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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난해한 프라이버시 해법: 개인정보 잠금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

Michael Simon | PCWorld 2018.05.16
지난 5월 9일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의 기조 발표는 AI와 머신 러닝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러나 어떤 슬라이드에도 등장하지 않은 한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개인정보보호였다. 구글은 경쟁사들과 달리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하고 수집하는 방식의 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글 어시스턴트가 현실 세계에서 사용자 휴대폰을 이용해 전화를 거는 구글 듀플렉스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데이터 수집이 크게 늘고 있다.

페이스북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의 와중에 자사 이미지를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고, 애플은 개인정보보호를 ‘근본적 인권(fundamental human right)’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사용자 정보의 보호와 프로파일링 사이의 난해한 곡예를 멈추지 않는다. 구글은 머신 러닝 및 인공 지능 프로젝트에서 정보가 갖는 중요성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정보를 제한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툴이 없진 않지만, 이를 널리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고객과 회사 사이에 엄격한 선을 그어 놓은 애플과 달리 구글은 자신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다. 구글이 I/O에서 선보인 거의 모든 제품 및 기능은 소비자가 지금까지 구글 제품을 사용해온 방식의 직접적 결과물이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규모의 외국 법인 데이터 오용 사건에 관계 없이, 구글은 온갖 형태의 데이터 수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구글을 자신의 삶에서 완전히 추방해버리려는 게 아니라면 (그 경우 아마 안드로이드 폰도 사지 않아야 할 것임), 어느 정도 개인정보를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 구글은 자신의 관행을 설명하는 방식, 그리고 사용자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관리하고 내보내기하고 삭제하는데 있어서의 사용자의 선택지를 설명하는 방식을 어떻게 개선했는지에 관한 이메일을 사용자들에게 발송했다. 이는 다음 주 발효하는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때문이다. 이는 환영할만한 투명성의 확장이다. 그러나 구글이 개인정보보호 관행에 실질적 변화가 있을 거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구글은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난해한 선택을 해야 한다.

프라이버시는 권리이자 선택
I/O 키노트 중 듀플렉스(Duplex) 시연 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무런 시나리오가 없는 환경에서, 사상 최초로 완벽히 구현된 AI 로봇이 인간의 사업체에 전화를 걸어 다른 편에 있는 실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과업을 사실상 완수한 것이다. 이 경우는 미용실 예약이었다.



구글의 순다 피차이 CEO가 전화를 걸고 있는 주체가 구글 어시스턴트임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청중 가운데 누구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실적 발성 패턴과 언어적 틱(tics)을 가지고 있었다. 전화 상대방의 질문에 응답했다. 환담을 나누었다. 간단히 말해 실제 인간의 대화였다. 애플이 내놓은 AI의 수준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리고 6월 열리는 애플의 WWDC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상황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용 가능성은 접어두고, 듀플렉스는 구글이 사용자로부터 수집한 대량의 정보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를 대리하려면 프라이버시에 대한 느슨한 입장 또한 필수적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듀플렉스에서 전화를 걸기 위해 번호를 찾으려면 위치 공유 기능이 켜진 상태여야 한다. 사용자의 캘린더에 접근하여 상충되는 일정을 점검해야 한다. 실제 세계에서 사용자를 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사용자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머리를 얼마나 자주 자르는지 같은 무해해 보이는 정보조차 가치가 있다.

이들은 대다수 사용자가 끄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허가 토글 스위치이다. 이들은 구글 맵이나 구글 어시스턴트가 원활하게 작동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들이 안드로이드 폰에 국한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애플 역시 아이폰에서 위치 공유 및 허가를 켜도록 사용자에게 요청하지만, 차이점이라면 데이터의 대부분이 디바이스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너무 암호화되고 잡음이 심해 어느 한 사용자를 역추적하여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구글은 이런 약속을 하지 않는다.

AI가 더욱 보편화되고 성숙함에 따라, 구글이 조회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할 방법을 찾는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터무니 없이 완고한 안드로이드 폰과 구글 계정의 프라이버시 옵션을 발견할 것이다. 토글 스위치를 만지는 대가는 지나치게 클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가치
데이터 수집은 구글의 AI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웹 및 앱 활동과 위치 이력 정보가 꺼진 상태라면 AI의 작용이 그렇게 원활하지 않다. 사실, 계정을 잠그면 일부 기능은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위치 서비스 기능을 꺼보자. 구글 맵은 시작하지 않는다. 음성 및 오디오 활동 컨트롤을 꺼보자. 그러면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구글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애플은 10억이 넘는 자사 사용자를 대신해 프라이버시가 강력한 AI보다 더 중요하다고 기본적으로 결정했지만, 구글은 관점을 달리한다. 사용자가 구글의 최첨단 AI와 머신 러닝을 포기한다면 사용자 경험은 크게 바뀔 것이다. 지메일이 사용자의 이메일을 스캔해 ‘스마트 제안’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가? 좋다. 그 기능을 꺼버리면 된다. 취향에 맞는 레스토랑 추천을 좋아하지 않는가? 위치 정보 설정을 바꾸면 된다. 그러나 구글이 제공할 최고의 경험은 잊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구글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전략적 수법이다. 프라이버시 컨트롤을 찾아 실행하는 것은 사용자의 책임이다. 구글 디바이스 상의 프라이버시는 애플만큼이나 강력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은 사용자가 일시적 프라이버시 잠금 장치, 예컨대 크롬의 익명 모드, 방해 금지 모드 등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구글 활동 페이지에서 핵폭탄급 토글 단추를 움직이는 대신 말이다. 예컨대 어시스턴트로 ‘Location History’를 타이핑함으로써 구글은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한, 가장 침입성 높은 트래커를 끌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책임의 문제
구글은 자사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프라이버시를 언급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는 여전히 구글 정책의 중대한 부분이다. 컨퍼런스의 상당 부분에서, 디지털 웰빙 개념이 사용자의 폰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언급되었다. 이것이 구글의 프라이버시 입장의 주된 난점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관여 수준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안드로이드P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앱 이용에 한계를 설정하고 취침 시간에 화면 색상을 어둡게 하는 안드로이드 대시보드와 함께, 잠금 옵션이라는 것도 있다. 잠금 옵션은 스마트 록, 지문 잠금 해제, 잠금 화면 알림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하여 엿보는 시선으로부터 휴대폰을 보호한다. 극단적 옵션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구글의 입장에서, 위치 서비스나 액티비티를 끄는 것보다는 덜 극단적이다. 모든 기능을 이용하려 한다면 구글이 사용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지할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고, 구글은 사용자가 프라이버시에 있어 적절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어야 한다.

애플은 프라이버시에 관해 사용자 대신 이미 결정을 내렸다. 구글은 선택권을 사용자에게 준다. 그러나 결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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