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4

"잘해봤자 본전, 위험은 천문학적" 애플의 자율 주행 자동차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

Leif Johnson | Macworld
지난 목요일 애플이 마침내 9월 아이폰 행사 초청장을 발부했다. 초대장에는 신사옥 애플 파크 약도와 함께 ‘함께 모여요(Gather round)’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의미를 여러 가지로 추측하는 기사도 그럴듯한 것부터 터무니 없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초대장이 바퀴나 경주로같이 생겼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과연 애플이 소문만 무성한 ‘애플 자동차’를 정말 공개하려는 것일까?

글쎄, 개인적으론 제발 아니었으면 한다. 애플이 만든 자동차는 분명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기는 하나, 역시 상상만으로 끝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 같다.


지금껏 Macworld의 팟캐스트를 구독해온 청취자라면 필자가 애플 자동차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을 최소한 2번 이상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필자 혼자가 아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무려(!) 워렌 버핏마저도 애플이 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버핏이야 투자자의 관점에서 투자 수익을 걱정한 마음이 더 컸겠지만 말이다.

필자로서는 투자 수익 따위야 어찌 되든 별로 관심이 없다. 진짜 걱정은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섣불리 진출했다가 지금까지 잘 쌓아 온 기업 이미지를 망치는 것이다. 차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그 동안 아이맥처럼 본디 블루(Bondi Blue) 디스플레이에 ‘Hello’라는 인사를 띄우던 세련되고 유형을 선도하는 애플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애플이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하겠지만, 그게 과연 결과적으로 긍정적일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저러한 얘기를 다 차치하고라도, 솔직히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애플이 무인 전기 자동차 같은 고도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 준비가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자동차 산업 진출은 애플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자동차 설계에 있어서는 조금의 오차만 있어도 곧바로 도로 위의 살인 무기가 된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도로 위에서는 차의 안전성에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 교통사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발생하는 현실이다. 가장 숙련되고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일류 자동차 회사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교통사고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반면, 애플에는 그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 일류 자동차 엔지니어를 구워 삶아 데려올 수는 있겠지만, 이들은 애플의 기업 문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사망 사고가 테크놀로지 기업의 평판에 어떤 식으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지는 몇 달 전 테슬라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테슬라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테슬라 차량을 오토파일럿(autopilot) 모드에서 운전하던 한 남성이 사망하면서 극에 달했다. 그 사건 이후 테슬라는 자사의 평판을 예전만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에서 우버의 무인 자동차에 치여 사망한 일레인 허츠버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어쨌든 이 사고로 인하여 무인 자동차 산업 자체와 그 안전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더욱 짙어졌다. 아예 우버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이런 사고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 돈을 산처럼 쌓아 놓고 쓸 수 있는 애플 같은 기업은 어쩌면 그 정도 리스크는 얼마든지 질 용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플을 고깝게 보고, 조금이라도 트집을 잡기 위해 주시하고 있는 눈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 사고, 특히 사망 사고가 1건이라도 발생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세간의 비난이야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기 마련이지만,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이야 애플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 봤자 제품이 너무 비싸다거나, 요즘 들어 혁신적인 사고가 줄어들었다거나, 앱 아이콘을 썬더캣 포트레잇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대수겠는가? 단순히 혐오하고 싶어서 혐오하는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웃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이제 사람들은 애플 제품에 대해 근거 있는 실체적 두려움을 갖게 된다. 만약 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다면, 애플이라는 기업 자체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다. 과연 애플이 이런 결과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 받아들일 준비 되었나?
애플은 그 동안 자신만의 성 속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규제 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은 채 자사만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했다. 물론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 같은 기관들이 있긴 하지만, 수 년간 전해져 내려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제아무리 날고 뛰는 애플이라도 때로는 정부 안전 규제 준수로 인해 목표가 좌절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로 인해 제품 퀄리티가 다소 낮아지기도 하고, 아예 신제품 출시가 보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작은 제품들만 이런 문제를 겪었다. 예를 들어 애플 워치가 그렇다. 원래 애플 워치는 단순한 피트니스 트래커가 아니라 의료 전문가들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수준의 기적적이고 전문적인 의료 기기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자사의 타임 테이블에 맞춰 FDA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했고, 결국 다른 피트니스 트래커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애플 워치를 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애플이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동차에 대한 안전 규제는 시계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격하며, 이로 인해 애플이 원래 생각했던 것과 설계가 완전히 달라진 제품을 출시해야 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도 지연될 것이다. 결국 애플 자동차에 너무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하게 되고, 애플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비자 가전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은 줄어들 것이다. 애플 워치 때와 마찬가지로, 인명이라는 타협 불가능한 가치가 걸린 사안 앞에서 애플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애플,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 ‘한 방’이 없다
문을 열고 나가면 문자 그대로 ‘길거리에 널린 것’이 자동차이다. 샌프란시스코 기준으로 봤을 때 인구 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도시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이 글을 쓰는 동안 창문 밖으로 14대의 자동차가 보인다.

