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9

리뷰 | 아이폰 XR “가격 낮추고 품격 올린" 애플 역대 최고의 아이폰

Michael Simon | Macworld
아이폰 ‘XR’이라는 제품명에서 R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플 부사장 필 쉴러조차도 R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필자가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R은 리부트(reboot)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아이폰 X가 출시 되기 전까지, 아이폰 8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애플에서 아이폰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내용물은 아이폰 6 이후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폰 8은 무선 충전 방식이 도입되고 카메라 성능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2018년은 고사하고 2017년의 아이폰이라고 조차 생각하기 어려웠다.

애플은 아이폰 8을 그대로 베껴 가격과 마진만 높여 출시하는 대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아이폰 9의 사양과 아이폰 X의 디자인, 그리고 아이폰 8의 가격을 갖춘,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아이폰이 탄생했다.


하지만 클래식을 ‘재해석’하는 것이 으레 그러하듯, 아이폰 XR 역시 잘못하면 희대의 졸작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고전을 훌륭하게 재해석해냈다. 칩, 배터리, 스토리지 모두 최고 사양의 부품을 사용했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아이폰 8 플러스와 아이폰 XS의 중간 정도로 맞추었다. 디자인 역시 아이폰 X 및 XS와 비슷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다. ‘그래도 상위 기종을 사게 하려고 뭔가 수를 썼겠지’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처럼 가격, 디자인, 스토리지, 카메라, 배터리 수명, 그리고 사양까지 모두 놓고 보면, 아이폰 XR은 (기술적으로 최고의 기기는 아닐지 몰라도) 애플이 내놓은 최고의 아이폰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아깝지 않다. 솔직히 필자는 아이폰 XS보다 XR이 더 많이 팔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 정도로 훌륭한 제품이다.

가격은 낮추고, 품격은 올렸다
아이폰 XR은 아이폰 XS의 쌍둥이 폰이다. 모양도, 후면 유리도, 몸통을 두르고 있는 밴드도, 둥그스름한 모서리도 똑같다. 스크린 상단의 큼직한 노치 디자인 마저도 판박이다. 손으로 들어 보아도, XR은 XS보다 살짝 두꺼울 뿐 그립감도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을 제외하면, 두 아이폰 사이에는 차이점도 많다. 대표적으로, XR의 후면 색상은 XS보다 훨씬 다양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또한, 측면 알루미늄은 XS에 사용된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한 단계 급이 낮은 재질이다. 그렇지만 알루미늄을 양극 산화 처리하여 어떤 컬러를 선택해도 완벽하게 매치가 되도록 하였다. 사실 이 부분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릴 미묘한 차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XS의 글로시한 크롬 재질보다는 XR의 매트한 마무리가 더 좋았다.

아이폰 XR은 또한 아이폰 5c 이레로 가장 독특한 아이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XR 사용자가 케이스를 씌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XR 전용 애플 케이스는 출시하지 않았다. 또한, 애플은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유리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아이폰보다 강력하며, 후면 유리 역시 아이폰 XS처럼 깨짐 방지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도 아이폰 8 수준의 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XR의 감촉은 XS보다는 다소 저렴한 느낌을 주었다.

 

대칭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하단부의 라이트닝 포트가 아주 약간 중심에서 비껴가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는 아마도 베젤 및 스크린과 관련한 엔지니어링 문제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이폰 XR의 디자인에서 단 하나 흠을 잡자면 그것은 아마도 신경 쓰일 정도로 넓은 베젤일 것이다. 베젤만 보면 마치 싸구려 아이폰 XS 모조품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베젤 때문에 XR은 싫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베젤이 이렇게 넓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폰 XR은 LCD 스크린을 사용하기 때문에 후면에서 지속적으로 빛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베젤을 조금 더 넓혀 빛이 새어 나오는 일을 방지한 것이다. 베젤을 넓히지 않았더라면 상, 하부가 더 넓어 졌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디자인적 결정이다. 게다가 베젤은 어차피 디자인적인 문제이니, 쓰면서 익숙해지면 눈에 띄지도 않을 것이다.

