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스태디아에 대한 판단은 실제 네트워크에서, 그것도 가능하면 다양한 장소에서, 테스트가 가능해질 때까지 미루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 필자는 플레이스테이션 나우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매우 잘 돌아간다는 기사를 쓴 바 있지만, 미국과 전세계의 많은 지역에서는 형편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스태디아가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과연 얼마나 더 나을 지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지난 주말 PAX 웨스트 행사에서 스태디아를 직접 체험해 본 결과, 기대한 것보다 나은 점도 있고 못한 점도 있었다.
양날의 검
구글은 스스로 증명할 것이 있다. 지난 GDC에서 공개한 이래 스태디아를 지연에 민감한 게임에도 잘 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홍보해 왔기 때문이다. 격투 게임, 슈팅 게임 등 빠른 반응이 필요한 장르의 게임들은 지연에 민감하기 때문에 클라우드에서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는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그러한 경향은 PAX 행사 중에도 계속되었다. 지난 주말에 컨트롤러를 집어 들자 <모탈 컴뱃(Mortal Kombat 11)>과 <둠 이터널(Doom Eternal)>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연한 데모가 나왔는데, 25Mbps라는 인위적으로 제한된 속도로 연결된 상태에서 실행된 것이다. 25Mbps는 해상도가 1080p일 경우 스태디아에 요구되는 10Mbps보다는 높지만, 그 해상도에서 안정적인 스트리밍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적절한 목표 속도라고 들었다.
막상 해 보니 두 게임 다 충분히 할 만 했다. <모탈 컴뱃 11>에서는 스콜피온으로 서브제로와 뭍었는데 이겼고 <둠 이터널>에서는 2개 지역을 통과하고 나니 체험 시간이 끝났다.
게임용 하드웨어가 없고 투자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면 스태디아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단,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집에 설치된 인터넷 연결의 안정성, 게임을 유선으로 하느냐 무선으로 하느냐의 여부, 데이터 센터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이냐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개념 증명의 차원이라면 필자가 PAX에서 체험해 본 것으로 그 목적을 다했다.
그런데 구글이 하필이면 <모탈 컴뱃 11>과 <둠 이터널>을 체험용으로 처음 내놓은 것은 별로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대학 시절 필자는 <더 위쳐(The Witcher)>를 돌릴 만한 PC가 없어서 온라이브를 통해서만 게임을 했었다. 10년 전의 비교적 원시적인 스트리밍이었지만 게임은 잘만 돌아갔다! <더 위쳐>는 정밀성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빠른 동작이나 정확한 타이밍은 필요 없고 액션이 주요 매력인 게임도 아니다.
즉, 여기 저기 지연이 조금씩 발생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더 위쳐>와 비슷한 게임들은 스트리밍으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작년에 구글은 스태디아 시제품을 <어쌔신 크리드: 오딧세이(Assassin’s Creed: Odyssey)>로 테스트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그 결과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필자는 <오딧세이>같은 게임이 스태디아에서 매우 잘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요즘 들어 구글은 모든 게임이 다 스태디아에서 잘 돌아가는 것을 증명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 듯하다. <둠>도 된다! <모탈 컴뱃>도 된다! 무슨 게임이든 된다!
그러나, 현실은 약간 더 복잡하다. 그런 게임들을 물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연 좋은 경험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적의 게임 방법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데모인 점을 감안해도 <모탈 컴뱃 11>과 <둠 이터널>은 스태디아에서 즐기기에는 둘 다 많이 불만스러웠다.
<모탈 컴뱃>에서는 콤보가 쓰러지고 블록을 놓치는 형태로 대부분 단점이 드러났다. 격투 게임은 순간적인 타이밍이 요구된다. 특정 프레임 단위까지 미세한 타이밍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스태디아에서 게임을 할 때 대전을 마칠 수는 있지만 뭔가 부정확하다는 느낌이 있다. 로컬 컴퓨터의 반응성에 비하면 뭔가 약간 ‘빗나가’ 있다는 느낌이다. 중간 중간에 아무 때나 지연이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하면서 연결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캐릭터 선택 메뉴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따라서, 버튼을 누를 때 커서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 바로 캐릭터 선택 메뉴이다.