게다가 전기 차라는 것도 처음에야 신선했지, 이제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못 된다. 더 이상 테슬라 자동차에 감탄하는 사람도 없고, 우버나 리프트를 부르면 4번 중 1번은 셰비 볼트(Chevy Volt) 차량을 타게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기존 제품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자동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헉!’ 소리가 날 만한 한 방이 필요하다. 블랙베리와 팜 가운데 홀연히 나타나 스마트폰의 새 역사를 쓴 아이폰 수준의 혁신을 재현할 수 없다면 애플 자동차가 성공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자동차가 필요하다. 애플 뮤직은 다른 기업(이 경우 비츠)을 인수하는 것만으로 애플이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애플 자동차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테슬라 같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물론 인수 계획 자체가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괴짜가 필요할 것이다.)

즉, 필자의 걱정은 애플 자동차가 그저 시장의 하고 많은 자동차들 중 하나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미 쟁쟁한 경쟁자가 가득 들어찬 시장에 뛰어 드는 상황에서, 과연 애플에게 그들을 다 제칠 만한 ‘한 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쯤에서 홈팟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말이다. 시장을 와해시키는 혁신적 제품을 내놓지 못한 애플은 결국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홈팟 자체로는 나쁜 제품이 아니지만, 다른 앞선 스마트 스피커에 있는 기능을 홈팟은 구현하지 못했다. 애플이라는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자금 유치 만으로도 힘겨운데, 애플 제품에 대한 이런 실망감까지 더해진다고 생각해 보라. 애플 홈팟을 보면 떠오르는 2가지 애플 서비스가 있다. 다음 두 사례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애플 맵과 시리의 한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애플이 무인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일례로, 애플 자동차가 출시 된다면 그 핵심 기능을 담당하게 될 애플 맵과 시리를 생각해 보라.

iOS 12 이후로 애플 맵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과거에 비해서일 뿐이다. 불과 지난 2월,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애플 맵을 보며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길을 잘못 가르쳐준 나머지 고속도로를 타지 못한 채 베이커스필드 주변을 뱅뱅 돌아야만 했다.

어디 그 뿐인가? 텍사스 우리 부모님 농장 근처에는 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10여년 전에 벌써 사라지고 지금은 없다. 이후 그 근방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통행이 불가능한 지역이 됐지만, 애플 맵은 아직도 가끔씩 나를 그 길로 인도한다. 그 어느 운전자가 이런 내비게이션을 믿고 자신의 목숨을 맡기려 할까?


시리는 또 어떤가? 시리만큼 애플이 처참하게 실패한 서비스도 없을 것이다. 애플은 음성 어시스턴트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구글이나 아마존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필자는 구글이 ‘더 나은 사용 경험을 위한 필요악’이라 주장하는 데이터 마이닝 같은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구글의 음성 인식 기술과 정확도가 개선될수록 시리의 실패가 더욱 돋보일 것만은 분명하다.

애플은 분명 음성 어시스턴트 분야에서 선두를 이끌 돈은 물론이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과연 애플 자동차의 시리가 운전자의 명령을 정확히 알아 듣고 와이퍼를 작동시킬 수 있을까? 와이퍼를 켜 달라고 했을 때 와이프에게 전화나 걸지 않으면 다행이다.

러시 아워의 교통난 속에서 애플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 할 미래의 누군가여, 당신은 필자보다 훨씬 용감한 사람일 것임에 틀림 없다.