OLED 좋은 건 알지만, 굳이 그것까지는 필요 없다면…
아이폰 XR의 디스플레이가 XS와 같은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는 큰 착각이다. 사실 XR 디스플레이는 아이폰 8 플러스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키우고, 코너만 둥그렇게 깎아 놓은 것이다. 즉, 아이폰 8의 풀 HD 스크린보다도 한 단계 낮고, XS에 쓰인 2K OLED 디스플레이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폰 XR 역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0년 3.5인치 아이폰 4를 출시하며 애플은 처음으로 레티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 때 사용되었던 326ppi 가 아이폰 XR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하지만 그 때 이후 8년간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큰 화면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화소 밀도를 보여주는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갤럭시 노트 9(516ppi)과 구글 픽셀 3XL(523ppi)이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가 6.1인치 LCD로 유사한 LG의 G7과 비교해도 XR의 디스플레이 사양은 뒤떨어 진다(G7의 563ppi 대비 XR의 326ppi).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숫자로 표기된 사양일 뿐이다. 솔직히, 화소 밀도는 300ppi를 넘어 가면 육안으로는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순전히 해상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XR이나 XS나 갤럭시 노트 9이나 마찬가지로 다 화질은 좋을 것이다. 심지어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HD 콘텐츠를 볼 때도 XR과 타 기종 사이에 화질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디스플레이 퀄리티를 단순히 픽셀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다. 색 정확도와 포화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XR의 LCD 디스플레이는 고품질HDR 인증 OLED의 발 끝에도 못 미칠 정도다. 물론XS나 픽셀 3을 바로 옆에 대놓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일상 생활에서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OLED 디스플레이보다 한 단계 아래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XR에 쓰인 LCD 디스플레이 자체는 무척 훌륭하다. 흠잡을 데 없는 화이트 밸런스와 놀라운 밝기를 자랑한다. OLED같은 깊은 검정색은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아이패드 프로와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느낌을 준다. 특히 ‘트루 톤’ 기능을 사용하면 더욱 그렇다.

애플의 120Hz 샘플링 덕분에, XR 화면을 터치하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훨씬 더 빨리 등장한다. 프로모션을 적용한 아이패드 스크린만큼 애니메이션 재생이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속도를 보여 준다. 둥그스름한 코너와 균형 잡힌 풀 스크린 디자인은 도저히 저가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3D 터치 기능은 빠졌지만, 추후 햅틱을 사용하여 아이콘 바로 가기를 추가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XR을 사용하며 OLED폰이 아쉬웠던 적은 없었다. 유일한 불편함이라면 디스플레이의 시야각이 이전 LCD 아이폰들보다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단, 이전 안드로이드 OLED 스크린의 앰비언트 디스플레이는 그리웠다. 애플은 OLED 스크린을 도입하면서도 아이폰에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는 문제에는 고집스럽게 반대해 왔다. 이로 인해 알림이 뜰 때마다 스크린이 켜지기도 하고, 단지 시간을 보기 위해 화면을 켜야 할 때도 있었다. iOS 12.3을 통해 아이폰 XR에도 앰비언트 디스플레이 기능이 추가되기를 바라 본다.

놀라운 속도, 감탄사를 자아내는 배터리
이처럼 디스플레이 등급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지만, 아이폰 XR이 아이폰 XS나 XS 맥스보다 월등히 뛰어난 점도 있다. 바로 배터리 수명이다. 3,000 mAh가 채 안 되는 배터리 용량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XR은 전 가격대를 통틀어 가장 배터리가 오래 가는 스마트폰 중 하나다. 거의 픽셀 3XL이나 갤럭시 S9 수준이었다.

심지어 4,000 mAh 배터리를 사용한 갤럭시 노트 9보다도 우수한 수준이었다. 사용량이 많은 날(게임, 영화, 스트리밍 등을 시청한 날)에도 7~8시간은 버텼고, 이보다 사용량이 적은 날에는 10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하루 종일 배터리의 추가 충전 없이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애플 뮤직을 스트리밍하면서 내비게이션을 구동시켰던 날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성능을 포기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XR은 XS와 마찬가지로 A12 바이오닉 칩을 사용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A12 바이오닉이 왜 그토록 명성을 얻었는지 알 것 같았다. 프로세서 스피드와 iOS 최적화가 만나 앱과 애니메이션이 거의 실시간이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구동되었다. 아이폰 6s, 또는 그 이전 모델을 사용하다가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이라면(아마도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이런 경우일 거라 생각하는데)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 심지어 아이폰 7에서 넘어 와도 성능이 어마어마하게 개선 되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2018.11.09

리뷰 | 아이폰 XR “가격 낮추고 품격 올린" 애플 역대 최고의 아이폰

Michael Simon | Macworld
아이폰 ‘XR’이라는 제품명에서 R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플 부사장 필 쉴러조차도 R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필자가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R은 리부트(reboot)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아이폰 X가 출시 되기 전까지, 아이폰 8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애플에서 아이폰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내용물은 아이폰 6 이후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폰 8은 무선 충전 방식이 도입되고 카메라 성능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2018년은 고사하고 2017년의 아이폰이라고 조차 생각하기 어려웠다.

