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글로벌 칼럼 | 예측 불가능한 골치거리로 전락 중인 안드로이드의 공유 시스템

JR Raphael | Computerworld 2018.06.21
기술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사소한 디테일인 경우가 많다.

안드로이드의 화면 분할 모드나, (안드로이드 7.0 누가 및 안드로이드 8.0 오레오에서와 같이) 새로운 운영 체제를 출시할 때마다 이를 알려주는 알림 채널과 같은 요소들은 분명 파급력도 크고 눈에 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 두 기능을 일상 속에서 사용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은 “거의 사용할 일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전반에 걸친 공유 기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안드로이드가 오랜 기간 다듬어온 이 기능은 너무 직관적인 나머지 사용자들에게 당연한 기능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메일이나 웹페이지에서 선택한 텍스트를 노트나 문자 메시지, 문서함으로 바로 옮겨오거나 휴대폰 카메라 앱에서 연 이미지를 스냅스피드(Snapspeed) 등의 수정 앱이나 드롭박스 등의 스토리지 서비스로 바로 전송하는 등이 대표적인 예다. 브라우저의 페이지를 포켓(Pocket)이나 인박스(Inbox), 에버노트 등의 지점에 저장하는 것도 한 두 번의 탭만으로 가능하다.

안드로이드가 지난 수 년 간 갈고 닦아온 이 기능들은 안드로이드를 다른 OS들과 차별화하는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애플의 경우에는 2014년에서야 유사 기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에야 모두가 공유 시스템을 이야기하기에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UX 전반에 미치는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체 왜 이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줄줄이 읊고 있느냐고? 좋은 질문이다. 안드로이드의 공유 인터페이스는 운영 체제 내에서 독보적인 자랑거리였던 과거를 뒤로 하고 오늘날에는 일관성 없고 혼란만 주는 골치거리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오늘은 이 공유 인터페이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안드로이드 공유 인터페이스의 퇴보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분명한 사실부터 직시하는 것이다. (어떤 앱에서든) 공유 버튼을 누르면 그 다음 결과가 예상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옵션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고, 내가 필요한 아이템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안드로이드 공유 시스템이 지닌 문제를 요약해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갈수록 안드로이드 앱에서 공유 버튼을 누르면 표준 안드로이드 공유 인터페이스가 아닌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앱 개발자가 임의로 만든 커스텀 인터페이스인데 표준 인터페이스와는 다를 뿐 아니라 작동하는 방식조차도 안드로이드 표준 시스템 버전과(혹은 다른 그 어떤 버전과도) 다르다. 게다가 꼭 그렇게 달라야 할 이유조차 따로 없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아티클 저장 앱 ‘포켓(Pocket)’의 공유 인터페이스를 예로 들어 보자.



혹은 파이어폭스나 피들리의 공유 인터페이스도 괜찮다.



이들 모두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그게 뭐? 라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른 더 중요한 문제들에 비추어 보면 별 것 아닌 듯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플랫폼 전반에 걸친(특히 시스템 수준의 핵심 기능의 경우 더더욱) 인터페이스의 일관성이야 말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일관성이야 말로 플랫폼에게 일관성 있고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일관성을 바탕으로 사용자는 빠르고 쉽게 목표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현재 무슨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부차적인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돈되고 사용자 친화적이며 통합적인 경험 완성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초창기부터 안드로이드 진영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현재까지도 완전히 성취하지 못한 지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한가지 있다.

인터페이스 통일성의 문제
안드로이드의 숨겨진 편의 기능들을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필자는 늘 시스템 공유 메뉴의 커스텀 기능과 자주 가는 경로를 상단에 고정하는 기능을 이야기하곤 한다. 2016년 누가(Nougat) OS에서 조용히 선보인 이 기능은 우리의 사용 경험에 ‘작지만 강력한' 변화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꼭 나온다. “잠깐만! 이 기능을 사용해 보려 하는데 도저히 안 돼!”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대화를 잠시 주고 받게 되고, 그런 후에야 나는 이들이 표준 안드로이드 공유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지 않는 앱에서 시스템 공유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사용하려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앱들에는 시스템 레벨의 표준 옵션이 없다. 특히 대부분 사람들은 구글 포토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려 하다가 좌절한다.

이 모든 상황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드로이드 공유 인터페이스 표준을 해치는 데 구글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구글 포토에서는 커스텀 공유 인터페이스 기능은 있다. 구글 포토에는 자체적인 고유의 공유 옵션들이 존재해서 링크를 만들거나 갤러리를 공유하고, 또 구글 포토 서비스 사용자들과 직접적으로 사진을 공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표준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이러한 옵션들을 제공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최소한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논쟁이다.

그렇다면 지도 앱은 어떤가? 지도 앱은 안드로이드 표준에서는 조금 벗어난 독자적인 공유 인터페이스는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유튜브 뮤직 앱 역시 독립적인 커스텀 공유 인터페이스를 제안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새로운 가치를 더한다기보단 일관성을 해치며 혼란만을 가져오지 않았는가?



신형 구글 뉴스 앱의 경우에는 어색한 횡스크롤 방식의 메인 공유 옵션을 강요하며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는 문제로 사용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별다른 이유 없이 시스템 표준을 무시하는 것이 구글의 ‘새로운' 표준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자체 앱은 구글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표상하는 창구가 돼야 한다. 구글은 이 모델을 세워나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2014년 필자는 “안드로이드의 디자인 실패: 당장 그만 두어야 할 12가지 죄악”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바 있다. 그 때 글에 썼던 아이템들 중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은 오늘날 그 영향력이 많이 축소되었다. 안드로이드 전반에 걸쳐 제대로 된 디자인에 더 관심이 집중되고, 우선순위가 되면서다.

그렇지만 아이템 8번만은 달랐다. 그렇다, 바로 “커스텀 공유 다이얼로그”기능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이 기능은 안드로이드의 스탠다드 인터페이스를 무시하고, 스스로 수준 미달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서드 파티 개발자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는 구글 스스로가 이러한 관행을 장려하고, 사용자들의 편리를 방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4년 나는 아래와 같이 결론을 내리며 글을 마무리 지었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그러거나 말거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어차피 그런 걸 알아채지도 못할걸”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들의 말도 맞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UI 디자인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특정 앱이 다른 앱들보다 사용하기가 더 편하거나 불편하다면, 이런 부분은 느낄 수 밖에 없다.

좋은 UI 디자인은 유저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도 사용 경험을 더욱 즐겁고 편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훌륭한 UI 디자인은 스스로를 불필요하게 드러내지 않고도 필요한 태스크를 손쉽게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실이며 중요하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구글이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용자들뿐 아니라 구글의 행보를 보고 따라 가는 수많은 서드 파티 개발자들을 위해서라도 완벽함의 기준을 세워주었으면 한다.

디자인 표준이 존재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구글은 이 사실을 그 어떤 기업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들이 무시하고 있는 그 한도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당신들 자신 아니었던가?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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