솔직히, 필자도 이 예측이 틀리기를 바란다. 올해나 내년(어쩌면 2021년)쯤 팀 쿡이 자동차의 미래라고 불릴 만큼 놀랍고 혁신적인 뭔가를 들고 나온다면, 필자는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다. 친환경적이고 배기 가스를 방출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대의 자동차의 출시 소식을 말이다(필도 안다, 이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하지만 현재 애플의 제품이나 문화에서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마인드셋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서만큼은 애플의 혁신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editor@itworld.co.kr    


2018.09.04

"잘해봤자 본전, 위험은 천문학적" 애플의 자율 주행 자동차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

Leif Johnson | Macworld
지난 목요일 애플이 마침내 9월 아이폰 행사 초청장을 발부했다. 초대장에는 신사옥 애플 파크 약도와 함께 ‘함께 모여요(Gather round)’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의미를 여러 가지로 추측하는 기사도 그럴듯한 것부터 터무니 없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초대장이 바퀴나 경주로같이 생겼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과연 애플이 소문만 무성한 ‘애플 자동차’를 정말 공개하려는 것일까?

글쎄, 개인적으론 제발 아니었으면 한다. 애플이 만든 자동차는 분명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기는 하나, 역시 상상만으로 끝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 같다.


지금껏 Macworld의 팟캐스트를 구독해온 청취자라면 필자가 애플 자동차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을 최소한 2번 이상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필자 혼자가 아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무려(!) 워렌 버핏마저도 애플이 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버핏이야 투자자의 관점에서 투자 수익을 걱정한 마음이 더 컸겠지만 말이다.

필자로서는 투자 수익 따위야 어찌 되든 별로 관심이 없다. 진짜 걱정은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섣불리 진출했다가 지금까지 잘 쌓아 온 기업 이미지를 망치는 것이다. 차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그 동안 아이맥처럼 본디 블루(Bondi Blue) 디스플레이에 ‘Hello’라는 인사를 띄우던 세련되고 유형을 선도하는 애플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애플이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하겠지만, 그게 과연 결과적으로 긍정적일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저러한 얘기를 다 차치하고라도, 솔직히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애플이 무인 전기 자동차 같은 고도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 준비가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자동차 산업 진출은 애플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자동차 설계에 있어서는 조금의 오차만 있어도 곧바로 도로 위의 살인 무기가 된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도로 위에서는 차의 안전성에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 교통사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발생하는 현실이다. 가장 숙련되고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일류 자동차 회사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교통사고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반면, 애플에는 그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 일류 자동차 엔지니어를 구워 삶아 데려올 수는 있겠지만, 이들은 애플의 기업 문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사망 사고가 테크놀로지 기업의 평판에 어떤 식으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지는 몇 달 전 테슬라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테슬라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테슬라 차량을 오토파일럿(autopilot) 모드에서 운전하던 한 남성이 사망하면서 극에 달했다. 그 사건 이후 테슬라는 자사의 평판을 예전만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에서 우버의 무인 자동차에 치여 사망한 일레인 허츠버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어쨌든 이 사고로 인하여 무인 자동차 산업 자체와 그 안전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더욱 짙어졌다. 아예 우버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이런 사고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 돈을 산처럼 쌓아 놓고 쓸 수 있는 애플 같은 기업은 어쩌면 그 정도 리스크는 얼마든지 질 용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플을 고깝게 보고, 조금이라도 트집을 잡기 위해 주시하고 있는 눈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 사고, 특히 사망 사고가 1건이라도 발생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세간의 비난이야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기 마련이지만,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이야 애플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 봤자 제품이 너무 비싸다거나, 요즘 들어 혁신적인 사고가 줄어들었다거나, 앱 아이콘을 썬더캣 포트레잇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대수겠는가? 단순히 혐오하고 싶어서 혐오하는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웃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이제 사람들은 애플 제품에 대해 근거 있는 실체적 두려움을 갖게 된다. 만약 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다면, 애플이라는 기업 자체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다. 과연 애플이 이런 결과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 받아들일 준비 되었나?
애플은 그 동안 자신만의 성 속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규제 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은 채 자사만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했다. 물론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 같은 기관들이 있긴 하지만, 수 년간 전해져 내려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제아무리 날고 뛰는 애플이라도 때로는 정부 안전 규제 준수로 인해 목표가 좌절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로 인해 제품 퀄리티가 다소 낮아지기도 하고, 아예 신제품 출시가 보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작은 제품들만 이런 문제를 겪었다. 예를 들어 애플 워치가 그렇다. 원래 애플 워치는 단순한 피트니스 트래커가 아니라 의료 전문가들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수준의 기적적이고 전문적인 의료 기기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자사의 타임 테이블에 맞춰 FDA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했고, 결국 다른 피트니스 트래커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애플 워치를 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애플이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동차에 대한 안전 규제는 시계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격하며, 이로 인해 애플이 원래 생각했던 것과 설계가 완전히 달라진 제품을 출시해야 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도 지연될 것이다. 결국 애플 자동차에 너무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하게 되고, 애플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비자 가전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은 줄어들 것이다. 애플 워치 때와 마찬가지로, 인명이라는 타협 불가능한 가치가 걸린 사안 앞에서 애플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애플,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 ‘한 방’이 없다
문을 열고 나가면 문자 그대로 ‘길거리에 널린 것’이 자동차이다. 샌프란시스코 기준으로 봤을 때 인구 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도시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이 글을 쓰는 동안 창문 밖으로 14대의 자동차가 보인다.

