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World 용어풀이 | 블랙폰(Blackphone)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블랙폰(BlackPhone)'입니다. 도·감청과 추적을 어렵게 한 프라이버시 특화폰입니다. '사일런트 서클(Silent Circle)'이 개발한 것으로, '사일런트OS(SilentOS)'라는 자체 운영체제와 VPN을 통해 통신의 익명성을 구현했습니다. 업체의 설립자인 필 짐머만은 관련 기술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가, 지난 2014년 2월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실물 블랙폰을 공개했습니다.
블랙폰은 암호 통화를 지원하지만 비암호통화용 기기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일런트 서클의 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마이크 잔키는 "암호화를 원하는 사람이 있지만 피자를 주문할 때는 이 기능이 필요 없다"라며 "블랙폰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프라이버시 보호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편의성 사이에서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기기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독자 운영체제입니다. 안드로이드를 자체적으로 수정한 것인데, 운영체제에 있을 수 있는 모든 백도어를 막았다고 업체는 주장합니다. 또한, 'ZRTP'라는 엔드투엔드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통신 데이터를 중간에 가로채도 내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밖에 익명 검색, 신뢰할 수 있는 무선 라우터에만 연결하는 '스마트 와이파이' 등 자체 개발한 보안 앱이 기본 탑재돼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블랙폰은 2015년 9월에 판매를 시작한 블랙폰2입니다. 고릴라 글라스가 적용된 5.5인치 풀 HD 화면에, 1.7GHz 퀄컴 스냅드래곤 옥타 코어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습니다. 3GB 메모리에 마이크로SD 슬롯, 1,300만 화소 카메라와 배터리 고속 충전 등을 지원합니다. 가격은 미국 기준 799달러입니다. 사실 보안을 제외하면 큰 특징이 없는 기기여서 다소 비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블랙폰은 프라이버시 특화폰으로 주목받았고 운영체제의 완성도에 대해서도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판매량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현재 사일런트 서클은 경영난을 겪고 있고 지난해에만 직원 15%를 해고했습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실제 제품을 구매할 때는 애플이나 삼성을 더 선호한 것이죠. 보안이 중요한 공공기관과 대기업조차 블랙폰을 외면했다고 합니다.
최근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뉴스를 보면 블랙폰의 실패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논란 속 주요 인물들은 보안이 강화된 공식 휴대폰 대신 '대포폰'을 사용했으니까요. 궁극의 프라이버시는 '기술'이 아니라 '명의도용'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아이러니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이번 사건을 세상에 드러낸 태블릿이 증거 능력을 갖추게 된 근거가 바로 기기 속 위치 정보와 문자, 사진, 즉 프라이버시 데이터였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인간의 실수이든 기술의 허점이든 보안은 계속 미완으로 남을 것이고, 프라이버시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블랙폰이 개척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특화 기기 부문에 계속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 사일런트 서클 홈페이지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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