애플은 아이폰 8을 그대로 베껴 가격과 마진만 높여 출시하는 대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아이폰 9의 사양과 아이폰 X의 디자인, 그리고 아이폰 8의 가격을 갖춘,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아이폰이 탄생했다.


하지만 클래식을 ‘재해석’하는 것이 으레 그러하듯, 아이폰 XR 역시 잘못하면 희대의 졸작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고전을 훌륭하게 재해석해냈다. 칩, 배터리, 스토리지 모두 최고 사양의 부품을 사용했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아이폰 8 플러스와 아이폰 XS의 중간 정도로 맞추었다. 디자인 역시 아이폰 X 및 XS와 비슷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다. ‘그래도 상위 기종을 사게 하려고 뭔가 수를 썼겠지’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처럼 가격, 디자인, 스토리지, 카메라, 배터리 수명, 그리고 사양까지 모두 놓고 보면, 아이폰 XR은 (기술적으로 최고의 기기는 아닐지 몰라도) 애플이 내놓은 최고의 아이폰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아깝지 않다. 솔직히 필자는 아이폰 XS보다 XR이 더 많이 팔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 정도로 훌륭한 제품이다.

가격은 낮추고, 품격은 올렸다
아이폰 XR은 아이폰 XS의 쌍둥이 폰이다. 모양도, 후면 유리도, 몸통을 두르고 있는 밴드도, 둥그스름한 모서리도 똑같다. 스크린 상단의 큼직한 노치 디자인 마저도 판박이다. 손으로 들어 보아도, XR은 XS보다 살짝 두꺼울 뿐 그립감도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을 제외하면, 두 아이폰 사이에는 차이점도 많다. 대표적으로, XR의 후면 색상은 XS보다 훨씬 다양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또한, 측면 알루미늄은 XS에 사용된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한 단계 급이 낮은 재질이다. 그렇지만 알루미늄을 양극 산화 처리하여 어떤 컬러를 선택해도 완벽하게 매치가 되도록 하였다. 사실 이 부분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릴 미묘한 차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XS의 글로시한 크롬 재질보다는 XR의 매트한 마무리가 더 좋았다.

아이폰 XR은 또한 아이폰 5c 이레로 가장 독특한 아이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XR 사용자가 케이스를 씌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XR 전용 애플 케이스는 출시하지 않았다. 또한, 애플은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유리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아이폰보다 강력하며, 후면 유리 역시 아이폰 XS처럼 깨짐 방지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도 아이폰 8 수준의 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XR의 감촉은 XS보다는 다소 저렴한 느낌을 주었다.

 

대칭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하단부의 라이트닝 포트가 아주 약간 중심에서 비껴가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는 아마도 베젤 및 스크린과 관련한 엔지니어링 문제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이폰 XR의 디자인에서 단 하나 흠을 잡자면 그것은 아마도 신경 쓰일 정도로 넓은 베젤일 것이다. 베젤만 보면 마치 싸구려 아이폰 XS 모조품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베젤 때문에 XR은 싫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베젤이 이렇게 넓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폰 XR은 LCD 스크린을 사용하기 때문에 후면에서 지속적으로 빛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베젤을 조금 더 넓혀 빛이 새어 나오는 일을 방지한 것이다. 베젤을 넓히지 않았더라면 상, 하부가 더 넓어 졌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디자인적 결정이다. 게다가 베젤은 어차피 디자인적인 문제이니, 쓰면서 익숙해지면 눈에 띄지도 않을 것이다.