<둠> 게임은 스태디아 컨트롤러로 했기 때문에 판단하기 더 어렵다. 구글의 게임패드는 중간에 거치는 것 없이 직접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점(이번 데모에서는 이더넷에 연결됨)에서 일반 입력 장치에 비해 낫다.
그런데 필자는 슈팅 게임을 컨트롤러로 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잘 하는 분야는 아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빗나간 것을 다 아날로그 스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비록 요즘에는 컨트롤러로 잘 맞추지는 못해도 최소한 사용법은 안다. 다년간 <헤일로>, <콜 오브 듀티> 등등의 게임을 콘솔로 해 봤다. <둠>의 빠른 진행 속도는 스태디아에서 감당하기 매우 어렵다. 적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제대로 맞추려면 위치를 미리 예상해 방아쇠를 0.5초 일찍 당겨야 한다. 총성을 추적하는 것은 그나마 가장 쉽다. 뇌가 지연에 그 때 그 때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미칠 정도로 빗나가고 만다.
그리고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슈팅 게임보다 플랫폼 게임이 훨씬 더 어려웠다. 두 번째 데모 지역에서 정확하게 점프를 여러 번 해야 하는 구역이 있었다. 그 동안 비디오 게임에서 최소한 수십 번 내지 수백 번은 본 적이 있는 익숙한 장애물이다. 그런데도 자꾸 목표물을 지나쳐서 빈 공간으로 떨어져버렸다.
목표물을 지나치다니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화면 상에서 본 것과 로컬 컴퓨터에서라면 대개 스틱을 놓을 곳이 일치할 때까지 계속 전진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쯤 이면 이미 0.5초 동안 더 지나친 것이 서버로 전송되어 버린 것이다.
온라이브가 문을 닫기 직전에 <메트로 2033>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완전한 실패였다. 지연 때문에 마치 술에 취한 채 배에 탄 것처럼 조준이 흔들렸다. 적들의 오른쪽 왼쪽으로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절대 고정되지 않았다. 한 10분 정도 하다가 그만 뒀다.
그런 온라이브에 비하면 스태디아는 훨씬 낫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지난 10년 간 스트리밍 인프라는 비교도 안되게 개선되었고 그러한 점에서 스태디아는 진정으로 인상적이다. <둠 이터널>은 물론 <모탈 컴뱃>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그리 높은 기준이 아니다. 만일 구글이 증명하려고 한 것이 그것 뿐이라면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스태디아가 전투 게임, 슈팅 게임 등을 하기에도 좋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한다면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아마도 영영 부족할 수도 있다. 최소한 (필자처럼) 게임을 로컬 방식으로 하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에 지연 변동이 거슬리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결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직 최종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니다. 어차피 스태디아의 한정 설립자 판(Founder’s Edition)은 11월이나 되어야 출시된다. 일반 대중과 크롬 가능 장치까지 서비스가 확장되려면 출시 후에도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으며 이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데모는 25Mbps로 제한되었지만 필자가 있는 이곳 샌프란시스코에는 PC와 TV에 기가비트급 인터넷이 직접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중요할까? 도움이 될까? 내 생각이 바뀔까? 집에서 스태디아를 제 속도로 사용해 혼 후에는 생각이 충분히 바뀔 수도 있다.지금으로서는 기대한 것보다 더욱 인상적인 면도 있고 덜 인상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더욱 인상적인 이유는 <어쌔신 크리드>나 <발더스 게이트 III>와 같이 0.5초 정도 지연이 더 발생해도 문제가 없는 게임을 할 때 안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덜 인상적인 이유는, 구글이 <둠>과 <모탈 컴뱃>처럼 스태디아의 장점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게임을 가지고 계속 홍보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게임들은 생각보다 실행이 잘 되기는 한다.
11월에 다시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 그 때쯤 이면 틀림없이 스태디아에 대해 할 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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