럼 작업이 특히 괴로웠다.

필자는 진실을 드러내기 주저했다. 이미 가상 현실(VR), 증강 현실(AR), 혼합 현실(MR), 360도 비디오, 헤드 업 디스플레이 등 용어가 대중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팩트(사실)'는 '팩트'다. 여기에서 팩트는 기술 자체가 이를 설명하는 언어의 명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원대한 주장'을 이야기 하기 앞서, 일부'오해'부터 불식시켜야 할 것 같다.
사실: 가상 현실은 '기업용'이다.
얼마 전 실리콘 밸리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뺏는 새로운 가상 현실 제품을 만들었다. 고해상도 VR 헤드셋을 지원하는 고성능 컴퓨터가 들어 있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백팩 가방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미래형 VR 게임 장치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다.

HP의 기업용 VR, AR 백팩10파운드가 조금 넘는 '백팩'은 개념적으로 앞서 출시된 게임 장치와 비슷하다. 그러나 사실 기업용, 의료용으로 개발되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HP가 출시한 Z VR 백팩이라는 제품이다. HP의 새 윈도우 혼합 현실 헤드셋, HTC의 바이브(Vive) 비즈니스 에디션 헤드셋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10 프로이고,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와 32GB의 RAM, 엔비디아 쿼드로(Nvidia Quadro) PS2000 그래픽 카드가 장착되어 있다. 또 배터리를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뉴스'는 HP가 전 세계 13곳에 엔터프라이즈와 비즈니스용 VR 애플리케이션 기술을 전시할 고객 경험 센터를 개장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놀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VR을 주제로 한 대화는 주로 몰입형 게임, 기타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용 VR 시장이 소비자용 시장을 작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사실: 전문가들은 AR과 VR, MR에 대한 개념과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 기술은 최소한 '개념적'으로는 수 십 년 전 등장했다. 그러다 소비자 및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본격 사용될 시기를 목전에 두게 됐다. 그러나 사람마다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면서 서로 다른 '이름표'를 사용한다. 이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 업체는 이테크놀로지(Yi Technology)는 최근 혁신적인 모바일 장치인 Yi 360 VR 카메라를 공개했다. 초당 30 프레임에 5.7k 비디오를 촬영하고, 2.5K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원할 수 있는 카메라이다.

매우 인상적인 장치이다. 그런데 360도 비디오는 '가상 현실'일까? 일부는 '예'라고 대답한다. 또 다른 일부는 '아니요'라고 대답한다(정답은 '예'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한다).

혼합 현실과 증강 현실도 서로 경쟁하는 '이름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실제 세상에 컴퓨터로 생성한 개체를 추가하는 기술이다. 누구나 이런 설명에 동의할 것이다.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따르면, 실제 세상에 가상 개체를 '고정'시키는 것이 혼합 현실이다. 이 개체는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혼합 현실은 실제 탁자 위 또는 뒤에 가상의 개체를 올려둘 수 있다.

반면, 증강 현실의 개체는 '고정'되지 않는다. 물리적 공간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관측 시야 공간에 떠 있다. 이런 차이점을 반영했을 때, 홀로렌즈(HoloLens)는 혼합 현실이고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는 증강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안이 되는 정의에 따르면, 혼합 현실은 실제 세상의 시야 안에 가상 개체를 배치하는 개념과 일맥 상통한다. 반면, 증강 현실은 콘텐츠로 '현실'에 대한 이해를 강화, 즉 증강한다. 예를 들어, 건물이나 사람의 얼굴을 식별 또는 인식한 후, 관련 정보를 시야에 표시하는 것이 증강 현실이다.

이 점을 기준으로 하면 구글 글래스는 혼합 현실도 증강 현실도 아니다. 그냥 헤드 업 디스플레이에 불과하다. 사용자 시야에 표시되는 정보가 실제 개체와 상호작용하지 않고, 실제 개체를 가리키지도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특정 '세력'이 자신들에 유리하게 '혼합 현실'이라는 이름표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증강 현실은 현실과 가상을 결합하는 모든 기술을 일컫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증강 현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면 조금만 더 기다리는 것이 좋다. 조만간 이런 '유행'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새로운 미디어는 멀티미디어다.
다소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하겠다. 친숙한 몇몇 애플리케이션이 분명한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혼합 현실과 가상 현실, 기타 애플리케이션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유튜브를 예로 들자.

링크된 영상은 애플 ARKit로 만든 앱이다. 사용자가 실제 경관을 볼 때 컴퓨터가 무언가를 추가한다. 즉, 길 중간에 컴퓨터가 생성한 가상의 출입구가 배치된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정원이라는 환영이 만들어진다. 문 크기의 가상 개체가 실제 같은 경관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이 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실제 정원 같은 환경에 몰입할 수 있다. 뒤를 돌아 출입구 반대편을 보면 실제 세계가 보인다. 이것은 혼합 현실이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가상 현실이기도 하다. 단순하지만 MR과 VR 모두에 해당되는 앱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는 조금 더 미묘하다. 아하(A-ha)가 1980년대 발표한 '테이크 온 미(Take On Me)' 뮤직 비디오에서는 한 소녀가 저녁을 먹다가, ㅎ그백의 만화책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소녀는 그 안에서 한 쪽은 실제 세상, 다른 한 쪽은 만화책 속 세상을 보여주는 창을 발견한다.

그리고 누군가 사용자가 아하의 뮤직 비디오와 동일한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이 비디오에는 석탄으로 그린 만화 속 세상을 볼 수 있는 작은 창이 있다. 이것은 분명한 '혼합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작은 창문의 존재만 제외하면, 사용자가 그 세계로 들어가는 즉시 완전한 가상 환경이 된다.