OLED 좋은 건 알지만, 굳이 그것까지는 필요 없다면…
아이폰 XR의 디스플레이가 XS와 같은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는 큰 착각이다. 사실 XR 디스플레이는 아이폰 8 플러스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키우고, 코너만 둥그렇게 깎아 놓은 것이다. 즉, 아이폰 8의 풀 HD 스크린보다도 한 단계 낮고, XS에 쓰인 2K OLED 디스플레이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폰 XR 역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0년 3.5인치 아이폰 4를 출시하며 애플은 처음으로 레티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 때 사용되었던 326ppi 가 아이폰 XR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하지만 그 때 이후 8년간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큰 화면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화소 밀도를 보여주는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갤럭시 노트 9(516ppi)과 구글 픽셀 3XL(523ppi)이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가 6.1인치 LCD로 유사한 LG의 G7과 비교해도 XR의 디스플레이 사양은 뒤떨어 진다(G7의 563ppi 대비 XR의 326ppi).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숫자로 표기된 사양일 뿐이다. 솔직히, 화소 밀도는 300ppi를 넘어 가면 육안으로는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순전히 해상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XR이나 XS나 갤럭시 노트 9이나 마찬가지로 다 화질은 좋을 것이다. 심지어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HD 콘텐츠를 볼 때도 XR과 타 기종 사이에 화질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디스플레이 퀄리티를 단순히 픽셀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다. 색 정확도와 포화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XR의 LCD 디스플레이는 고품질HDR 인증 OLED의 발 끝에도 못 미칠 정도다. 물론XS나 픽셀 3을 바로 옆에 대놓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일상 생활에서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OLED 디스플레이보다 한 단계 아래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XR에 쓰인 LCD 디스플레이 자체는 무척 훌륭하다. 흠잡을 데 없는 화이트 밸런스와 놀라운 밝기를 자랑한다. OLED같은 깊은 검정색은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아이패드 프로와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느낌을 준다. 특히 ‘트루 톤’ 기능을 사용하면 더욱 그렇다.

애플의 120Hz 샘플링 덕분에, XR 화면을 터치하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훨씬 더 빨리 등장한다. 프로모션을 적용한 아이패드 스크린만큼 애니메이션 재생이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속도를 보여 준다. 둥그스름한 코너와 균형 잡힌 풀 스크린 디자인은 도저히 저가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3D 터치 기능은 빠졌지만, 추후 햅틱을 사용하여 아이콘 바로 가기를 추가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XR을 사용하며 OLED폰이 아쉬웠던 적은 없었다. 유일한 불편함이라면 디스플레이의 시야각이 이전 LCD 아이폰들보다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단, 이전 안드로이드 OLED 스크린의 앰비언트 디스플레이는 그리웠다. 애플은 OLED 스크린을 도입하면서도 아이폰에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는 문제에는 고집스럽게 반대해 왔다. 이로 인해 알림이 뜰 때마다 스크린이 켜지기도 하고, 단지 시간을 보기 위해 화면을 켜야 할 때도 있었다. iOS 12.3을 통해 아이폰 XR에도 앰비언트 디스플레이 기능이 추가되기를 바라 본다.

놀라운 속도, 감탄사를 자아내는 배터리
이처럼 디스플레이 등급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지만, 아이폰 XR이 아이폰 XS나 XS 맥스보다 월등히 뛰어난 점도 있다. 바로 배터리 수명이다. 3,000 mAh가 채 안 되는 배터리 용량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XR은 전 가격대를 통틀어 가장 배터리가 오래 가는 스마트폰 중 하나다. 거의 픽셀 3XL이나 갤럭시 S9 수준이었다.

심지어 4,000 mAh 배터리를 사용한 갤럭시 노트 9보다도 우수한 수준이었다. 사용량이 많은 날(게임, 영화, 스트리밍 등을 시청한 날)에도 7~8시간은 버텼고, 이보다 사용량이 적은 날에는 10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하루 종일 배터리의 추가 충전 없이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애플 뮤직을 스트리밍하면서 내비게이션을 구동시켰던 날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성능을 포기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XR은 XS와 마찬가지로 A12 바이오닉 칩을 사용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A12 바이오닉이 왜 그토록 명성을 얻었는지 알 것 같았다. 프로세서 스피드와 iOS 최적화가 만나 앱과 애니메이션이 거의 실시간이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구동되었다. 아이폰 6s, 또는 그 이전 모델을 사용하다가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이라면(아마도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이런 경우일 거라 생각하는데)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 심지어 아이폰 7에서 넘어 와도 성능이 어마어마하게 개선 되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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