게다가 전기 차라는 것도 처음에야 신선했지, 이제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못 된다. 더 이상 테슬라 자동차에 감탄하는 사람도 없고, 우버나 리프트를 부르면 4번 중 1번은 셰비 볼트(Chevy Volt) 차량을 타게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기존 제품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자동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헉!’ 소리가 날 만한 한 방이 필요하다. 블랙베리와 팜 가운데 홀연히 나타나 스마트폰의 새 역사를 쓴 아이폰 수준의 혁신을 재현할 수 없다면 애플 자동차가 성공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자동차가 필요하다. 애플 뮤직은 다른 기업(이 경우 비츠)을 인수하는 것만으로 애플이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애플 자동차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테슬라 같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물론 인수 계획 자체가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괴짜가 필요할 것이다.)

즉, 필자의 걱정은 애플 자동차가 그저 시장의 하고 많은 자동차들 중 하나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미 쟁쟁한 경쟁자가 가득 들어찬 시장에 뛰어 드는 상황에서, 과연 애플에게 그들을 다 제칠 만한 ‘한 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쯤에서 홈팟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말이다. 시장을 와해시키는 혁신적 제품을 내놓지 못한 애플은 결국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홈팟 자체로는 나쁜 제품이 아니지만, 다른 앞선 스마트 스피커에 있는 기능을 홈팟은 구현하지 못했다. 애플이라는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자금 유치 만으로도 힘겨운데, 애플 제품에 대한 이런 실망감까지 더해진다고 생각해 보라. 애플 홈팟을 보면 떠오르는 2가지 애플 서비스가 있다. 다음 두 사례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애플 맵과 시리의 한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애플이 무인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일례로, 애플 자동차가 출시 된다면 그 핵심 기능을 담당하게 될 애플 맵과 시리를 생각해 보라.

iOS 12 이후로 애플 맵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과거에 비해서일 뿐이다. 불과 지난 2월,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애플 맵을 보며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길을 잘못 가르쳐준 나머지 고속도로를 타지 못한 채 베이커스필드 주변을 뱅뱅 돌아야만 했다.

어디 그 뿐인가? 텍사스 우리 부모님 농장 근처에는 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10여년 전에 벌써 사라지고 지금은 없다. 이후 그 근방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통행이 불가능한 지역이 됐지만, 애플 맵은 아직도 가끔씩 나를 그 길로 인도한다. 그 어느 운전자가 이런 내비게이션을 믿고 자신의 목숨을 맡기려 할까?


시리는 또 어떤가? 시리만큼 애플이 처참하게 실패한 서비스도 없을 것이다. 애플은 음성 어시스턴트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구글이나 아마존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필자는 구글이 ‘더 나은 사용 경험을 위한 필요악’이라 주장하는 데이터 마이닝 같은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구글의 음성 인식 기술과 정확도가 개선될수록 시리의 실패가 더욱 돋보일 것만은 분명하다.

애플은 분명 음성 어시스턴트 분야에서 선두를 이끌 돈은 물론이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과연 애플 자동차의 시리가 운전자의 명령을 정확히 알아 듣고 와이퍼를 작동시킬 수 있을까? 와이퍼를 켜 달라고 했을 때 와이프에게 전화나 걸지 않으면 다행이다.

러시 아워의 교통난 속에서 애플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 할 미래의 누군가여, 당신은 필자보다 훨씬 용감한 사람일 것임에 틀림 없다.

솔직히, 필자도 이 예측이 틀리기를 바란다. 올해나 내년(어쩌면 2021년)쯤 팀 쿡이 자동차의 미래라고 불릴 만큼 놀랍고 혁신적인 뭔가를 들고 나온다면, 필자는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다. 친환경적이고 배기 가스를 방출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대의 자동차의 출시 소식을 말이다(필도 안다, 이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하지만 현재 애플의 제품이나 문화에서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마인드셋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서만큼은 애플의 혁신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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