앞서 보다 의미적으로 더 복잡한 상황이다. 모든 '가상 현실' 요소들이 컴퓨터로 실제 세상의 비디오를 재창조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이 앱이 '혼합 현실'인지, '가상 현실'인지 정확히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용자가 위치한 실제 방 안을 라이브로 볼 수 있다. 이것은 가상 현실이 아닌 360도 비디오다. 그러나 사용자가 위치하지 않은 방을 360도 비디오로 보고 있는 것이라면(반대편 세상에 있는 것이라면)? 360도 비디오가 라이브가 아니라면? 가상 공간에 기록 또는 매핑 된 것이라면? 아주 큰 집에 위치한 작은 생쥐 같은 경험이라면? 반대로 아주 작은 집에 위치한 거인 같은 경험이라면? 조명이 조작된 것이라면? 여러 집의 여러 공간을 '짜깁기'해 같은 집이라는 환영을 만들어 낸 것이라면? 일정 지점에서는 360도 비디오와 가상 현실을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

순수주의자들은 (예를 들어) 사무실에 대한 360도 라이브 비디오는 VR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로 가구의 색상을 바꾼다면? 소프트웨어로 가구를 동물로 바꾼다면 어떨까? 실제와 같은 벽이 있지만, 그 소재가 실제와 다른 대나무라고 해도 가상 현실이 아닐까? 어디에서 '실제'가 끝나고, '가상'이 시작되는 것일까?

결국 사용자에게 현실을 증강해 보여주는 카메라는 센서다. 방 안에서 보게 되는 것을 가상 개체와 함께 보여줄 수 있다. 누구나 이를 편안하게 '혼합 현실'로 부를 것이다. 그러나 앱이 모션(동작)과 거리 데이터를 가져와, 변형된 형태로 재현해 보여준다면? 예를 들어, 사용자의 팔을 로봇 팔로 바꾸어 실제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이것은 증강 현실일까? 아니면 가상 현실일까?

차세대 애플 지도는 가상 현실 환경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을 가상 현실 고글(안경)에 장착하면 3D 지도 모드로 바뀐다. 고개를 돌리면 거리를 쿵쾅거리고 걷는 고질라처럼 도시 경관을 관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3D 지도는 '컴퓨터로 생성한' 지도이다. 그러나 사진을 사용한다. 360도 사진은 아니다.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은 2가지 요소로 혼합된다. 첫째, '현실'을 가상 현실로 스트리밍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가상 현실 고글에 연결되는 카메라이다. 둘째, 컴퓨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프로그래머가 원하는 정도로 비디오를 증강, 수정, 조정, 변경, 왜곡할 수 있다. 명칭에 대한 혼란이 생기는 이유가 이것이다. '비디오'와 '컴퓨터 생성'이라는 개념이 하나의 연속체로 존재하고, 서로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올해 말에는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1-2개월 이내에 출시될)아이폰 8과 iOS11과 함께 모든 것이 '주류화'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애플 앱 스토어에는 AR, VR, MR, 360도 비디오, 헤드-업 디스플레이 콘텐츠(아이폰을 고글에 장착했을 때)는 물론, 이 모든 것이 예상 못한 방법으로 혼합된 앱들이 넘쳐날 예정이다. 더 많은 혼란을 몰고 오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매직 립(Magic Leap), 메타 2, 애디어 에어(Atheer Air) 등 첨단 플랫폼 중에는 가상 현실을 제공하지 못하는 플랫폼도 있다.

골판지로 만든 고글에 저가 휴대폰을 장착해도 VR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는 VR을 제공하지 못한다.

사실: 기술의 '이름표'를 선택하는 것은 대중이다.
모든 '이름표'가 새로운 미디어와 플랫폼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혼합 현실이나 가상 현실을 배타적으로 제공하는 앱들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미디어의 '계층 구조'가 확립될 것이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는 가장 아래, 가상 현실은 가장 위에 위치한 구조이다. 구글 글래스 같은 헤드 업 디스플레이 장치는 한 가지만 할 수 있다. 그러나 '혼합 현실' 플랫폼은 혼합 현실, 증강 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그리고 '가상 현실 플랫폼(카메라가 장착된)'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말의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를 하고, 변화한다. 처음에는 대안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다 일부 세력이 이를 수용한다. 반면, 여전히 대안을 수용하지 않는 세력도 있다. 만약 잘못된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은 옳은 말이 된다. 언어는 이런 식으로 진화한다.

해커(hacker)라는 단어는 이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원래 '해커'란 '컴퓨터에 능숙한 프로그래머나 사용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용'이 보편화 되면서, '컴퓨터를 이용, 허가 받지 않은 데이터에 액세스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규범주의자나 순수주의자들은 과거의 의미가 본래의 배타적인(독점적인) 의미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규칙이나 사전, 권위가 아닌 다수가 사용하는지 여부가 말의 의미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디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람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VR과 AR, MR, 360도 비디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이 모두를 포괄하는)가상 현실로 부르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VR을 지원하는 장치로 경험을 할 수 있는 모든 미디어를 VR로 부르게 될 것이다.

이는 모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포괄하는 용어이다. 지금도 이들 새로운 미디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VR 장치만이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 360도 비디오, 혼합 현실, 증강 현실, 가상 현실로 구성된 유연한 멀티미디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 세계를 부르는 말은 단 하나, 즉 가상 현실이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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